친애하는 P, 며칠 전에 나의 제자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그 제자는 학교 다닐 때는 전혀 눈에 띄지 않았던 학생이었는데, 이제 박사학위를 마치고 강단에서 강의하는 친구입니다. 나는 당시에 그가 학문에 뜻을 둘지 추호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 때문에 그 제자에 관한 이야기를 자세하게 하지 않고, 비유적으로 말할까 합니다. 김영훈 화백의 생각 줍기 (한겨레 신문) 1. 감나무는 꽃이 핀 다음에는 즉시 감열매를 달게 되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은 입신 (立身)의 시기에 열매의 흔적을 분명하게 드러내지 않습니다. 2. 뭐라고요? "떡잎부터 다르다."고요? 이 속담은 수많은 거짓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물론 좋은 식물은 떡잎부터 다르지요, 그러나 인간의 떡잎은 거의 동일합니다. 흙수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