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 50

청춘에는 처음부터 열매의 흔적이 드러나 있지 않아요.^^

친애하는 P, 며칠 전에 나의 제자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그 제자는 학교 다닐 때는 전혀 눈에 띄지 않았던 학생이었는데, 이제 박사학위를 마치고 강단에서 강의하는 친구입니다. 나는 당시에 그가 학문에 뜻을 둘지 추호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 때문에 그 제자에 관한 이야기를 자세하게 하지 않고, 비유적으로 말할까 합니다. 김영훈 화백의 생각 줍기 (한겨레 신문) 1. 감나무는 꽃이 핀 다음에는 즉시 감열매를 달게 되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은 입신 (立身)의 시기에 열매의 흔적을 분명하게 드러내지 않습니다. 2. 뭐라고요? "떡잎부터 다르다."고요? 이 속담은 수많은 거짓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물론 좋은 식물은 떡잎부터 다르지요, 그러나 인간의 떡잎은 거의 동일합니다. 흙수저라..

2 나의 글 2023.01.28

(저서 소개) 박설호: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4

친애하는 J, 필자 자신의 책을 본인이 소개하는 게 쑥스럽지만, 출판사를 위하여 그리고 당신을 위하여 이번에 간행된 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19세기 중엽에서 20세기 중엽까지 네 번째 권. 4권이 다루는 시대는 “혁명의 시대”를 지나면서 사회의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부르주아들이 그들의 자본을 토대로 자본주의를 발전시켜 가던 자본의 시대였다. 산업 혁명을 통해 자신들의 부를 축적해 간 그들은 마침내 물질적 삶을 완전히 지배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부를 축적해 가면 갈수록 그들의 부를 가능하게 해 준 노동자들의 삶은 열악해졌고, 심지어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고단한 시절을 견뎌 내야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회주의 사상이 다발적으로 움트기 시작했다. 자본과 노동의 대립이 성립된 것이다. 그리고 이..

1 알림 (명저) 2023.01.28

박설호: (6) B. 트라벤의 망각된 독일 문학

(앞에서 계속됩니다.) 9. 나오는 말 “나는 자유롭기를 원한다. 나는 기쁠 수 있기를 원한다.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에 대해 기뻐하고 싶다. [..] 그렇지만 내 주위에 있는 다른 모든 인간들이 즐거워할 경우에만 나는 즐거울 수 있다.” (트라벤) 마지막으로 서문에서 제기된 질문에 관해 언급해 보자. 1. 어떠한 이유에서 트라벤은 인디언 문화를 통해서 황금만능주의 및 이윤 추구의 성향을 극복하려 했는가? 인디언 문화에 대한 트라벤의 애착은 하나의 이상인가, 아니면 유럽 문화로부터의 도피에 불과한가? 트라벤은 (유럽인들의) 개인주의적 세계관이 황금만능주의 내지는 이윤 추구 정신을 잉태시키는 것으로 파악했다. 무릇 과잉된 자기 보존 욕구는 나아가 재화 확장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창출한다. 더 이상 피해입..

43 20전독문헌 2023.01.28

블로흐: 후설의 현상학 비판

수학자들은 미분학을 동원하여 현실의 기본적 요소들을 구성해내려고 시도했다. 이로써 신 자체는 우주의 시작으로부터 도덕적인 종말로, 다시 말해서 요청하는 영역으로 이전되고 말았다. 이러한 주장은 일견 명징하게 울려 퍼지고 창세기의 모세의 이야기는 마치 축제처럼 세인의 관심에서 사라지며, 예언자의 경정에 의해서 대치되는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코엔이 조물주의 존재와 그 기능을 파기한 것은 세계 창시지만 파기한 게 아니라, 수학적 구성 외부에 자리하고 있는 모든 현존하는 존재들을 모조리 파기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신칸트학파 사람들은 감각적 물질 그리고 실재하는 개별적 존재들을 모조리 무시하고 말았는데, 이러한 처사야말로 그들이 카테고리의 논리성을 강조하다가 안타깝게 지불해야 했던 대가였다. 그런데 현상..

29 Bloch 번역 2023.01.26

(명시 소개) 김명기의 시, "청량리". 고통이 안쓰럽다 못해 신비하게 느껴질 뿐이다.

김명기 시인의 시집 『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 을 구해서 완독하였다. 김명기 시인이 어떤 분인지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 나는 모른다. 알지도 모르면서, 오로지 시편에 의존하여 시인의 시 세계를 탐색하는 게 얼마나 무모한 처사인가. 빙산 일각으로서의 시편들 – 나열된 언어의 배후에는 얼마나 육중하고 무거운 서러움이 숨어 있을까. 시인은 중장비 기사직을 그만두고 유기견 구조사라는 직업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버려진 개들이 시편에 자주 등장한다. 그의 시각은 낯선 장소로 향하고 있다. 김 시인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사물들을 예사롭지 않은 눈으로 투시한다. 그곳은 주로 시골의 「아랫집」이고, “강변”이며,「황지」이고,「유기 동물 보호소」 아니면, 「폐사지」이다. 그 밖에 우리를..

19 한국 문학 2023.01.25

빅토르 하라 Victor Jara, 끝나지 않은 감동 (3)

다음을 클릭하면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Zamba del Che (3분 47초) https://www.youtube.com/watch?v=7MeAyC7Z4G8 다음을 클릭하면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Hasta Siempre - Carlos Puebla ( 3분 47초) https://www.youtube.com/watch?v=0k8xMiZp588 Vengo cantando esta zamba Con redoble libertario Mataron al guerrillero Che comandante Guevara Selvas, pampas y montañas Patria o muerte su destino 나는 무정부주의자의 북으로 이 노래를 부르려고 왔네. 그들은 게릴라 전사 체 게바라 지도자를 ..

10 음악 이야기 2023.01.24

빅토르 하라 Victor Jara, 끝나지 않은 감동 (2)

롱켄 마을 다음은 하라의 자작시이자 노래인 「올가미 (El Lazo)」입니다. 태양이 내려앉을 때 Cuando el sol se inclinabe 롱켄에 있는 lo encontré 어느 암울한 오두막에서 En un rancho sombrio 나는 그를 발견했지. de Lonquén. 어느 비참한 오두막에서 En un rancho de pobre 나는 그를 발견했지. lo encontré 롱켄에서 Cuando el sol se inclinaba 태양이 내려앉을 때 en Lonquén. 그의 오래된 손들은 Sus manos siendo tan vieja 타래 엮을 정도로 강했지 eran fuertes para trenza 거칠고도 부드러웠지, eran rudas y eran tiernas 동물의 피부와 같이..

10 음악 이야기 2023.01.24

빅토르 하라 Victor Jara, 끝나지 않는 감동 (1)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상황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무고한 사람들이 총에 맞아서 죽고, 부녀자들이 성난 군인들에 의해 난자당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상식을 지닌 인간이 이러한 참혹한 광경을 대한다면,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것을 체험할 것입니다. 지옥이 따로 없을 테니까. 1980년 광주에서 그리고 그 이전인 1966년에 콜롬비아의 보고타에서 살육이 자행되었습니다. 1966년 보고타에서 성직자 한 사람이 장총을 겨누고 발포하려 합니다. 카밀로 토레스의 마지막 모습은 언론에 공개되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부모형제가 죄없이 총에 맞아 죽었는데, 이를 복수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성직자라고 해서 어찌 다르게 생각할까요? 국가가 정당하게 보복하지 않을 경우, 우리 스스로 부모형제의 원수를 갚으려고 나설 수밖..

10 음악 이야기 2023.01.24

서로박: (3) 군주론, 혹은 마키아벨리의 고독

(앞에서 계속됩니다.) 15. 운명의 여신에 대항하는 권력으로서의 미덕: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의 제25장에서 운명의 여신이 끼치는 영향력을 서술합니다. 운명의 여신의 영향력은 엄청난 크기와 양으로 흘러가는 격노하는 강물과 같습니다. 운명의 여신의 에너지는 이처럼 막강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에너지를 가로막고 차단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우주의 질서에 해당하는 미덕의 힘입니다. 특정 사회에서 출현한 위대한 인간은 마키아벨리에 의하면 이러한 미덕의 힘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미덕의 힘은 궁극적으로 운명의 여신, 포르투나에 대적하고 저항하는 하나의 방어막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이 데목에서 마키아벨리가 내심 갈구하던 희망 사항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습니다. 즉 모세, 키루스 대제,..

34 이탈스파냐 2023.01.22

서로박: (2) 군주론, 혹은 마키아벨리의 고독

(앞에서 계속됩니다.); 7. 『군주론』의 내용 (1): 상기한 집필 의도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군주론』의 네 가지 사항을 차례로 서술합니다. 제1장 – 제11장: 지배의 여러 가지의 유형이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A. 상속받은 권력에 관한 문제, B. 고립된 권력 체제에 관한 사항, C. 무기와 힘으로 정복한 권력의 특성, D. 범행을 통해 얻은 권력 체제, E. 권력의 유지 방법 등이 차례대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알렉산더 대제 이후에 권력의 공백이 발생하는 이유가 제4장에서 다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제12장 - 제14장: 이 대목에서 마키아벨리는 새로운 군주의 권력을 실행하기 위한 당대의 전투적 기술적 도구에 관해서 분석합니다. 가령 A. 군대 조직과 용병에 관한 문제, B. ..

34 이탈스파냐 2023.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