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 50

서로박: 루키아노스의" 참된 이야기"

친애하는 C, 오늘은 후기 그리스 시대에 활동하던 작가, 사모사타 출신의 루키아노스 그리고 그의 문학 작품 “참된 이야기 (Αλήθη διχήγηματα)”에 관해 거론하기로 하겠습니다. 루키아노스의 생애는 확실하게 알려진 게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나는 루키아노스에 관한 정보들을 동초서초하여, 당신에게 전하려고 합니다. 루키아노스는 기원후 120년경에 (지금은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역 근처에 있는) 사모사타 (삼사트)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에 점토 모형을 만드는 재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조각가인 삼촌의 도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작은 말다툼이 화근이 되어 가출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친애하는 C, 흔히 말하기를 젊은이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는 일이 독서와 여행이라고 합니다. 독서가 사고의 깊이 내..

37 고대 문헌 2023.01.31

서로박: 음악 이야기 (2)

(앞에서 계속됩니다.) 이로써 판 플루트 Panflöte 가 만들어졌습니다.피리소리, 플루트 소리는 그 자체 임이 떠나버린 슬픔으로 인한 흐느낌 내지 임을 찾으려는 가상적 갈망의 표현입니다. 음악은 사랑하는 임을 애타게 찾으려는 흐느낌을 상징합니다. (위의 이야기는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Metamorphoses" 제 1권 689 행에서 713행에 서술되고 있습니다.) 인디언의 속담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인디언 청년이 피리를 불면, 그가 사랑하는 인디언 처녀는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든 간에 그리움의 눈물을 흘린다고 합니다. 그래 음악은 바로 지금 곁에 없는 연인과 가상적으로 나누는 대화입니다. 다음을 클릭하면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4분 3초) 사이키 델릭과 인디언의 노래가 어우러진 멋진..

10 음악 이야기 2023.01.30

서로박: 음악 이야기 (1)

음악은 어떻게 정의 내려질 수 있을까요? 음악은 지금 곁에 없는 사랑하는 연인과 가상적으로 나누는 대화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악기는 피리였습니다.고대 그리스에서, 남아메리카 잉카 제국에서, 코카시아에서 양을 치던 목동들은 피리를 불면서 멀리 떠나 있는 사랑하는 임을 그리워하였습니다. 니콜라스 푸생의 그림 "판 그리고 시링크스" 다음의 글은 희망의 원리 제 4권에 실려 있는 내용입니다. 시링크스는 나무의 신, 아니 초목의 요정이었습니다.그미의 모습은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목양신은 시링크스를 바라보고 순간적으로 반했습니다.허나 사랑을 고백하기에는 그의 마음은 너무나 커다란 격정으로 파도치고 있었습니다.지고의 사랑은 당사자의 말문을 닫게 만듭니다. ㅠㅠ 대신에 목양신은 사랑하는 임에게 너무나..

10 음악 이야기 2023.01.30

(명시 소개) 기억과 갈망의 몽타주 (2) 이정주의 시세계

(앞에서 계속됩니다.) 4. 이정주는 『현대시학』 2007년도 7월호에 최근작들을 발표하였다. 여기서 시인은 중의적 표현 기법 내지 복합적인 장면 배열 등을 지양하고, 어떤 사소하지만, 생략될 수 없는 관점을 집요하게 투시한다. 가령 「러브레터」에서 시인은 어느 노동자의 일상을 마치 카메라의 렌즈 속처럼 들여다본다. 인간의 존재는 과학 기술에 의해서 장악되고, 인간이 행하던 모든 일은 이제 기계에 의해서 영위될 뿐이다. 최근작에서 시인은 유연한 시각을 견지하고, 약간의 체념적인 톤을 드러내지만, 그래도 무언가를 예술적으로 포착하려는 의지만큼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필자는 최근작 10편 가운데 「물가로 갈 것인가 도서관으로 갈 것인가」를 가장 관심 있게 읽었다. 물가에서 “숭어”와 “새”가 죽임의 두려움에..

19 한국 문학 2023.01.30

(명시 소개) 기억과 갈망의 몽타주. (1) 이정주의 시세계

1. 독일의 화가, 프란츠 마르크 (Franz Marc)는 언젠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림 그리는 일은 다른 공간에서 다시 태어나는 행위이다.” 마르크에 의하면 또 다른, 가능한 공간에 대한 열망이 결국 화가로 하여금 붓을 들게 만든다고 한다. 그런데 이 말은 어째서 이정주의 시를 읽을 때마다 떠오르는 것일까? 가장 훌륭한 공간에서 머물면서 지고의 행복을 느끼려는 욕구야 말로 시인으로 하여금 창작에 몰두하게 하는 것일까? 2. 흔히 사람들은 이정주의 시가 초현실주의적 실험 정신을 연상시킨다고 말한다. 이는 틀리지 않지만, 그 자체 충분하지 못하다. 왜냐하면 이정주의 시 속에는 과거의 특정한 정신 사조와 비교할 수 없는, 어떤 독특함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독특함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즉 ..

19 한국 문학 2023.01.30

서로박: (1) 헉슬리의 유토피아, "섬"

1. 제3세계의 유토피아, 찬란한 장소의 섬: 올더스 헉슬리는 『멋진 신세계』를 발표한 지 30년 만에 또 다른 문학 유토피아를 설계하였습니다. 그것은 『섬』이라는 소설에 나타납니다. 이 작품은 이전의 작품만큼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만, 유토피아의 역사를 서술하는 데 있어서 생략될 수 없습니다. 왜냐면 이 작품에서는 이전의 디스토피아 작품과는 달리 제 3세계의 찬란한 삶이라는 장소 유토피아가 묘사되기 때문입니다. 『멋진 신세계』가 디스토피아 문학의 진수를 보여주는 데 비하면, 『섬』은 어떤 긍정적 유토피아의 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두 작품은 페터 퍼초가 말한 것과 같은 “반대되는 거울의 상”은 아닙니다. (Firchow: 178).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모어와 헉슬리가 묘사한 장소 유토피아의..

36 현대영문헌 2023.01.30

폐쇄적 유교 사회 versus 친구와 형제의 나라 (2)

(앞에서 계속됩니다.) 4. 공자의 팔은 밖으로 굽지 않는다.: 그래, 우리나라에서는 유교적 풍습이 온존해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애써 떠올리지 않습니다. 즉 불과 백 년 전에 한국인들은 상투를 매었고, 임금을 마치 하느님처럼 극진하게 모셨으며, 노예가 존재했고, 사대부는 첩을 거느리기도 하였다는 사실을. 그러나 우리의 습관 그리고 의식을 여전히 배후에서 장악하고 있는 것은 바로 유교적 잔재입니다. 정치 집단의 구조, 조직 사회의 씨족 문화를 생각해 보세요. 우리나라의 여러 조직들은 수직 구도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무엇보다도 "사대부 우월주의"가 아닌가요? 그러니까 (가장 앞서서 달리는) 독점 자본주의는 (가장 뒤에 처진) 씨족 이기주의와 결합되어 하나의 거대한 공룡 단체를 결성합니다. 모든 조직이..

2 나의 글 2023.01.28

폐쇄적 유교 사회 versus 친구와 형제의 나라 (1)

1. 빠름과 느림, 혹은 끈끈이주걱: 인터넷과 대중 매체로 인하여 누구나 세상이 참으로 빨리 돌아가는 것을 실감합니다. 불과 어제 접한 정보는 오늘에는 휴지통 속으로 사라집니다. 급변하는 시대의 물결에 부응하려면, 컴퓨터와 영어 실력을 기본적으로 쌓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합니다. 사이버 세상 속으로 빠져들면, 모든 게 자동적으로 검색됩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인간의 두뇌 속에 아무런 지식을 담을 필요가 없다고 착각합니다. 어리석은 자는 학생들이 그저 컴퓨터 조작법만 알면, 족하다고 말합니다. 젊은이들은 느릿느릿한 것을 싫어하지요. 오래된 골동품은 그들에게는 마치 사라진 고구려 시대처럼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느새 세상은 많이 변했습니다. 외부적 현실도 달라졌고, 인간 삶의 방식도 100년 전에 비해 엄청나게..

2 나의 글 2023.01.28

서로박: 푸코의 헤테로토피아

미셸 푸코는 인간 주체가 여러 사회적 국가적 기관에 의해 어떻게 이용당하고 자신의 고유한 자유를 구속당했는가를 추적해 왔다. 개인의 권리가 국가 기관에 의해 우롱당하고 억압당하는 경우는 역사적으로 수없이 나타난 바 있다. 푸코의 관심사는 특히 감옥, 성의 억압, 거대한 힘으로 작용하는 지식 등으로 향하고 있다. 그 까닭은 감옥이야말로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족쇄로서, 그 자체 인간의 사회적 삶에서 추악하게 작용하는 도구적 이성의 횡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푸코의 견해는 『계몽의 변증법』에 서술된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의 입장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일단 지식과 권력에 관한 이론을 살펴보기로 하자. 지식과 권력은 푸코에 의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세력으로 역사 속에서 기능하는 무엇들이다. 권력은..

26 유토피아 2023.01.28

(단상. 553) 한스 디트리히 겐셔

민주주의의 정당들은 상대방을 견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의 정책을 견제하기 위해서 존재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정당들은 상대방의 정책을 견제하면서 좋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 그리고 서로 토론하여 타협책을 찾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국회의원 가운데에 이를 무시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은 것 같다. 특히 국회의원들은 자신을 지지하는 당원과 유권자들만을 위해 정치하지는 말아야 한다. 비록 자신과 당이 손해를 보더라도 나라와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자가 진정한 정치가라고 말할 수 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독일의 외무부장관을 역임했던 한스 디트리히 겐셔Hans Dietrich Genscher는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지지에 부응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꺼냈다. 왜냐하면 그는 자..

3 내 단상 2023.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