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03 4

서로박: (2) 몽테를랑의 "젊은 처녀들"

(앞에서 계속됩니다.) 7. 가톨릭 방식의 결혼에는 이혼이 없다.: 세 번째 소설의 제목인 『선함의 악령Le démon du bien』은 그 자체 “형용모순oxymore”의 표현이다. 코스탈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에 처해 있다. 결국 그는 동정심과 긍휼의 감정 속에 자신을 내맡길 수밖에 없다. 솔랑주는 주인공과 만나 사랑을 나누지만, 정작 동침만을 거부하고 있다. 그럴수록 코스탈의 열정은 가슴속에서 꺼지지 않고 활활 타오를 뿐이다. 이때마다 솔랑주는 자신과 결혼식을 올리자고 요구한다. 그러나 코스탈로서는 가톨릭 방식으로 그미와 혼인하는 게 영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 가톨릭 방식의 결혼은 나중에 절대로 무효화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식의 결혼은 그의 마음에 하나의 부자유의 끈으로 다가온다..

33 현대불문헌 2023.01.03

서로박: (1) 몽테를랑의 "젊은 처녀들"

1. 위풍당당한 마초, 여성에 대한 경멸 그리고 인종주의: 이것은 앙리 드 몽테를랑 (Henri de Montherlant, 1895 – 1972)과 그의 문학에서 일차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이다. 몽테를랑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에 의용군으로 참가하였다. 이러한 체험을 바탕으로 발표된 소설 『꿈』(1922)에서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전쟁 영웅이 묘사되고 있다. 남성적 기개를 지닌 작가는 젊은 시절에 투우 경기에 몰입한 바 있으며, 이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의 소설 『소년들』이 2018년에 유정애의 번역으로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간행된 바 있다. 몽테를랑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독일의 작가, 에른스트 윙거Ernst Jünger를 닮았다. 절대로 흔들리지 않고 마음의 평정을 지키는 강인..

33 현대불문헌 2023.01.03

서로박: 장 파울의 거인 (2)

(앞에서 이어집니다.) 9. 친구와 연인, 사랑과 질투 그리고 소유욕: 로크바이롤은 어느새 바람둥이 남자, 사기꾼의 면모를 여지없이 드러냅니다. 어느 날 그는 알바노의 집에서 일하는 하녀를 유혹합니다. 하녀의 희디흰 속살이 그의 마음을 완전히 설레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로크바이롤은 어느 날 밤에 하녀를 데리고 어디론가 떠나서, 그미의 처녀성을 유린해버리고 맙니다. 나중에 그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지만, 그를 개망나니로 행동하게 했던 것은 욕정이 아니라, 젊음을 사랑하는 순수한 정념이라고 털어놓습니다. 그의 변명을 듣고 있던 주인공으로서는 로크바이롤의 행동을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알바노는 그에게 “더 이상 만나지 말자.”고 말하면서 절교를 선언합니다. 다른 한편 로크바이롤의 여동생, 리안..

40 근대독문헌 2023.01.03

서로박: 장 파울의 거인 (1)

1. 위대한 반고전주의 작가, 장 파울: 친애하는 P, 장 파울 (Jean Paul, 1763 – 1825)은 독일의 천재적인 반고전주의 작가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그밖에 프리드리히 횔덜린 그리고 클라이스트가 나머지 반고전주의 작가입니다. 장 작 루소에게서 영향을 받은 그는 독일 산문을 세계적 수준으로 올려놓았습니다. 그의 언어유희, 풍자와 예리한 암시적 표현 등은 후세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러나 그의 탁월한 문체 그리고 언어구사는 번역작업을 어렵게 하여, 영미권은 물론이며, 남한에서도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2. 감정의 온탕, 풍자의 냉탕: 오늘은 장 파울의 소설 『거인』을 언급하려고 합니다. 이 작품은 장 파울의 대표작으로서 동시대인들로부터 “감정의 온탕 그리고 풍자의 냉탕”..

40 근대독문헌 2023.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