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 43

서로박: 롱고스의 "다프니스와 클로에" (2)

(앞에서 계속됩니다.) 5. 가을 이야기: 제 2권에서 가을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대부분의 레스보스 사람들은 농사를 짓거나, 목자로 살아갔습니다. 목자들 가운데에는 필레타스라는 이름을 지닌 노인이 있었습니다. 필레타스는 우연한 기회에 다프니스와 클로에의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봅니다. 서로 얼굴을 붉히며 이를 주체하지 못하는 청소년 소녀가 바로 그들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필레타스는 젊은 남녀를 자신의 방으로 불러,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합니다. 이로써 다프니스와 클로에는 지금까지 한 번도 알지 못했던 마음속의 열병이 무엇을 뜻하는지 비로소 알게 됩니다. 말하자면 그들은 나이 많은 목자를 통해서 사랑과 성의 의미를 체득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필레타스는 다음과 같이 가르쳐줍니다...

37 고대 문헌 2023.02.27

서로박: 롱고스의 "다프니스와 클로에" (1)

1. 잘 알려진 고대의 연애 소설: 친애하는 L, 오늘은 고대의 연애 소설, 『다프니스와 클로에』에 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 소설은 고대 그리스의 연애 소설 가운데에서 어떤 독자적인 유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작가가 등장인물의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충실히 묘사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은 현대적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기에 충분합니다. 롱고스의 문장은 수려하며, 사건과 등장인물의 마음을 세밀하게 그리고 리드미컬하게 묘사한다는 점에서 과히 독보적인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특히 놀라운 것은 각 장을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로 나누어놓은 것도 농부의 작업을 위한 달력을 연상시키게 합니다. 봄이 사랑의 싹트는 시기라면, 여름은 사랑이 만개하는 시기이며, 가을은 사랑과 성..

37 고대 문헌 2023.02.27

담배, 잎담배 그리고 대마 (2)

담배의 꽃입니다. 마치 모든 젊은 여성들이 -잘 생겼든 못 생겼든 간에- 향긋한 청춘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듯이, 꽃 치고 아름답지 않은 꽃은 이 세상에는 없습니다. 담배 꽃은 주로 여름에 만개한다고 합니다. 위의 사진은 씹는 담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씹는 담배는 맛이 있으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우측 상단 플라스틱으로 "똥"처럼 감겨진 것이 씹는 담배입니다. der Kautabak 씹는 담배 씹는 담배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씹는 담배 속의 니코틴 함량은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인간의 체내에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일본 출신의 야구선수, 고질라 마쓰이도 씹는 담배를 즐겨 사용했습니다. 씹는 담배의 독성은 구강의 건강을 해치기도 합니다. 가령 씹는 담배는 잇몸의 ..

12 세계 문화 2023.02.26

담배, 잎담배 그리고 대마 (1)

8개월 동안 담배를 끊고, 유학을 떠났습니다. 담배값이 비싸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나는 양담배의 유혹을 떨치지 못했습니다. 다시 담배를 피우게 된 까닭은 고독한 생활 때문이었습니다. 양담배 피우면, 감옥에 가는 세상에서 자랐습니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형형색색의 유혹을 떨칠 수 있을까요? 담배는 중남미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콜럼버스에 의해서 유럽에 전해진 바 있습니다. 담배라는 말은 Tobacco에서 유래합니다. 선조들은 담배를 다음에 배우라는 뜻에서 "담배"라고 명명했습니다. (내가 지어낸 말이지요 ㅋㅋㅋ) 담배에는 니코틴이라는 중독성 물질이 함유되어 있어서 끊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정작 몸에 안 좋은 것은 니코틴이 아니라, 타르입니다. 캐리커처는 참으로 우습군요. 그런데 이것은..

12 세계 문화 2023.02.26

빈생 칼러보 그리고 생태 도시 (2)

미국의 인디언들은 다음과 같이 생각했습니다. "고래는 지구의 기억이며 시간의 수호자이다. 만약 고래가 사라진다면, 인간의 나날 역시 헤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Wale sind das Gedächtnis der Erde und die Hüter der Zeit.Wenn es die Wale nicht mehr gibt, sind die Tage der Menschen gezählt. " 언젠가 고래는 육지에 살던 동물인데 인간을 피해 바다로 떠났습니다. 살다보니 고래는 바다에 적응하게 되었고, 육지보다도 더 넓은 대양에서 헤엄치게 되었습니다. 사진은 고래의 눈을 보여줍니다. 고래는 은혜와 원한을 아는 동물입니다. 자신의 임을 죽인 인간을 20년 동안 기억하는 동물이 고래입니다. 인간은 동물들에게서 많은..

11 조형 예술 2023.02.25

빈생 칼러보 그리고 생태 도시 (1)

공간 유토피아는 유토피아의 구체적 면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도시계획의 영역과 매우 밀접한 관련성을 지닙니다. 아니나 다를까, 미국의 지질학자이자 사회 이론가인 데이비드 하비는 공간 유토피아를 위한 다양한 실험을 추진한 바 있습니다. 이를테면 데이비드 하비 David Harvey외에도 빈생 칼러보 Vincent Callebaut 라는 건축가는 미래의 유토피아의 공간을 위한 다양한 실험을 행했습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자립 경제 체제의 건축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집 자체가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는 놀라운 착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생태 도시 전체가 에너지를 활용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구상은 빈생 칼러보 건축 사무소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현대의 생태 도시는..

11 조형 예술 2023.02.25

서로박: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의 "질곡"

19세기 후반부의 유럽 사회는 –나라마다 약간의 편차는 있지만- 수직 구도의 가부장적 사회였다. 일부일처의 결혼제도는 기독교 윤리와 접목되어, 유일무이하게 정당한 삶으로 인정받았다. “가족 family”은 주지하다시피 어원상 “농부에 속하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가부장은 국가가 명하는 강령을 하달하는 존재로서 마치 군대의 상사의 역할을 담당한다. 시민 사회의 관습과 성 윤리는 오로지 “금기Tabu”만을 만들어내었다. 강제적 성 윤리로 인해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은 특히 이혼한 여성들이었다. 남성들은 홍등가에서 욕구를 해소할 수 있었지만, 여성들은 그렇지 못했다. 당시의 기혼녀들은 마치 가축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젊은 여성들이 결혼 외의 다른 방법으로 행복을 찾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게다..

32 근대불문헌 2023.02.24

(명시 소개) (3) 사랑과 평화를 위한 진혼곡. 문창길의 시 「지돌이할머니를 추모하며」

(앞에서 계속됩니다.) B: 그런데 한 가지 지적할 게 있습니다. 일본군인 가운데에서 지금까지 한 사람도 자신의 과거의 죄를 공공연하게 드러내며 양심적으로 고백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일본군인 가운데 지금까지 단 한 사람도 여성을 능욕한 다음에 살해한 범죄를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었습니다. 기이하지 않습니까? A: 기이하다기 보다는, 그것은 우리의 소름을 돋게 하는 집단적 망각입니다. 가령 전후 시대의 독일을 생각해 보세요. 유대인들에게 해악을 끼쳤던 독일 사람들은 수치심을 의도적으로 은폐하려고 했습니다. 과거의 죄는 나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마음가짐은 독일인 자신의 감정을 차단하는 심리적 방어기제가 된다는 것입니다. (박설호: 호모 아만스. 치유를 위한 문학 사회심리학, 울력 2017, 116쪽 이..

19 한국 문학 2023.02.22

(명시 소개) (2) 사랑과 평화를 위한 진혼곡. 문창길의 시 「지돌이할머니를 추모하며」

(앞에서 계속됩니다.) B: 시인은 자신의 “어머니 같은 혼을 이제야 맘 놓고 훠이훠이” 휘날릴 할머니를 떠나보내 드리려고 합니다. A: 할머니는 젊은 시절에 치욕과 수모를 겪고, 오랫동안 비탄과 자학으로 삶을 이어왔지만, 그래도 말년에는 자그마한 평온을 누렸습니다. 그렇기에 시적 자아는 지돌이할머니에게 이러한 평온과 작은 기쁨을 간직하기를 바랍니다. 여기에는 “짝사랑 같은 마음” 그리고 “아리랑 같은 어깨춤”도 포함됩니다. B: 뒤이어 시인은 동병상련의 친구들을 소환해내는군요. A: 네, 할머니들은 함께 지내면서 서로 우정을 나누었지요. 시인은 나눔의 집에 거주하는 할머니들의 특징을 하나씩 열거합니다. “자분자분한 귓속말”, “그렁그렁한 타박거림”, “맛깔 나는 춤 맵씨”, “섹시한 그림솜씨”, “조용..

19 한국 문학 2023.02.22

(명시 소개) (1) 사랑과 평화를 위한 진혼곡. 문창길의 시 「지돌이할머니를 추모하며」

문창길 시인의 시평을 다시 한번 정리하여 올립니다. 양해 부탁드리면서 OTL ..................... B: 오늘은 연대하는 민족시인 문창길의 시 「지돌이할머니를 추모하며」를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시집 『북국독립서신』(2019. 들꽃세상)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A: 문창길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은 『철길이 희망하는 것은』(들꽃 2002) 이후에 17년 후에 간행된 귀중한 시 모음집입니다. 시인은 평화, 상생 그리고 통일이라는 거대하고도 필연적 과업에 집중적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북국독립서신』은 민족의 아픔과 한이라는 주제에서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B: 시집의 전반부에는 일본군에게 끌려가 온갖 고초를 겪은 할머니들에 관한 증언의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를 놀라게 하는 ..

19 한국 문학 2023.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