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20전독문헌

박설호: (6) B. 트라벤의 망각된 독일 문학

필자 (匹子) 2023. 1. 28. 10:46

(앞에서 계속됩니다.)

 

9. 나오는 말

 

나는 자유롭기를 원한다. 나는 기쁠 수 있기를 원한다.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에 대해 기뻐하고 싶다. [..] 그렇지만 내 주위에 있는 다른 모든 인간들이 즐거워할 경우에만 나는 즐거울 수 있다.” (트라벤)

 

마지막으로 서문에서 제기된 질문에 관해 언급해 보자. 1. 어떠한 이유에서 트라벤은 인디언 문화를 통해서 황금만능주의 및 이윤 추구의 성향을 극복하려 했는가? 인디언 문화에 대한 트라벤의 애착은 하나의 이상인가, 아니면 유럽 문화로부터의 도피에 불과한가?

 

트라벤은 (유럽인들의) 개인주의적 세계관이 황금만능주의 내지는 이윤 추구 정신을 잉태시키는 것으로 파악했다. 무릇 과잉된 자기 보존 욕구는 나아가 재화 확장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창출한다. 더 이상 피해입지 않으려는 의식이 결국 타인에 대한 공격 성향으로 발전되는 것을 생각해 보라. 그로 인하여 개인과 개인은 부딪친다. 다른 한편 자아와 타인 사이에는 명확한 한계가 그어진다. 이에 비하면 인디언들에게 자아의 개념은 보다 광범하다. 그들의 자아 의지는 개개인으로 구분된 것이 아니라, 다수로서의 “우리”의 의지를 서로 포용 내지는 포괄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인디언들에게 소유 개념은 불분명하며, 때로는 아예 소유에 대한 의식이 없을 때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트라벤은 인디언의 공동체를 어떤 새로운 삶을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포착하였다. 실제로 유럽 사회의 개인주의적 삶의 여러 형태 (가족 체제의 파괴, 고독, 핵가족화 현상 등)는 자기 소외 내지는 사회적 문제점으로 나타나지 않는가? 한마디로 인디언 공동체는 트라벤에게는 결코 실현 불가능한 게 아니라, 하나의 가능한 이상이었다. 더욱이 멕시코 사회 내에 실제로 횡행하였던 진보적인, 다인종주의에 바탕을 둔 관용적 분위기를 생각해 보라. 실제로 멕시코의 다원주의적 삶의 형태는 트라벤의 입장을 뒷받침해 주었던 것이다.

 

2. (파시즘과 볼셰비즘과 같은) 전체주의적 사고는 어떤 전체주의적 거짓 유토피아를 위해서 개개인의 삶을 악용했는가? 이와 관련하여 트라벤 문학의 본질은 가령 막스 슈티르너 Max Stirner의 무정부주의적 성향과 어떠한 차이를 지니고 있는가?

 

첫 번째 질문에 관해서 우리는 신중한 자세로 답해야 한다. 왜냐하면 트라벤의 입장은 시대적으로 편차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트라벤은 스스로 어떤 정당에 가입하지 않는 이유를 “가장 고결하고 순수하며 진정한 인간애는 자신에 대한 사랑이다”라는 말로 답했다 여기서는 막스 슈티르너의 무정부주의의 영향이 크게 드러나고 있다. 그렇지만 트라벤은 슈티르너의 고립주의에 바탕을 둔 극단적 개인주의를 완강히 배척하였다. 따라서 트라벤 문학을 접할 때 우리는 주위 환경이 자신을 무정부주의자로 만들게 했다는 구스타프 란다우어 Gustav Landauer의 발언을 유심히 경청할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트라벤의 문학은 무정부주의적 경향을 띄고 있지만, 공동체로부터 완전한 도피 내지는 고립주의를 지향하지는 않는다.

 

3. 한 인간이 자신에게 주어진 직분이나 사회적 고리로부터 얼마만큼 벗어날 수 있으며, 사회적 제반 관계에 예속되지 않는다는 것은 진정한 자유와 무슨 함수 관계를 지니고 있는가?

 

가정, 단체, 국가 등으로부터 멀리 벗어나려는 노력은 어느 집단에도 예속되지 않으려는 인간의 몸부림이다. 특히 상기한 집단들이 개인에게 육체적 고통과 심리적 모멸감을 안겨줄 경우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그러한 노력은 필연적이다. 트라벤 문학은 주로 -(막스 슈티르너의 경우처럼) 자의 自意에 의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집단을 떠나야 하는 부류의 인간형을 집중적으로 조명하였다. 이는 역으로 고찰할 때 관료주의적 전체주의에 대한 혹독한 비판일 수 있다. 사람 자체보다 (그 사람의 주변적 특성을 말해주는) 증빙 서류를 더욱 중시하는 사회는 얼마나 관료적인가? 이러한 사회에서 순응해 나가는 인간의 유형은 다름 아니라 소시민이다. 증명서, 신원 조회 등은 모든 것을 전체주의적으로 통제하고 감시하기 위하여 만들어둔 게 아닌가?

 

감옥에서의 삶을 다룬 문학적 유형은 어쩌면 감옥 문학이라고 명명될지 모른다. 이에 비하면 트라벤의 문학은 어떤 의미에서 감옥 바깥의 삶을 다루고 있다. 만약 가정, 사회 그리고 국가가 집단적 감옥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말이다. 그렇기에 트라벤 문학은 감옥 문학의 새로운 유형으로 연구될지 모른다. 그렇다면 (가정을 포함한) 제반 단체, 국가 등은 트라벤의 주장대로 부자유의 소굴에 불과한가? 아니면 그것들이 자제, 책임 의식 그리고 합리적 질서에 토대를 둔 건강한 삶의 공동체인가? 하는 물음은 추상적인 질문에 불과하리라. 왜냐하면 그것은 구체적으로 누가 공동체에서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참고 문헌

 

1. Primärliteratur

- Traven, B.: Troza, WA. 10, Zürich 1989.

- ders.: Der Schatz der Sierra Madre, Berlin 1997.

- ders.: Die Baumwollpflücker, Berlin 1929.

- ders.: Die weisse Rose, Frankfurt a. M. 1983.

- ders.: Land des Frühlings, Frankfurt a. M. 1988.

- Marut/ Traven: Der Ziegelbrenner, III, 15, Berlin 1918.

- Das B. Traven-Buch, (hrsg.) Johannes Bek u. a., Reinbek 1976.

2. Sekundärliteratur

- Bumann, B. L.: B. Traven - realist and prophet, in: The Virginia Quarterly Review, Bd. 53, Nr. 1, Winter 1977, P. 73 - 85.

- Boos, David M.: The evolution of desire, New York 1994.

- Brecht, Bertolt: GW. Bd. 5, Frankfurt a. M. 1985.

- Eigenheer, Markus: B. Travens Kulturkritik in den frühen Romanen, Frankfurt a. M. 1993.

- Graf, Oskar Maria: Wir sind Gefangene, Berlin/DDR 1948.

- Guthke, Karl S.: B. Traven Biographie eines Rätsels, Frankfurt a. M. 1990.

- Kunert, Günter: Der letzte Indianer Europas, Hanzenberg 1983.

- Küpfer, Peter: Aufklären und Erzählen. Das literarische Frühwerk B. Travens, Diss., Zürich 1981.

- Las Casas, G. B.: Brevísma de la destruición de las Indias, Barcelona 1932.

- Lübbe, Peter: B. Traven und der Kommunismus, in: Text + Kritik, B. Traven München 1989.

- Machinek, Angelika: Die Travenologie, in: Text + Kritik, B. Traven, München 1989.

- Recknagel, Rolf: B. Traven. Beitrag zur Biographie, Leipzig 1966.

- Richter, Armin: B. Traven und die Münchner Zensur, in: Geist und Tat, Frankfurt a. M. 1970, H. 4, S. 225 - 233.

- Stirner, Max: Der Einzige und sein Eigentum, Leipzig 1892.

- 반경환: 한국 문학 비평의 혁명, 국학 자료원 1997.

- 윤시향: 타보리의 작품 세계, in: 양혜숙 편, 15인의 거장들, 현대 독일어권 극작가 연구, 문학 동네 1998.

-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돌베개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