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이탈스파냐

서로박: (2) 군주론, 혹은 마키아벨리의 고독

필자 (匹子) 2023. 1. 22. 09:22

(앞에서 계속됩니다.);

 

7. 『군주론』의 내용 (1): 상기한 집필 의도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군주론』의 네 가지 사항을 차례로 서술합니다. 제1장 – 제11장: 지배의 여러 가지의 유형이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A. 상속받은 권력에 관한 문제, B. 고립된 권력 체제에 관한 사항, C. 무기와 힘으로 정복한 권력의 특성, D. 범행을 통해 얻은 권력 체제, E. 권력의 유지 방법 등이 차례대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알렉산더 대제 이후에 권력의 공백이 발생하는 이유가 제4장에서 다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12- 14: 이 대목에서 마키아벨리는 새로운 군주의 권력을 실행하기 위한 당대의 전투적 기술적 도구에 관해서 분석합니다. 가령 A. 군대 조직과 용병에 관한 문제, B. 군인을 보조할 수 있는 의병의 문제 그리고 C. 군대 조직을 다스리는 방법 등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8. 『군주론』의 내용 (2): 제 15장 – 제24장: 여기에 속하는 아홉 개의 장에서는 정치의 인간학적 토대를 발굴하려는 지배자가 어떠한 정책을 펼쳐나가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가령 A. 지배자의 명성 유지 방법, B. 자선을 베풀고 절약하는 방법, C. 강경한 정책과 온건한 정책을 선택하는 방법, D. 권력자의 약속에 관한 문제, E. 요새 건설과 시설 관리에 관한 사항, F. 군주의 명성을 유지하는 방법, G. 신하들을 통제하는 방법 등이 차례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특히 제18장에 언급되는 사자와 여우에 관한 비유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압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제25장: 마지막 장에서 마키아벨리는 운명의 여신, 포르투나에 관해 언급하면서 책의 결론을 맺습니다. 마지막 제26장은 운명의 여신이 역사를 구성하는 에너지와 힘에 관한 사항을 내용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마지막 제26장은 이탈리아반도의 해방을 위해 구체적으로 행해야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9. 강제로 권력을 차지한 군주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미 언급했듯이 이탈리아의 공국들은 종교적 세력을 등에 업고 있거나, 권력 찬탈을 통해서 이룩된 작은 국가들입니다. 마키아벨리는 이러한 국가의 지배 유형을 서술하면서 지배의 형성 그리고 권력의 보존에 관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분석합니다. 제반 국가의 현상적 형태를 개관하려면, 저자는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하는 현실적 문제를 분명하게 구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마키아벨리가 중요하게 다루는 자들은 이른바 전쟁과 같은 무력을 통해서 이탈리아의 지역을 차지한 군주들입니다. 이들은 자신의 소유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오로지 기존의 세력을 무너뜨리기만 하면 족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밖의 다른 체제를 그대로 남겨두게 되면, 정복된 국가의 인민들은 이에 대해 반대하거나 저항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10. 현실은 선한 지배자를 요청하지 않는다.: 마키아벨리는 군사적 무장에 관한 세부적 사항을 언급한 다음에 동년배의 인문학자 에라스뮈스 로테르담의 “군주의 지침서” 『기독교 제후를 위한 가르침 Institutio Principis Christiani』(1517)을 인용합니다. 에라스뮈스는 성스러운 군주가 되려면, 지배자의 품성을 연마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마키아벨리는 에라스뮈스의 주장과는 다른, 급진적인 견해를 발전시킵니다. 여기서 마키아벨리의 입장은 무엇보다도 피렌체 공화국의 정치가로서의 경험적 견해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마키아벨리는 일개 역사 연구 내지는 공국의 정치를 보좌하는 업무를 통해서 자신이 내부의 권력 그리고 공국 사이의 권력 다툼에서 거의 수동적으로 내맡겨져 있음을 절감하고 있었습니다. 나라를 수호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절감했으며, 이를 문헌으로 남겼습니다. 마찬가지로 새로운 군주는 통상적인 평범하고도 선한 정책으로는 소기의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게 마키아벨리의 지론이었습니다.

 

11. 인간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무기는 법과 폭력이다.: 마키아벨리는 마치 프랑스의 작가, 사드 백작처럼 인간 내면의 비-도덕성에 호소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는 사회적 상황이 비인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에 일차적으로 주목합니다. 주어진 현실은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는 당위적 요청과는 엄청난 괴리감을 보여주었습니다. 실제 현실에서 인간 존재는 크고 작은 폭력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폭력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막강한 힘을 지닌 채 자신의 힘을 키우고, 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키아벨리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 두 가지 종류의 무기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 하나는 법이며, 다른 하나는 폭력이다. 법이 주로 인간이 활용하는 무기라면, 폭력은 주로 동물들이 사용하는 무기다. 그렇지만 법만으로는 인간은 충분하게 자기 자신을 방어할 수 없으므로, 우리는 다른 방법을 동원하지 않을 수 없다.”

 

 

12. 정치적 상황이 권력자에게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활용하게 한다.: 사회의 내부에서 그리고 국가와 국가 사이에서 어떤 극한적 대치 상황을 맞이하게 되면, 지배자는 폭력이라는 무기를 사용하는 정책을 숙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마키아벨리가 처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상황은 지배를 위한 법적 수단 대신에, 지배를 위한 동물적 수단을 모색하도록 요청합니다. 정치적 무질서가 횡행하고 있었으며, 인민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여러 공국은 외부의 침입 가능성에 철저하게 대비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보완하는 두 번째 중요한 문헌에 해당하는) 『티투스 리비우스의 첫 번째 열권에 관한 논문』에서 로마 공화국의 법질서와 헌법 질서야말로 이탈리아 사람들이 반드시 답습하고 모방해야 하는 정치 질서의 모델이라고 소개한 바 있습니다. 여기서 그는 법과 폭력을 서로 구분할 필요 없이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실천은 결코 가식적인 도덕이라고 폄훼될 수 없다고 합니다. 16세기 초 이탈리아의 정치적 상황은 어쩔 수 없이 법과 폭력을 동시에 활용하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13. 고전 정치학이 『군주론』에 끼친 영향: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는 사람은 저자의 냉엄한 현실 분석 그리고 신랄하고도 집요한 정책에 한편으로는 찬탄을 터뜨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소름끼치는 충격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잔인하고 냉엄한 권력 행사 그리고 무자비한 술수를 용인하는 마키아벨리의 정치관이 오로지 16세기 초의 이탈리아의 현실적 정황에 비롯된 것이라고 단정 지울 수만은 없습니다. 마키아벨리는 당시 이탈리아의 휴머니스트들과 마찬가지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그리고 고대 로마의 역사를 통찰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제5장은 마키아벨리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습니다. 가령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인간학적 유형으로 구분한 바 있습니다. 그의 주장은 원래 헤시오도스에게서 비롯된 것인데, 나중에 괴테 그리고 니체에게도 영향을 끼친 바 있습니다. 상기한 내용과 관련하여 마키아벨리는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탁월한 인간 가운데에는 국가를 다스리고 개혁하기 위한 기회를 직접 얻지 못했기 때문에 다만 글을 통해서 바람직한 나라 그리고 이에 해당하는 법을 서술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가령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철학자들입니다.

 

14. 네 가지 개념, “미덕”, “기회”, “명성” 그리고 “운명”: 예컨대 아리스토텔레스는 나라를 다스리는 데 있어서 인간이 필요로 하는 네 가지 개념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것은 “미덕virtù”, “기회occasione”, “명성fama” 그리고 “운명fortuna”을 가리킵니다. 이것들은 신화의 영역에서 언급되는 범주인데, 마키아벨리는 이러한 범주들을 자신의 정치 이론에 과감하게 적용합니다. 이를 통해서 그는 역사의 과정, 개별적 삶의 과정 그리고 개인 삶의 행적 등이 얼마나 (스토아학파 사람들이 추적한) 우주의 보편적 질서에 의존하는가를 구명하려고 했습니다. 첫째로 “미덕”은 우주의 질서를 설정하는 광대무변한 에너지를 상징합니다. 이러한 힘은 어느 특정한 시간 속에서 재능 넘치는 인간에게 주어집니다. 이것이 바로 두 번째 사항에 해당하는 “기회”를 가리킵니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 이러한 기회가 주어지는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재능 있는 인간은 이러한 기회를 사전에 준비하면서, 세 번째 개념에 해당하는 “명성”을 쌓아갑니다. 세 가지 특징을 통해서 나라를 다스리기 위한 자신의 모든 계획은 역사 속에서 구체적으로 출현하게 됩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