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독일)동화

서로박: 에테아 호프만의 '황금냄비'

필자 (匹子) 2020. 12. 14. 19:21

 

오늘은 E. T. A. 호프만 (1776 - 1822)의 소설 "황금 냄비"에 관하여 언급하려고 합니다. 이 작품은 1814년에 처음으로 간행되었습니다. “새 시대의 어떤 동화”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작품 속에는 시민적 일상의 세계 그리고 동화의 신비로운 세계가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때로는 병렬적으로 때로는 중첩된 채 전개되고 있습니다. ?황금 냄비?는 작가의 말대로 “요정과 같이 놀라운 기적”을 흔하기 짝이 없는 일상적인 삶과 대비시키고 있습니다. 작가와 동시대인들은 이 작품을 호프만의 대표작으로 간주하였습니다.

 

 

E.T.A. 호프만 

 

주인공 안젤무스는 꿈꾸는 문학청년입니다. 그는 일상 삶의 일을 행하는 데에 무척 서투르지만, 수려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는 승천일 저녁에 드레스덴의 엘베 강가 말오줌나무 숲 속에 앉아서 흐릿한 공상에 잠겨 있습니다. 이때 “녹색을 띈 작은 황금 뱀 세 마리”가 그의 눈앞에 어른거리는 게 아니겠습니까? 뱀은 사람의 목소리로 이상한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일순간 자신의 오관을 의심합니다. 자신이 술에 취했는지, 광증에 사로잡혔는지 아니면 병들었는지 모른다는 착각에 사로잡힙니다. 어느 날 교감 파울만은 즐거운 사교 모임을 개최하는데, 주인공은 이 모임에 참석합니다. 교감의 딸 베로니카는 젊고 아름다운 주인공의 모습에 넋이 나갑니다. 바로 이 때문에 등기 관리인, 헤어브란트는 주인공을 몹시 시기하게 되지요. 주인공은 여러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공상적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때 헤어브란트는 주인공이 더 이상 공상적인 이야기를 지껄이지 못하도록 방해했던 것입니다.

 

그 다음 날 주인공은 도서관의 서고에서 일하는 린트흐르스트라는 남자를 만나, 그와 사귀게 됩니다. 주인공은 린트호르스트를 위해서 아라비아의 콥트 지방의 귀한 원고를 복사해 주기도 합니다. 비록 헤어바르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게, 껄끄러웠지만, 안젤무스는 친구를 위해서 그렇게 했던 것입니다. 나중에 린트호르스트는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서 주인공을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갑니다. 린트호르스트의 집은 마력의 제국이었습니다. 그의 집은 도서관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기이한 물건들로 가득 차 있었지요. 그의 집은 신비롭고도 이국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마법의 공간이었던 것입니다. 린트호르스트의 집 뒤에는 마력의 빛으로 은은히 밝아오는 거대한 성으로 이루어진 정원이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기적 같은 광경에 안젤무스는 한편으로는 소름이 끼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나 말할 수 없는 행복감에 사로잡힙니다.

 

이때 주인공은 린트호르스트의 세 딸을 만납니다. 세 딸 가운데 막내딸 세르펜티나가 가장 그의 마음에 들었습니다. 불현듯 주인공의 마음속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연정이 꿈틀거리며 솟구치는 게 아니겠습니까? 나중에 안젤무스는 성의 정원에서 그미를 다시 만나게 됩니다. 이때 그미의 용모는 주인공에게 어떤 기이한 분위기를 연출하였습니다. 아름다운 처녀 세르펜티나의 날씬한 몸은 순간적으로 작은 뱀으로 중첩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말하자면 린트호르스트의 세 딸은 놀랍게도 주인공이 맨 처음 목격한 세 마리의 뱀이었던 것입니다.

 

안젤무스는 성의 정원에서 황금 냄비를 처음으로 바라봅니다. 그것은 이른바 사람들에게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냄비로서 세르펜티나의 소유물이었습니다. 황금 냄비는 너무나 세심하게 닦여져 있어서 거기에는 모든 형체들이 황금빛으로 반사되고 있었습니다. 안젤무스의 얼굴 역시 그 속에서 유동하고 있었지요. 세르펜티나를 통해서 주인공은 린트호르스트의 운명에 관한 이야기를 접하게 됩니다. 전생에 린트호르스트는 불도롱뇽이었다고 합니다. 전생에 죄를 저지른 린트호르스트는 가난하고도 천박하게 살아가야 하는 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린트호르스트에게 내린 벌은 세 딸이 제각기 마치 안젤무스와 같이 순박한 시적 정서를 지닌 젊은 남자와 결혼할 때까지 계속된다는 것이었지요. 주인공은 그미에게 영원히 함께 살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러나 어느 사과 요정이 나타나서, 이를 방해하려고 합니다. 사과 요정은 용의 털 그리고 사료용 무 사이에서 태어난 자입니다. 또한 그미는 안젤무스가 포에지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온갖 방해 공작을 서슴지 않습니다.

 

춘분 날 저녁 사과 요정은 주인공에게 거울을 보여줍니다. 그미는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능력을 동원하여 마력의 거울을 손수 만들었던 것입니다. 거울 속을 들여다 보니, 그 속에는 교감의 딸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베로니카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채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안젤무스는 이러한 상을 바라는 순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이로써 그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었던 시적 정서는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맙니다. 안젤무스는 린트호르스트를 통해서 경험하게 된 모든 것 그리고 세르펜티나 등을 망각하려고 합니다. 그는 오로지 베로니카만을 사랑하리라고 결심합니다.

 

 

 

사과 요정의 실제 모습 

 

이제 린트흐르스트의 정원은 주인공의 눈에는 초라하기 짝이 없는 헛간 내지는 온실로 비칠 뿐입니다. 그토록 아름답다고 여겨지던 도서관 역시 부자연스럽고 어색한 공간에 불과합니다. 주인공은 린트호르스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어느 원고를 잉크로 얼룩지게 만듭니다. 이때 사과 요정의 예언은 사실로 드러나게 됩니다. 말하자면 주인공은 실수로 인하여 “수정으로 만들어진 병 속으로” 추락하게 된 것입니다. 도서관 내의 야자수는 어느새 불을 품어대는 거대한 뱀으로 돌변하게 됩니다. 뱀이 품어대는 화염은 주인공이 갇혀 있는 병을 단단하게 변화시킵니다. 이때 주인공은 시민 사회의 거의 질식할 것 같은 편협함을 생생하게 체험하게 됩니다. 시민 사회 사람들의 편협함이 그의 가슴을 마구 짓누릅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이를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령 다섯 명의 사람들 역시 수정으로 만든 병에 갇혀 있는데, 이들은 주인공과는 달리 편안하게 살고 있다고 느낍니다.

 

결국 안젤무스는 세르펜티나를 선택합니다. 그러나 사과 요정은 다시 이를 방해하려고 합니다. 말하자면 그미는 안젤무스가 베로니카와 결혼하여 평범하게 살기를 원했던 것입니다. 사과 요정은 린트호르스트와 불꽃 튀기는 전투를 벌입니다. 이때 주인공은 세르펜티나와 함께 떠납니다. 사랑하는 향한 곳은 영원히 축복 받을 수 있는 아틀란티스의 기사 성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황금 냄비에 백합꽃이 만발한 것을멀거니 바라봅니다. 그들은 백합이 기사성에 사는 두 사람의 행복과 안위를 지켜주는 식물이라고 믿습니다.

 

결국 교감의 딸, 베로니카는 추밀원 고문관으로 임명된 헤어바르트와 결혼합니다. 이로써 그미의 꿈은 전적으로 성취되는 것과 같이 보입니다. 마지막에 안젤무스는 린트호르스트와 대화를 나눕니다. 주인공은 시인의 가치 있는 삶을 찬양하고 시심 (詩心) 속에 파묻혀 살고 싶다고 말합니다. 린트호르스트는 주인공에게 화주 (火酒) 한 잔을 건네줍니다. 이때 술잔에서 마치 불 도롱뇽의 불길이 솟아오릅니다. 린트호르스트는 술을 건네주면서 주인공의 삶이 포에지를 통해서 성취될 수 있다고 암시합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주인공은 자신이 결코 아름다운 세르펜티나와 함께 아틀란티스의 기사 성에 머물 수 없습니다. 그는 실제 현실에서는 가난하고 비참한 일상 속에 내동댕이 쳐져 있습니다. 주인공은 바로 이 점을 한탄하게 됩니다.

 

호프만은 ?황금 냄비?를 통하여 환상적 이야기를 동방의 요정 이야기와 접목시켰습니다. 독일의 소설가 빌란트 Wieland 역시 환상적인 이야기를 발표했습니다. 그렇지만 빌란트의 이야기는 일상을 패러디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작가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려고 했을까요? 그것은 다름 아니라 일상적 인간을 깨우치려는 욕구와 관련됩니다. 다시 말해서 일상적 인간은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접함으로써 삶 속에는 결코 권태롭지 않은 부분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호프만은 때로는 긍정적인, 때로는 부정적인 입장으로 모든 것을 서술하였습니다. 호프만의 '황금 냄비'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우리는 곳힐프 하인리히 슈베르트 (G. H. Schubert)의 「자연 과학의 밤의 측면에 관한 견해」 (1808), 셸링 Schelling의 자연 철학에 관한 일련의 논문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