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독일)동화

농부와 금세공업자

필자 (匹子) 2020. 12. 7. 09:28

아래의 동화는 근검 절약을 은근히 강요하는 동화로서 교훈적인 측면에서는 그다지 반길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동화는 유럽의 교과서에 자주 실렸다. 우리는 아래의 글을 비판적인 관점에서 읽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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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작은 밭을 가꾸는 농부는 숲에서 목재를 마련하여 차에 실은 다음 도시로 향했다. 도중에 그는 마녀 한 사람을 차에 태워주었다. 마녀는 감사의 표시로 금반지 하나를 농부에게 건네주었다. 이때 마녀는 한 가지 사항을 귀띔해준다. 즉 반지는 마력을 지니고 있는데, 손가락에 끼어있는 반지를 돌리기만 하면, 한 가지 소원이 실제로 이루어진다는 것이었다. 농부는 도시에서 목재를 내려놓은 다음에, 반지의 가격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려고 금세공업자를 찾아갔다. 금로서의 가치는 별로 크지 않았다.

 

문제는 농부가 마녀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금세공업자에게 전했다는 사실이다. 금세공업자는 화들짝 반기면서, 농부에게 친절을 베풀기 시작한다. 농부에게 포도주를 권하면서, 날도 어두웠으니 자신의 집에서 하룻밤 묵고 가라고 간청하였다. 농부가 사랑방에서 잠이 들었을 때, 금세공업자는 농부의 손가락에 끼어 있던 반지를 빼내어, 자신의 공장에서 똑같은 가짜 반지를 제작하였다. 뒤이어 그는 농부의 손가락에 가짜 반지를 끼워놓았다. 동이 틀 무렵 농부는 자신의 집으로 향해서 길을 떠난다.

 

뒤이어 금세공업자는 훔친 반지를 돌리면서 다음과 같이 외쳤다. 사십만 탈러를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나의 소원을 들어주세요. 바로 이 순간 천장 위에서 수많은 동전이 마치 비 오듯 쏟아지기 시작했다. 동전이 얼마나 많았던지, 금세공업자의 목과 머리 위까지 차올랐다. 순식간에 사십만 탈러의 동전이 그의 몸 전체를 뒤덮고 말았던 것이다. 아침 무렵 금세공업자는 시체로 발견되었다. 금세공업자의 가족들은 슬픔에 잠겼으나, 하루아침에 수많은 돈을 유산으로 물려받게 되었다. 그들은 신의 축복이 한꺼번에 들이닥치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유산을 공평하게 나누어 가졌다.

 

놀라운 사건이 벌어지는 동안 농부는 집에 도착하여, 아내에게 반지의 효력에 관하여 보고했다. 뒤이어 농부의 아내는 반지를 굴리면서 한 가지 소원을 빌려고 하였다. 자신의 경작지에 인접한 작은 땅뙈기를 소유하는 게 소원이라는 것이었다. 이때 농부는 아내의 말을 가로막으면서, 설득했다. 즉 충분히 숙고한 다음에, 시간적 여유를 가지자는 것이었다. 더욱 열심히 일하여 많은 목재를 도시로 배달하였는데, 그 수익금으로써 결국 아내가 원하던 땅뙈기를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후에도 농부의 아내는 자신의 마음속으로 다른 소원을 빌었는데, 이는 농부로 하여금 더욱더 열심히 일하도록 자극했고, 두 사람은 말년에 풍족할 정도의 재산을 모으게 되었다. 나이든 부부는 부자가 되어서 반지의 효력을 까마득히 망각하게 되었다. 두 사람이 죽자 그들의 아들들은 시신을 반지와 함께 땅속에 묻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