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독일)동화

서로박: 그림 형제의 동화, 민담

필자 (匹子) 2020. 10. 11. 16:56

야콥 그림 (1785 - 1863) 그리고 빌헬름 그림 (1786 - 1859)의 동화 모음집은 1812년 두 개의 부분으로 나뉘어져 간행되었다. 1부에는 86개의 동화가, 2부에는 72개의 동화가 실려 있다. 3부에 해당되는 책은 약간씩 변조된 동화 그리고 각주 모음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10년 후에 간행되었다. 이 책은 동화에 대한 첫 번째 학문적 서적이다. 그림 형제의 동화는 브렌타노와 아르님이 모은 "소년의 마술피리"에 자극을 받은 것이다. 당시 브렌타노와 아르님은 구전되어온 오래 전의 전설 그리고 동화등에 의한 가요 집을 보완하려고 의도했는데, 이는 그림 형제에 의해서 이행된 셈이다.

 

그림 형제는 인민의 입으로전해 내려오는 모든 것들은 가급적이면 순수하게, 어떠한 가식도 첨가하지 않고 미화시키지 않은 채 방언의 고유한 특성을 그대로 살리면서 조금도 꾸밈없이 정확하게 기술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왜냐하면 두 사람은 동화와 민담 속에는 잃어버린 것으로 간주되는, 독일의 근원적 신화가 보존되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야콥 그림은 아르님에게 보낸 편지에서 포에지의 근원 내지 총체적인 개념으로서의 인민 동화 (Volksmärchen)”낭만주의의 예술 동화 (romantisches Kunstmärchen)”와 구분하였다. 인민 동화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자연 포에지인데, 이것은 공동적 인민 영혼의 어떤 비합리적 창조행위에서 탄생하는 무엇이다. 이에 비하면 낭만주의 예술 동화는 어떤 단순한, 주관적이고 개인적으로 직조되는 인공적인 포에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야콥 그림은 인민 동화를 구조해야 한다고 굳게 믿었다. 인민 동화는 시간이 흐를수록 잊혀져가기 때문에 보존되어야 한다.

    

 

나아가 그림 형제가 인민 동화를 추적한 작업은 나름대로의 어떤 정치적 이유를 지니고 있다. 그들은 독일이 가장 비참한 부자유의 질곡 속에 묶여 있는 데 대해 쓰라린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그들은 인민 동화의 연구를 통해서 독일 민족의 본질을 추적하고 싶었다. 이로써 독일인들은 그들의 정치적 유토피아를 간접적으로 접하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과거에서 하나의 위안을 찾을 뿐 아니라, 희망을 찾았다. 이는 또 다른 시대로 되돌아가려는 욕구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었다.”

 

그림 형제가 모은 인민 동화는 무려 240종이나 되었다. 그들은 약 40여명의 저자들을 원용했고, 30여권의 책자를 직접 사용하였다. 서문에 씌어져 있듯이 구전된 텍스트들은 몇 가지 예외 사항을 제외하면 헤센 지방에서 유래하며, 그림 형제의 고향인 마인, 하나우 지역에서 발견된 것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동화의 삼분의 일 분량은 베스트팔렌 지역에서 발견된 것이다. 예컨대 드로스테 휠스호프의 자매들 그리고 학스트하우젠 집안 사람들은 동화들을 발굴하여, 이것들을 그림 형제에게 보냈던 것이다. 그밖에 여러 사람들이 동화 모음집을 위해서 도와주었다. 실제로 동화 모음에 도움을 준 사람들은 시민 귀족 혹은 중산층에 속하는 여성들이었다. 그렇지만 그림 형제가 몇몇 미완성의 단편 동화들을 약간 수정했는지의 여부는 오늘날에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림 형제 이전에도 더러의 사람들은 동화를 모았다. 지오반 스트라파롤라 (G. Straparola), 바실레 (Basile), 샤를르 페로 (Ch. Perrault), 무제우스 (Musäus), B. 노이베르트 (B. Neubert) 그리고 루드비히 티크 (L. Tieck) 등이 그들이다. 그렇지만 독일 인민 동화의 고유한 양식을 그대로 드러낸 사람은 그림 형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림에 의해서 인민 동화가 우화, 전설, 소극, 신화 등으로부터 구분되었다.

 

동화는 초현실적 마력의 세계를 다루기 때문에, 장소와 시간의 법칙을 일탈한다. 동물은 직접 말하고, 사물들이 그들의 고유한 삶을 살아간다. 그럼에도 이러한 사실들이 작품 내에서 전혀 이상하거나 기이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빌헬름 그림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신화와 전설은 기상천외하고 놀라운 내용을 지니고 있다. 그렇지만 초감각적인 내용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일상적이고, 잘 알려진 현재의 내용에 근친하다. 이에 반해 동화는 주어진 세계로부터 등을 돌린 채, 방해받지 않는 가장 평화로운 장소를 지니고 있다.”

 

동화의 등장인물의 수는 정해져 있고 분명히 감지되지만, 그들은 행동 반경 내지 주어진 상황을 그대로 성찰하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은 개인, 유형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대체로 동화는 두 개 혹은 세 개의 사건에 의해 전개된다. 동화의 내용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이루어져 있다. 맨 처음 이야기는 가난, 죽음 직전의 상황 등과 같은 어려운 처지를 보여준다. 이때 선한 영웅이 나타나, 예기치 못하게 동물이나 사물의 도움을 받고 지혜 그리고 용맹성을 발휘한다. 그리하여 주인공은 마지막에 근심 없이 살아간다. 이야기 속에 나타나는 유형들은 선과 악으로 분명하게 구분되어 있다. 나아가 동화에는 터부와 금기 사항, 수수께끼와 상징적 제스처가 간간이 뒤섞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