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문학 이론

서로박: 프로이트의 '시인과 상상행위'

필자 (匹子) 2023. 12. 7. 11:27

지그문트 프로이트 (S. Freud, 1856 - 1939)의 「시인과 상상 행위 (Der Dichter und das Phantasieren)」는 1908년 베를린에서 발표되었다. 프로이트는 이 글을 통하여 문학에 대한 정신 분석 이론을 처음으로 집중적으로 규명하려고 한다. 그는 창작 행위를 무엇보다도 예술적 행위와 유년의 유희 사이의 유사성으로 규정한다. 이에 관해 구조적으로 숙고할 때 떠오르는 것은 다음과 같다. 즉 어른은 현실 원칙의 요구에 따라 유년기에 품었던 경험을 체계화시킨다. 이로써 어릴 때 유희속에서 얻은 쾌락의 경험은 나중에 판타지 그리고 낮꿈으로 대치된다.

 

프로이트는 포에지의 생산을 낮꿈에 대한 일치로 파악하고, 포에지와 낮꿈을 성적인 그리고 나르시스적인 충동으로 귀결시킨다. 모든 예술 창조는 프로이트에게는 “자아”라는 위풍당당함에 의해 집결되고 있다. 예술은 무엇보다도 꿈과 낮꿈으로써 심리적 탄생과 관계를 맺는다. 유토피아적 그리고 이기적 판타지는 현재의 위기에 대응하여 출현한 것인데, 이는 지나간 유년의 경험적 상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체험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행복한 자는 결코 판타지를 떠올리지 않는다. 오로지 불행한 자만이 낮꿈을 꾼다. (Der Glückliche phantasiert nie, nur der Unglückliche.)”

 

 

문학 텍스트는 유년 시절의 개인적 경험 혹은 젊은 인간의 세속적인 꿈을 기술한 것이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갈망의 변형이다. 실제로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에서 시 텍스트의 법칙을 전이 (転移), 응축, 상징화 등으로 명명한 바 있다. 다시 말해서 시 작품속에서도 꿈속과 마찬가지로 어떤 갈망이 전도되어 있거나, 압축되어 있으며, 혹은 원래의 의미가 알레고리적 상속에 상징적으로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문학 텍스트는 심리적 상태의 균열 내지 분화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가령 개별적 인물상의 창조에서 분명히 원용되고 있다.

 

대신에 프로이트는 미의 특수성을 다만 추상적으로 규정할 뿐이다. 그러니까 그는 “시 예술 (Ars poetica)” 내지 미학 이론의 조직적인 정립을 처음부터 의도하지 않았던 것이다. 미 (美)란 -프로이트에 의하면- 한편으로는 낮꿈에 대한 사고와 유사하게 개인적 이기적 특성을 사라지게 하는 능력을 지니며, 다른 한편으로는 거대한 쾌락을 깊은 심리적 근원으로부터 일탈 내지 해방시키도록 작용한다고 한다.

 

프로이트의 「시인과 상상 행위」는 역사적으로 조건화되어 있다. [그렇기에 본고는 시인의 판타지에 대한 보편 타당한 이론을 정착시키지는 못한다.] 프로이트의 논문은 기껏해야 남성적 여성적 판타지에 대한 구분만을 인식하게 해 준다. 예컨대 텍스트 선정 및 페미니즘적 관심 등은 프로이트 문학 연구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또한 프로이트는 텍스트의 미시적 분석에만 집착하여, 텍스트와 미학 사이의 유기적인 기능에 대해서도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러한 결함은 어디서 비롯하는가? 당시 문학에 대한 프로이트의 관심사는 무엇보다도 정신 분석학의 우주적 효용성을 획득하기 위한 욕망에서 비롯한 것이다. 따라서 프로이트의 문학 연구는 정신 분석학의 이론적 확장 내지 적용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할 뿐이다. 따라서 프로이트의 문학 연구는 [학문 이론의 의미에서 고찰할 때] 텍스트를 치밀할 정도로 철저히 분석해야 하는 그러한 요구를 가로막고 있다.

 

나아가 프로이트의 서술에서는 해석학적 뿐 아니라, 반사회적, 비유적 그리고 환유적 (metonymisch) 특성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니까 오로지 “꿈의 해석”에서 대상과 방법이 근접할 뿐이다. 다른 논문과 마찬가지로 「시인과 상상 행위」는 하나의 화자를 분석자로 규정하고, 프로이트가 알지 못하는 학문적 문학적 논의를 개진하려고 한다. 프로이트 텍스트의 이러한 조심스럽고도 신중한 특성은 나중에 해체주의적 문학 분석가들에게 텍스트 접근에 대한 범례를 제공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