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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박: 캄파넬라의 옥중 시선 (16)

캄파넬라의 "시인들에게" 해설 캄파넬라는 어린 시절부터 종교적, 정치적 그리고 지적 현실 앞에서 현자로서 사고하고 행동했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수사들, 정치가들 그리고 지식인들에게 나름대로 영향을 끼치려고 하였지, 오로지 시인으로서 두각을 나타내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위의 시에서 자신이 시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신의 작품은 단테 Dante의 그것과 비견될 수는 있지만, 아리오스트 Ariost, 타소 Tasso 등의 그것과는 철저히 구분된다는 것입니다. 현대 시인들은 주어진 현실의 삶의 조건을 은폐시키고 있습니다. 그들은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권력, 지식 그리고 종교 등이 몰락한 것을 명징하게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진선미를 왜곡시키고 있다..

22 외국시 2015.11.11

서로박: 캄파넬라의 옥중 시선 (15)

시인들에게 침묵의 대가는 오만으로 나타나고 경배는 아첨으로 둔갑하지, 우정은 제식으로 그리고 오성은 술수로, 사랑은 욕망으로, 아름다움은 치장으로, 고마워라, 시인들이여, 너희가 언젠가 이전 세계에 출현했던 여러 미덕, 비밀들, 신의 위대함이 아니라, 거짓 영웅, 사악한 기쁨, 허상과 광기만을 노래하니. 자연의 작품들은 너희 예술품보다 더 놀랍고, 너희의 노래보다 더 달콤하다. 허상을 밝혀주고 진리를 드러내고 있으니. 그래도 우화만 인정해주리라, 역사를 거짓으로 마구 포장하지 않고, 악덕에 대항하여 무장하는 인간을 다루니까. A’poeti In superbia il valor, la santitate passò in ipocrisia, le gentilezze in cerimonie, e ’l senno..

22 외국시 2015.11.11

서로박: 캄파넬라의 옥중 시선 (14)

(앞에서 계속됩니다.) 그렇다면 캄파넬라는 정말 자살하려고 자신의 감방에 불을 질렀을까요, 아니면 광인으로 이해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의도적으로 불을 지른 것일까요? 이에 관해서 우리는 그저 유추할 수밖에 없습니다. 캄파넬라는 기독교 신앙에 대해서, 아니 로마 가톨릭 신앙의 이데올로기에 대해서 처음부터 비판적인 견해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가난 때문에, 배움에 대한 애틋한 열망 때문에 도미니크 사원에 들어갔지만, 교단의 철저한 규정에 대해서 그리고 이를 맹목적으로 신봉하는 수사들에 대해서 비판의 칼날을 세우곤 하였습니다. 사실 로마 가톨릭의 계율에 의하면 자살은 그 자체 절대로 행해져서는 안 되는 반윤리적 행위라고 합니다. 언젠가 아우구스티누스는 『신국론』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기실 기독교 역사를..

22 외국시 2015.11.11

서로박: 캄파넬라의 옥중 시선 (13)

(앞에서 계속되는 글입니다.) "침대를 불지르고 미쳐버린 Di se stesso, quando, ecc." - 이 소네트는 추측컨대 1602년에 완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1599년에 캄파넬라는 일시적으로 자유의 몸이 됩니다. 이때 그는 칼라브리아에서 폭동을 일으키는 젊은이들을 만납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에스파냐의 폭정으로부터 벗어나려면, 거대한 무력 투쟁을 감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가득 차 있었지만,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었습니다. 캄파넬라는 이들을 만나, 자신의 신권주의에 입각한 공산주의 사고를 전하면서 그들을 돕겠다고 약속합니다. 혁명의 시대는 점성술을 통해서 이미 검증되었다고 말하면서 동지들의 의지를 강화시킵니다. 그런데 캄파넬라는 다시 체포됩니다. 그의 ..

22 외국시 2015.11.11

서로박: 캄파넬라의 옥중 시선 (12)

"침대를 불지르고 미쳐버린" 시의 이해를 위한 두 가지 사항: 1. 이 시에서는 여덟 명의 실존 인물이 나옵니다. 이들은 모두 자살로써 생을 마감했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미친 행동을 저질렀다는 공통점을 지닙니다. 카토는 카이사르와 대결하다가 결국 자신의 명예를 위해서 단도로 자살하였습니다. 한니발은 기원전 183년에 로마와의 전투에서 패하자, 리비사 성에서 독약을 먹고 자살하였습니다. 클레오파트라 역시 자신의 뱀에 젖을 물어뜯게 하여 자결하였습니다. 유다 마카비는 시리아의 독재 권력에 대항하여 7년 동안 피비린내 나게 싸우다가, 기원전 160년경에 자신의 군대가 패배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브루투스와 솔론은 막강한 권력의 위협에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일부러 광증에 사로잡힌 척 행동하였습니..

22 외국시 2015.11.11

서로박: 캄파넬라의 옥중시선 (11)

침대를 불 지르고 미쳐버린... 카이사르를 피해, 그리스와 리비아로 자유를 찾아 떠났다, 독재자의 적 카토는. 도저히 달랠 수 없는 욕망으로 자청해서 죽음 속으로 뛰어들었다. 망각한 권력으로부터 피할 수 없다는 걸 영리한 한니발이 알아차렸을 때, 그는 독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래 클레오파트라 역시 뱀을 움켜쥐었다. 경건한 마카비도 그렇게 행동했다, 브루투스와 솔론도 일순 광증에 사로잡혔고, 다윗 역시, 가트 지역의 왕에 대한 두려움으로. 예언자 요나가 어디론가 잠적한 뒤에 다시 돌아왔듯이, 나 또한 성스러운 마음으로 희생물을 바쳤다, 방화를 저지름으로써. Di se stesso, quando, ecc. D’Italia in Grecia ed in Libia scorse, bramando li..

22 외국시 2015.11.11

서로박: 캄파넬라의 옥중 시선 (10)

모든 인간은 자신의 생각이 미치는 곳으로 육체와 함께 들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물을 인식하기 위해서 사물 속으로 침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육체는 우리의 지식, 우리의 갈망 그리고 애타게 갈구하는 보물과 그저 마주하고 있을 뿐입니다. 바로 이것이 삶의 토대입니다. 이러한 삶의 토대는 우리에게 커다란 고통을 느끼게 만듭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심지어 고통 속에서 살아가기를 원합니다. 우리는 익숙해 있습니다. 캄파넬라의 견해가 육체에 적대적이라고 명명하곤 합니다. 어떤 의식은 비행의 공간이 우리에게 속할 뿐 아니라 실패로 끝나게 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결코 육체와 영혼의 관계는 아닙니다. 죽음에 대한 경멸, 우리 속의 어린아이는 죽음에 대..

22 외국시 2015.11.11

서로박: 캄파넬라의 옥중 시선 (8)

캄파넬라는 일곱 번에 걸쳐 고문을 당했습니다. 마지막 고문은 40 시간 지속되었고, 살갗이 찢어지고, 피는 감방의 빗물 통을 가득 채웠다고 합니다. 고문의 고통을 참지 못하고 감방에 불을 지르기도 하였습니다. 차라리 모진 목숨을 스스로 끊는 게 나을 성 싶었습니다. 그러자 이탈리아 당국은 그를 정신이상자로 분류하여 종신형 선고를 내렸습니다. 캄파넬라는 그때부터 틈만 나는 대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글 속에 자신의 사상과 느낌을 담는 것 - 바로 이러한 행위는 치유의 과정이자 위안의 과정이었습니다. 1600년 31세의 나이로 감옥에 들어가서 1626년 57세의 나이로 석방되었으니, 무려 27년 동안 감옥에서 세월을 보낸 셈입니다. 그러나 캄파넬라에게 감옥은 자신의 집필실이었습니다. 캄파넬라는 종신형의 ..

22 외국시 2015.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