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2412

최영철 시인의 문장들

최영철 시인의 다음의 문장은 시인의 삶 그리고 집필 과정이 얼마나 힘드는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 시인은 언어를 빚는 재능을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변화를 감지하는 예민한 촉수를 가지고 태어난다. (31) 시인은 고통을 숙주로 찬란한 꽃을 피워내고 고통은 시인을 숙주로 만천하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영역을 확장한다. (32) 시인은 미망을 즐기며 미망 속에 있으려고 하는 존재, 번뇌를 즐기며 번뇌 속에 있으려고 하는 존재들이다. (31) 시인은 고통받는 모든 영혼이 구제될 때까지 부처가 되지 않기로 자청한 지장보살처럼 천국이 아닌 지옥에 머물기를 자청해야 한다. (36) 시는 고통을 관리하는 양식이다. 느닷없이 찾아온, 오랫동안 동행한 ..

19 한국 문학 2015.08.29

(서평) 원시사회는 암반 위에 있고, 문명 사회는 절벽을 기어오르는가?

다음의 글은 황해 문화 2012년 봄호 (통권 74호) 414 - 418 페이지에 실린 것이다. - 김유동 저: 『충적세 문명』 - 박 설 호 (한신대) 1. 김유동 교수의 『충적세 문명』은 학계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가치를 지닌 문헌이다. 이 책은 만년을 거슬러 올라가,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는 문명사를 천착하고 있다. 이로써 저자는 여러 문화 구조의 특성을 도출해내어 서로 비교하려고 한다. 연구에서 저자가 채택하고 있는 방식은 “사실에 대한 역사학의 고증 작업” 뿐 아니라, “인간의 상상을 동원한 고대 문화의 흔적 내지는 징후 읽기”이다. 왜냐하면 선사 시대의 문화에 대한 검증은 문헌 연구 작업으로서는 무척 힘들고, 게다가 자료 선택의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리 말하건대 김..

2 나의 글 2015.08.09

(명저) 신영복의 담론.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담론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였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 나무야, 변방을 찾아서, 엽서, 강의 등 신영복 선생의 책이라면 거의 모조리 읽었지만, 이처럼 커다란 충격과 감동을 받은 적은 없었다. 책은 두 개의 장으로 나누어진다. 앞의 장은 신영복 선생이 감옥에서 읽었던 동양의 사상에 관한 강의이며, 뒤의 장은 감옥에서 만났던 수많은 사형수 그리고 수인들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동양학에 무지한 나로서는 틈틈이 시난 날 때마다 앞부분을 읽었는데, 그 내용과 깊이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런데 나의 마음을 충격에 빠뜨린 것은 두 번째 장의 내용이다. 과연 우리가 죄를 저지른 인간을 처벌할 수 있는가? 누구라 하더라도 자신의 존재를 인간 이하가 아니라, 무로 취급하는 사악한 존재들을 극도의 ..

1 알림 (명저) 2015.06.13

서로박: 스피처의 '문학 해석의 한 가지 방법'

레오 스피처 (L. Spitzer, 1887 - 1960)의 "문학 해석의 한 가지 방법 (A method of interpreting literature)"은 1949년 미국 노트 햄프턴에서 처음으로 발표되었다. 오스트리아 출신 로마 어문학자, 스피처는 20년대 30년대 문학의 문체 등을 연구한 뒤 40년대 프랑스 문학에 나타난 전통 및 “텍스트에 관한 해석 (explication de texte)”을 추적한다.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문학의 실증주의적 해석과 이념사적 해석 사이의 어떤 구분이다. 스피처는 자신의 문헌학 연구의 전제 조건 및 수공적 수단 내지는 방법론 등을 세 가지 범례로써 설명한다. 첫 번째 장은 황홀, 즉 엑스타시를 내용으로 하는 세 편의 작품에 할애되고 있다. J. 돈 (Donne)..

25 문학 이론 2015.05.23

송용구: 바람 소리

바람 소리 - 어느 의사의 고백 - 송용구 앞 못 보는 자의 눈이 되고 앉은뱅이의 다리가 되는 그런 삶을 살아가지 못한다면 너의 눈과 너의 다리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나의 혀끝에 전사(戰士)처럼 칼을 들이대던 스무 살적 바람소리여 백일몽을 가위누르던 서슬 퍼런 바람 소리여 나를 잊으라 나를 용서하라 온 하루 빈 들녁에 퍼붓던 겨울 소나기 잠잠해지면 나는 쓸쓸히 저무는 강가에 꿇어 앉아 잊혀진 연서 (戀書)의 언약 같은 마른 억새 잎으로 입술을 내리치며 눈시울 붉은 달빛 속에 저주 받은 승냥이의 울음을 꺼이꺼이 게워내고 있는가

19 한국 문학 2015.03.25

월성 1호기 폐쇄하라

후쿠시마 사태가 벌어진 지 벌써 4년이 지났다. 지금 후쿠시마 현 주위에 살고 있는 어린이들 가운데 15 퍼센트가 갑상선 암에 걸려있다. 어린이들의 신체는 어른에 비해 깨끗하고,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에 주위의 방사능 오염으로부터 가장 명확한 영향을 받게 된다. 후쿠시마 어린이들의 오염도는 놀랍게도 체르노빌 사고가 발생한 지 4년 후의 근처 어린이들의 발암율과 거의 비슷하다. 환경운동연합 그리고 참여연대 등은 다음과 같은 선언문을 작성하였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많은 나라가 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해왔지만, 가장 가까운 나라인 한국은 후쿠시마로부터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채 원전 중심 에너지를 고수하고 있다. (...) 정부는 안전을 무시해 안타까운 생명을 희생시킨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잊지 ..

4 탈핵 환경 2015.03.12

자발적 복종 제 2판 서문

친애하는 J,『 자발적 복종』의 원고를 다시 꺼내 읽습니다. 저자가 16세기 유럽에서 살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혹자는 이 책이 21세기 극동에서 살아가는 우리와 직결되지 않는다고 속단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라보에시의 『자발적 복종』은 유럽의 역사에서 수없이 인용되었으며, 마르크스주의 운동 그리고 아나키즘 운동의 역사의 획을 긋는 문헌입니다. 수세기 동안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자유와 평등을 주창해 왔는데, 라보에시의 글은 유럽 민주주의의 발전에 오랫동안 크고 작은 영향을 끼쳤으며, 19세기 이후의 여러 가지 진보적 운동의 지침서로 사용되었습니다. 역자는 우리 앞에 계층 사회가 존속하고, 사람 위에 사람 있고 사람 아래에 사람이 존재하는 한,『 자발적 복종』이 여전히 ..

1 알림 (명저) 2015.03.06

(단상. 259) 문학 교육이 최고의 인성 교육이다.

도정일 교수님의 글, "문학 교육이 최고의 인성 교육이다."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한겨레 신문 2014년 12월 19일자) 어째서 가진 자는 대체로 못 가진 자에 대해서 동정과 연민의 정을 느끼는 게 아니라, 그들을 경멸하고 무시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재산은 인간을 오만하고 독선적으로 변화시키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권력과 금력을 거머쥔 대부분의 사람은 기고만장한 오만함으로 이해와 동정의 능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도 교수님도 말하고 있지만, 문학 교육은 최고의 인성 교육입니다. 문학은 있을 수 있는 이야기, 가능한 삶의 스토리를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문학 작품을 접하게 되면 우리는 오히려 역으로, 다시 말해서 남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문학하는 행위는 타인의 눈으로 자..

3 내 단상 2014.12.29

서로박: 슈트리트마터의 기적을 행하는 자

에어빈 슈트리트마터 (1912 - 1994)의 ?기적을 행하는 자 Wundertäter?는 3권으로 집필된 장편 소설인데, 1957년에서 1980년 사이에 집필되었습니다. 이 작품에서 작가 슈트리트마터는 동독 초기의 역사적 전제 조건 그리고 시대적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여기서 그의 관심사는 “인간의 이질적 태도”, 인간의 갈등 및 극복 과정으로 향합니다. 슈트리트마터는 1951년에 처녀작 ?황소를 끄는 남자?에서 자전적 이야기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순진한 화자는 구체적인 언어 풍자와 아이러니를 담은 화법으로 이야기를 개진하는데, ?기적을 행하는 자? 역시 이러한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천민에 가까운 소시민 출신 슈타니스라우스 뷔드너입니다. 제 1권은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섞어가면서..

45 동독문학 2014.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