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근대독문헌

서로박: 클라이스트의 펜테질레아 (1)

필자 (匹子) 2019. 5. 7. 10:35

1. 여성 국가 속에서 싸우고 사랑하는 여성 사랑과: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 (Heinrich von Kleist, 1777 - 1811)의 「펜테질레아 (Penthesilea)」는 24 장면으로 이루어진 운문 비극입니다. 이 작품은 1808년에 처음으로 공연되었습니다. 1876년 5월에 베를린에서 재연되었는데, 이 공연은 그해 4월에 베를린 국립 극장에서 공연된 무언극 원고에 바탕을 둔 것입니다. 선사 시대에 에티오피아 부족들은 스키타이 지역을 습격하여, 그곳의 모든 남자들을 살해한 다음에 스키타이 지역의 여성들을 소유합니다. 노예가 된 여성들은 피로 복수하리라고 결심합니다. 어느 날 밤에 그들은 야밤을 타서 에티오피아 부족의 침입자들을 살해하고, 아마존 여성의 국가를 건립합니다. 국가의 생존을 위해서 가끔 몇몇 여성이 선출됩니다. 이들은 다음과 같은 임무를 지닙니다. 즉 마르스 신에 의해서 정해진 부족의 남자들을 찾아가서, 그들과 싸운 뒤에 한 남자를 생포하여 데리고 오는 일이 바로 그들의 임무였습니다. 아마존 국가의 여성들은 체포한 남자와 거대한 사랑의 축제를 벌인 뒤에 남자를 다시 풀어주곤 하였습니다.

 

 

 

2. 트로이의 편에 가담한 아마존 여성들: 트로이 전쟁이 치러지는 동안에 아마존 여성들은 여왕 펜테질레아의 지휘 하에 전쟁터로 향해 싸웁니다. 그들은 그리스와 트로이 사이의 갈등 관계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도 한 쪽 편에 가담한 것입니다. 아마존의 법에 의하면 처녀는 스스로 남자를 선택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펜테질레아는 전쟁의 와중에서 그리스 장수 아킬레스에게 묘하게 이끌립니다. 아킬레스가 등장하면, 그미는 일부러 그에게 다가가 싸움을 걸곤 합니다. 남자들을 납치하는 소기의 목적이 달성되었는데도, 펜테질레아는 아킬레스와의 싸움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미는 오로지 자신이 갈망하는 남자, 아킬레스를 무찌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끝없는 전투를 치르고 난 뒤에 펜테질레아는 쓰러져서 의식을 잃습니다. 말하자면 아킬레스가 승리를 거둔 것입니다.

 

 

 

3. 아마존 여전사들, 그리스 군에 일차적으로 패하다: 펜테질레아는 의식을 잃은 채 그리스 군대의 병사에 누워 있습니다. 아킬레스의 애인, 프로토에는 임에게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그미가 의식을 회복할 때, 아킬레스는 몹시 조심해야 하며, 승리자는 아킬레스가 아니라, 펜테질레아라고 그미에게 말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제 15장, 전원적인 분위기 속에서는 이러한 속임수로 인하여 사랑의 유희가 전개됩니다. 펜테질레아는 주위의 정경에 감동되어, 아킬레스에 대한 사랑이 실현되리라는 환상에 사로잡힙니다. 그러나 아마존 여성들은 여왕을 구하러 그리스 진영을 침공했는데, 바로 이 순간 펜테질레아는 환상에서 깨어납니다. 게다가 자신이 아킬레스와의 전투에서 패했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닫습니다. 주위는 결투하는 남녀들로 인해서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이 와중에서 펜테질레아는 아킬레스의 품을 떠납니다.

 

 

 

4. 아킬레스와 싸우다 그를 죽이고 최후를 맞이하는 펜테질레아: 아킬레스는 전령을 보내, 다시 결투하자고 펜테질레아에게 제안합니다. 그렇지만 그는 내심 그미에게 져주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원래 아마존 여성들은 자신의 검으로 승리를 구가한 남자와 하룻밤을 보낼 수 있습니다. 이 사실을 아킬레스는 소문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한편 펜테질레아는 아킬레스가 일부러 져주기로 작심했다는 사실을 조금도 모릅니다. 그미는 아킬레스에 대한 사랑과 증오심을 품으며, 모든 끔찍한 결과를 각오하고 그에게 달려듭니다. 펜테질레아는 아킬레스의 목을 노리고 활을 쏩니다. 아킬레스는 말에서 떨어져 피를 흘립니다. 개들이 몰려들어 그의 살을 찢어먹으려고 합니다. 결국 아킬레스는 자신의 부주의로 인하여 목숨을 잃게 됩니다. 펜테질레아는 혐오감 그리고 동정심을 표명하는 아마존 여성들에게 되돌아가서, 연인의 뒤를 따라 자결합니다.

 

 

 

5. 극한적 대립의 요소: 토마스 만은 언젠가 샤미소 Chamisso에 관한 에세이에서 부드러운 특성 그리고 잔혹한 특성을 “인간적 욕망을 자극하는 낭만주의적 구성의 필연적 보충 사항”으로 명명한 적이 있습니다. 작품 「펜테질레아」만큼 어떤 요정 같은 섬세함과 이국적 집요함을 서로 가미시킨 작품은 예전에 없었습니다. 아마존 여왕 자신이 극작품 속에서 극한적 대립의 요소를 처음부터 지니고 있습니다. 제 9장면에서 여주인공은 자신을 하나의 악기, 리라로 비유합니다. 말하자면 북풍의 도움으로 조용히 연인의 귀에다 자신의 이름을 들려주리라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미는 자신의 이빨로 연인의 시신을 물어뜯습니다. “입 맞추기, 물어뜯기/ 각운이 맞아떨어진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자는/ 다른 것을 위해서 하나를 잡아챌 수 있지.”

 

 

 

6. 아킬레스의 사랑과 달콤함 그리고 난폭함과 끔찍함: 제 21장면에서 아킬레스는 그미를 “절반의 전율 그리고 절반의 우아함을 지닌 여자”라고 명명합니다. 끔찍한 일이 벌어진 다음에 첫 번째 여 사제는 그미를 한 마리의 꾀꼬리로 비유합니다. 부드러움과 잔혹함이라는 두 가지 대립적 요소는 펜테질레아로 하여금 아킬레스에게 이끌리도록 작용하고 있다. 다른 한편 아킬레스는 “사랑과 달콤함 그리고 난폭함과 끔찍함”이라는 특성을 지닙니다. 그가 언젠가 트로이의 명장 헥토르를 살해한 다음에, 그의 무덤 앞에 화환을 바친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제 15장면).

 

 

 

7. 고대 사회 속에 도사리고 있는 광기 그리고 잔악함: 프리드리히 슐레겔은 젊은 시절에 「그리스 시문학 연구에 관하여」라는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예견하였습니다. 즉 차제에 상당한 관심을 끌게 될 시문학은 사람들에게 충격 내지 혐오스러움을 가져다주리라고 말입니다. 이러한 예견은 클라이스트에 의해서 그야말로 증명된 셈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클라이스트의 극작품은 고대 그리스 시문학의 수용과 관련됩니다. 괴테와 실러는 빈켈만 (Winkelmann)의 입장을 받아들여 고대 그리스 예술을 수용한 반면, 클라이스트는 어떤 히스테리와 같은 광기 내지 서정적으로 착색된 잔악함 등을 고대적 특성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이는 근대 극작가 호프만슈탈의 「엘렉트라」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8. 클라이스트 작품 속의 광기와 잔악함: 물론 클라이스트가 고대의 신화를 여러 각도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가령 그는 에우리피데스 (Euripides)의 「히폴리토스」 그리고 「디오니소스 축제」를 미리 염두에 둔 게 분명합니다. 에우리피데스의 작품에 묘사되고 있는 아가우에의 광적인 행위는 펜테질레아의 그것을 앞서고 있습니다. 상기한 내용을 고려할 때 어째서 괴테가 클라이스트의 극작품을 혹독하게 비판했는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가령 괴테는 「타우리스 섬의 이피게니에」에서 토아 왕의 스키타이 종족의 사고를 하나의 “인간화된 디아나 숭배”로 찬양하는데 반해서, 클라이스트는 그것을 “피 흘리는 야만 행위”로 묘사했던 것입니다. 실제로 펜테질레아를 추종하는 아마존 여성 전사들은 다이애나 여신을 모시는 스키타이 족에서 파생된 여성 단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