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계속됩니다.)
6. 세시안 왕국: 원래 세시안의 광활한 지역은 많은 작은 공국으로 분할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변방의 제후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세력을 확장시키기 위해서 서로 소규모의 전쟁을 치렀습니다. 어느 날 타타르의 칸, 오굴이 세시안의 전 지역을 정복하였습니다. 오굴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명정대하고 이성적으로 넓고 광활한 나라를 다스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놀라운 것은 지금까지 기득권을 누리던 사제들의 권한이 대폭 축소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권력에 기생하던 사제 계급, “야-포우스Ya-Faous”는 그때까지 사회의 상류층으로 대접받으면서 살아왔습니다. 세시안 사람들은 사제들에게 머리를 수그리며 그들을 경배했는데, 이제 그렇게 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오굴은 혼자 있기를 좋아하여, 릴리만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릴리의 남편이라고 알려진 오굴은 세시안 왕국을 점차적으로 부강하게 만들었으며, 풍요로운 문화를 이룩하도록 사람들을 보조하였습니다. 이로 인하여 수공업과 예술이 발전 가도에 이르렀으며, 세시안 사람들은 겸허하고 착하게 생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7. 에미르의 이야기: 바로 이 대목에서 다니시멘드의 이야기는 일시적으로 차단됩니다. 다니시멘드는 세시안 왕국의 개괄적 이야기를 더 이상 들려주지 않고, 개별 인간들에게 집중합니다. 세시안 왕국은 -마치 장 작 루소가 자신의 문헌에서 구체적으로 서술한 바 있듯이- 더 이상 자연 그리고 인간 사이의 갈등과 대립이 온존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고, 자연 역시 인간 삶에 물자를 제공하고, 휴식과 안락함을 부여합니다. 다니시멘드는 처음에 에미르라는 이름의 남자에 관해서 언급합니다. 에미르는 매우 부유하게 살았는데, 강도의 급습으로 인하여 자신의 재산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후 그는 자신의 잃어버린 재산을 되찾으려고 백방으로 노력합니다. 그러다 에미르는 마음을 비우고 자신의 재산을 포기합니다. 이후에 조용한 마을을 찾아서 목자로 그리고 농부로 살아갑니다. 그가 찾은 곳은 고적한 고원지대였습니다. 그곳은 문명의 흔적을 거의 찾을 수 없는 오지였으며, 돈과 계급이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지역이었습니다. 이곳에도 사람들이 서서히 찾아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들은 에미르를 따라 농사를 짓거나, 가축을 키우기 시작합니다.
8. 아르카디아의 모델 + 인위적 사회 모델: 처음에 빌란트는 고대 아르카디아의 모델을 작품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의 토대가 아르카디아 모델로 설정되어 있으나, 그 위에 축조되는 것은 인위적인 인간 문화의 체제입니다. 이는 나중에 세사인 왕국에 필요한 인위적인 정책에 의해 이룩되는 체제입니다. 빌란트는 제후들의 규범으로 활용될 수 있는 문헌에서 자연에 근거한 무위의 정책을 피력하는 선한 왕을 일차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작품에는 마치 중국의 천황제를 연상시키는 티판Tifan이라는 왕이 등장합니다. 높은 산맥으로 이루어진 인도의 북부 지역에는 약 500 개의 씨족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하나의 국가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이전과는 달리 완전히 평등하게 살아갑니다. 그들은 나름대로의 규칙을 정해서 사랑을 실천하고, 노인들을 공경하며 생활합니다. 모든 질서는 그야말로 자연스러우므로 정치적 불안은 존재할리 만무합니다. (Wieland: 63). 모든 사람들은 스스로를 가족 구성원으로 간주합니다. 물론 사람들 사이에 다툼이 발생할 수 있으며, 사랑으로 인한 언쟁이 출현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은 형제자매들 사이에 그저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뿐입니다.
9. 자연 법, 혹은 무위에 근거하는 자연스러운 법: 문제는 고원 지역에 이러한 마을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어느 날 프자미스라는 이름의 노인이 그를 찾아옵니다. 프자미스는 주위에서 현자로 칭송받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에미르에게 하나의 “자연의 교육”에 근거하는 단순한 사회적 규정을 전해줍니다. 규정은 고원 지역의 인간이 어떻게 일하고, 삶을 즐기며, 여가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가? 하는 사항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이었습니다. 말하자면 그것은 마을의 개별적 사람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일하고 균등한 재화를 나누어 가질 수 있는 법 규정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물론 외부세계로부터 고립된 삶이 행복을 즐길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이 지역을 행복의 낙원으로 보존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힘들게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가령 젊은이들 가운데에는 자신의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여 사회적으로 커다란 명성을 얻으려고 애쓰는 자들도 있고, 단순히 광활한 세계를 유람하고 싶어 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공동체는 이들이 고향을 떠나도록 조처합니다. (Mayer: 134).
10. 이스판디아르, 자신의 아버지. 아초르로부터 권력을 물려받다,: 다니시멘드는 세시안 왕국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오굴은 아들 아초르에게 자신의 권력을 이양합니다. 아초르는 아버지와는 달리 미를 추구하고, 의외로 향락과 도취에 관심을 쏟는 왕이었습니다. 왕국의 정치를 자신의 책사에게 맡기고, 자신은 왕궁의 뜨락에서 삶을 향유하며 지냈습니다. 아초르가 이렇게 행동하게 된 계기는 애첩 알라반다의 영향이 컸습니다. 알라반다는 성격상으로 사악한 여자는 아니었지만, 왕으로 하여금 지속적으로 국고를 낭비하게 하였습니다. 호화로운 왕궁을 증축하고, 맛깔스러운 음식과 세련된 의복을 충당하는 데 커다란 경비가 소요되었습니다. 그만큼 백성들은 서서히 과도한 세금 납부로 인하여 가난과 기근을 감수해야 하는 형국에 이릅니다. 세월이 흘러 아초르가 노인이 되었을 때, 그는 아들, 이스판디아르에게 권력을 이양합니다. 문제는 이스판디아르의 등극으로 세시안 사람들이 이전보다 더욱더 가난과 폭정에 시달리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의 책사, 에블리스는 마치 마키아벨리의 교활한 술수를 자행하는 간악한 모사꾼이었습니다. 에볼리스의 영향으로 인하여 이스판디아르는 세인들로부터 폭군이라는 오명을 듣게 됩니다. 이때 간신들이 합세하여 지금까지 좋은 이어지던 전통적 관습과 도덕 그리고 법을 무너뜨립니다. 이는 결국 사람들의 폭동으로 이어지고, 이스판디아르는 끝내 살해당하고 맙니다.
11. 계몽된 왕의 군주 정치에 대한 갈망: 세시안 왕국의 왕으로 추대된 사람은 아초르의 조카, 티판이었습니다. 그는 인도 북부의 어느 고립된 지역에서 현자로 알려진 쳉기스로부터 오랫동안 교육을 받았습니다. 티판과 책사로 임명된 쳉기스는 일차적으로 가렴주구로 피폐해진 백성들의 기근을 해결하는 데 전력을 기울입니다. 몇 년 후에 이르러 세시안 왕국의 백성들의 경제적 수준은 놀라울 정도로 향상됩니다. 작품의 제 1부에서 묘사된 목가적 삶과는 달리 티판은 선정을 베풀면서, 하나의 이상 국가를 실현합니다. 이상 국가는 자연과 사회의 조화로움으로 토대를 마련합니다. 이는 자연과 인간 사회를 대립적으로 이해하는 장 작 루소의 입장과는 전적으로 대립되는 것입니다. 물론 티판이 제정한 기본법은 어떤 구성적 체제를 갖추지 못하며, 통치 형태 역시 계몽된 군주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작가 빌란트에게 군주는 신의 뜻을 세상에 전하고 실행에 옮기는 막강한 권한을 지닌 자에 불과합니다. 그렇기에 군주는 일반 사람들로 하여금 법을 정하는 데 있어서 그들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정치적 참여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계속 이어집니다.)
'40 근대독문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로박: (4) 빌란트의 '황금의 지침서' (0) | 2019.06.17 |
---|---|
서로박: (3) 빌란트의 '황금의 지침서' (0) | 2019.06.17 |
서로박: (1) 빌란트의 '황금의 지침서' (0) | 2019.06.17 |
서로박: 클라이스트의 '펜테질레아' (2) (0) | 2019.05.07 |
서로박: 클라이스트의 펜테질레아 (1) (0) | 2019.05.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