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중세 문헌 32

서로박: (2) 천일야화, 스토리텔링

5. 세헤라자드의 네 가지 특성: 세헤라자드는 처음부터 치료사로서의 네 가지 덕목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첫째로 세헤라자드는 쾌활하고 상냥했습니다. 원래 인간의 감정은 마주치는 사람에게 “전염(?)되곤” 합니다. 둘째로 세헤라자드에게는 총명함과 기지라는 두 가지의 덕목이 있었습니다. 특히 놀라운 것은 그미가 환자의 마음을 꿰뚫을 줄 아는 독심술과 배려의 능력을 갖추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독서와 사색을 통해서 가능했습니다. 셋째로 세헤라자드는 왕의 살해 이유를 처음부터 알고 있습니다. 만약 왕 자신에게 어떤 하자가 있어서 왕비가 엽색행각을 저지른 게 아니라는 점이 밝혀지게 된다면, 샤리야르 왕은 더 이상 처녀들을 살해하지는 않으리라고 판단되었습니다. 넷째로 세헤라자드는 어떤 사명감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수..

38 중세 문헌 2021.11.27

서로박: (1) 천일야화, 스토리텔링

1. 치료의 수단이 되는 이야기: 신화, 동화, 전설 그리고 문학 작품 속의 이야기들은 서사적 상상력을 점화시켜서, 상처 입은 독자에게 하나의 위안, 더 나아가 치료의 수단으로 기능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을 다루는 자리에서 관객들이 극작품에서 느끼게 되는 “연민Ἔλεος”과 “공포심φόβος” 그리고 감정의 순화로서의 “카타르시스κάθαρσις”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Fuhrmann: 153). 문학 영역은 비애와 절망 그리고 고통을 순화시킨다는 점에서 심리 치료의 간접적 수단이 되는데, 지금까지 사람들은 이를 막연하게 받아들였을 뿐입니다.  흔히 말하기를 20세기 초에 심리학 내지 정신분석학이 하나의 독자적인 영역을 형성함으로써, 이전에 문학과 철학에 의해서 무의식적으로 관장되던 심리적 정서의..

38 중세 문헌 2021.11.27

서로박: (1) 천일야화, 세계의 비밀과 사랑

(앞에서 계속됩니다.) 7. 사랑을 찾기 위한 인간의 계략: 그렇지만 귀를 틀어막는 행위는 참으로 기이할 뿐 아니라, 마치 패배를 선언하는 것과 같은 모티프가 아닐 수 없습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에서 오디세우스는 세이렌의 아름다운 노래 소리를 혼자 감상하기 위해서 선원들의 귀를 틀어막은 적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돛에 몸이 묶인 채 세이렌의 노랫소리를 홀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로써 오디세우스는 자연에 대해 스스로 노예의 처지에 있다는 입장을 따랐습니다. (아도르노: 101). 이 대목에서 서구 음악의 병적이고도 심금을 울리는 특성 그리고 인간이 지니는 도구적 이성의 기본적 모티프가 간파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이러한 지략은 가령 어린아이들과 군인들이 마녀 혹은 어리석은 악마를 무찌르기 위해서 저지..

38 중세 문헌 2021.11.24

서로박: (1) 천일야화, 세계의 비밀과 사랑

1. 우리의 인식 능력은 제한적이다.: 우리는 지구가 태양을 돌고, 달이 지구 주위를 회전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 사람들은 태양이 지구를 돈다고 믿었습니다. 갈릴레이의 이전 시대에는 지구 중심설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인간은 해가 동쪽에서 뜨고 서쪽에 기운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인간의 인지 능력은 편협하고 제한적입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과거 사람들은 다른 물질로 금을 창조해낼 수 있다고 지레짐작하였습니다. 연금술사들은 단순한 기술자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목욕재계한 다음에 수없이 실험에 임했습니다. 이를 위해 사용된 것은 수많은 다른 물질들이었습니다. 황Sulphur은 물질을 태우고, 수은Merkur은 물질을 용해시키며, 소..

38 중세 문헌 2021.11.24

키케로의 국가론 (4)

18. 아리스토텔레스와 키케로, 키케로 사상의 한계: 아리스토텔레스는 과두제와 민주제의 혼합 형태를 최상의 정치 형태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키케로는 이를 거부하고 군주제, 과두제 그리고 민주제의 절충 형태를 내세웠을까요? 여기에는 플라톤의 영향이 지대합니다. 키케로는 “국가를 다스리는 수장은 현명하고 영특한 철학자이어야 한다.”라는 플라톤의 말을 뼈 속 깊이 새기고 있었습니다. 키케로가 살던 시대는 과두제, 즉 세 사람의 권력자에 의한 정치 형태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키케로는 진정한 형태의 과두제는 로마의 원로원으로 충분하게 반영된다고 확신하였습니다. 그러나 크라수스, 폼페이우스 그리고 카이사르의 삼두체제는 원로원의 기능을 무너뜨리고, 백성의 안녕과 행복은커녕 오로지 권력 다툼을 가장 중요한..

38 중세 문헌 2021.08.23

키케로의 국가론 (3)

13. 키케로에게 영향을 끼친 서적들 (1): 키케로의 『국가론』에 영향을 끼친 서적들은 의외로 많습니다. 키케로는 고대의 문헌에 해박한 지식을 지니고 있었으며, 고대 지식인들의 정치관을 꿰뚫고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군주제, 과두제 그리고 민주제의 혼합형이 가장 바람직한 정치 형태라는 그의 주장은 전통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견해입니다. 가령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 제 4권에서 정치의 형태를 참주제, 과두제 그리고 민주제 등으로 분류했습니다. 여기서 그는 참주제를 사악한 제도라고 평하면서, 과두제와 민주제의 혼합형을 가장 바람직한 정치 형태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또한 키케로가 참고한 책으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 디카이아르코스Dikaiarch의 책 「세 도시의 대화Τριπολιτικός 」가 있습니..

38 중세 문헌 2021.08.19

키케로의 국가론 (2)

6. 개괄적 요약,『국가론』 제 1권: 처음에 대화참여자들은 기이한 자연 현상에 관해서 이야기하다가, 핵심적인 테마인 국가의 법에 관해서 차례대로 의견을 개진합니다. 과연 어떠한 법이 최상의 국가가 견지해야 할 법인가? 하는 게 논제가 된 것입니다. 제 1권에서 사람들은 국가가 형성되는 이유를 거론합니다. 흔히 말하기를 국가가 형성되는 까닭은 인간의 “나약함imbecillitas”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키케로에 의하면 사실이 아니라고 합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본능적으로 사회적 특성을 지니는데, 이는 서로 아우르며 “무리를 형성하려는 욕구congregatio”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뒤이어 대화참여자들은 국가 내지 공동체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공개적 사안res publica”이 지..

38 중세 문헌 2021.08.17

키케로의 국가론 (1)

1. 귀족의 사고에 근거한 혼합정체이론: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BC. 106 – BC. 43)의 『국가론 De re publica』(BC 54 - 51)은 플라톤의 『국가』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을 계승한 국가 이론의 서적입니다. 놀라운 것은 키케로가 세 가지 정치 형태인 군주제, 과두제 그리고 민주제의 장단점을 지적하고, 하나의 절충적 견해를 도출해낸다는 사실입니다. 키케로는 이성과 도덕을 중시하는 자세에서 자연법의 이상을 중시했지만, 본질적으로 사회의 상류층, 다시 말해 귀족의 세계관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법과 세계를 대하는 그의 시각은 귀족의 인품과 도덕성에서 벗어나 있지 않았습니다. (김용민: 22). 비록 그가 공화주의에서 정치적 이상을 발견하려고 했지만, 자신이 처한 고대적..

38 중세 문헌 2021.08.17

서로박: 단테의 신곡 (2)

(앞에서 걔속됩니다.) 연옥에는 카토 (Cato)가 연옥을 지키고 있습니다. 악마를 만난 뒤에 오랫동안 깊은 잠에 빠져 있던 단테는 이때 깨어납니다. 주인공의 앞에는 일곱 단계의 테라스가 놓여져 있습니다. “교만, 질투, 노여움, 게으름, 탐욕, 식욕, 성욕” 등이 바로 소시민의 칠거지악이라고 씌어져 있습니다. 제 3곡에서 주인공은 이탈리아의 분열된 상황을 비난하며, 제 6곡에서 주어진 의무를 지키지 않는 독일 왕국을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주인공은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를 받으면서 테라스를 거쳐 정화의 산 위로 올라갑니다. 제 19곡에서 단테는 어느 가상적으로 아름다운 여인을 꿈꾸면서 칠거지악의 공간을 하나씩 지나칩니다. 제 20곡에서 시인은 베르길리우스의 책을 통하여 기독교의 정신을 가장 옳은 가르침이라고..

38 중세 문헌 2021.01.25

서로박: 단테의 신곡 (1)

친애하는 J, 오늘은 중세 이탈리아의 시성으로 알려진 단테 알리기리 (1265 - 1321)의 “신곡 (La divina commedia)” (1300 - 1321)에 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무려 21년이라는 기나긴 창작 과정을 지니고 있는데, 맨 처음 책으로 간행된 것은 1472년이었습니다. 오늘 어째서 이탈리아어로 씌어진 문학 작품이 다루어지는가? 하고 당신은 의아하게 생각하겠지요? 얼핏 보기에는 독일 문학과 무관한 것 같지만, 본질적으로는 기독교 정신을 그대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서양 문학의 두 개의 문화적 토대 (그리스 로마의 문화 그리고 기독교 문화) 가운데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단테 알리기리의 “신곡”은 사상적 배경 및 이후의 영향을 고려할 때 결코 서양 문학..

38 중세 문헌 2021.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