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중세 문헌 28

서로박: 천일야화, 세계의 비밀과 사랑 (2)

7. 사랑을 찾기 위한 인간의 계략: 그렇지만 귀를 틀어막는 행위는 참으로 기이할 뿐 아니라, 마치 패배를 선언하는 것과 같은 모티프가 아닐 수 없습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에서 오디세우스는 세이렌의 아름다운 노래 소리를 혼자 감상하기 위해서 선원들의 귀를 틀어막은 적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돛에 몸이 묶인 채 세이렌의 노랫소리를 홀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로써 오디세우스는 자연에 대해 스스로 노예의 처지에 있다는 입장을 따랐습니다. (아도르노: 101). 이 대목에서 서구 음악의 병적이고도 심금을 울리는 특성 그리고 인간이 지니는 도구적 이성의 기본적 모티프가 간파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이러한 지략은 가령 어린아이들과 군인들이 마녀 혹은 어리석은 악마를 무찌르기 위해서 저지르는, 별로 중요하지 않..

38 중세 문헌 2021.11.24

서로박: 천일야화, 세계의 비밀과 사랑 (1)

1. 우리의 인식 능력은 제한적이다.: 우리는 지구가 태양을 돌고, 달이 지구 주위를 회전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 사람들은 태양이 지구를 돈다고 믿었습니다. 갈릴레이의 이전 시대에는 지구 중심설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인간은 해가 동쪽에서 뜨고 서쪽에 기운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인간의 인지 능력은 편협하고 제한적입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과거 사람들은 다른 물질로 금을 창조해낼 수 있다고 지레짐작하였습니다. 연금술사들은 단순한 기술자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목욕재계한 다음에 수없이 실험에 임했습니다. 이를 위해 사용된 것은 수많은 다른 물질들이었습니다. 황Sulphur은 물질을 태우고, 수은Merkur은 물질을 용해시키며, 소금..

38 중세 문헌 2021.11.24

키케로의 국가론 (4)

18. 아리스토텔레스와 키케로, 키케로 사상의 한계: 아리스토텔레스는 과두제와 민주제의 혼합 형태를 최상의 정치 형태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키케로는 이를 거부하고 군주제, 과두제 그리고 민주제의 절충 형태를 내세웠을까요? 여기에는 플라톤의 영향이 지대합니다. 키케로는 “국가를 다스리는 수장은 현명하고 영특한 철학자이어야 한다.”라는 플라톤의 말을 뼈 속 깊이 새기고 있었습니다. 키케로가 살던 시대는 과두제, 즉 세 사람의 권력자에 의한 정치 형태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키케로는 진정한 형태의 과두제는 로마의 원로원으로 충분하게 반영된다고 확신하였습니다. 그러나 크라수스, 폼페이우스 그리고 카이사르의 삼두체제는 원로원의 기능을 무너뜨리고, 백성의 안녕과 행복은커녕 오로지 권력 다툼을 가장 중요한..

38 중세 문헌 2021.08.23

키케로의 국가론 (3)

13. 키케로에게 영향을 끼친 서적들 (1): 키케로의 『국가론』에 영향을 끼친 서적들은 의외로 많습니다. 키케로는 고대의 문헌에 해박한 지식을 지니고 있었으며, 고대 지식인들의 정치관을 꿰뚫고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군주제, 과두제 그리고 민주제의 혼합형이 가장 바람직한 정치 형태라는 그의 주장은 전통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견해입니다. 가령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 제 4권에서 정치의 형태를 참주제, 과두제 그리고 민주제 등으로 분류했습니다. 여기서 그는 참주제를 사악한 제도라고 평하면서, 과두제와 민주제의 혼합형을 가장 바람직한 정치 형태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또한 키케로가 참고한 책으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 디카이아르코스Dikaiarch의 책 「세 도시의 대화Τριπολιτικός 」가 있습니..

38 중세 문헌 2021.08.19

키케로의 국가론 (2)

6. 개괄적 요약,『국가론』 제 1권: 처음에 대화참여자들은 기이한 자연 현상에 관해서 이야기하다가, 핵심적인 테마인 국가의 법에 관해서 차례대로 의견을 개진합니다. 과연 어떠한 법이 최상의 국가가 견지해야 할 법인가? 하는 게 논제가 된 것입니다. 제 1권에서 사람들은 국가가 형성되는 이유를 거론합니다. 흔히 말하기를 국가가 형성되는 까닭은 인간의 “나약함imbecillitas”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키케로에 의하면 사실이 아니라고 합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본능적으로 사회적 특성을 지니는데, 이는 서로 아우르며 “무리를 형성하려는 욕구congregatio”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뒤이어 대화참여자들은 국가 내지 공동체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공개적 사안res publica”이 지..

38 중세 문헌 2021.08.17

키케로의 국가론 (1)

1. 귀족의 사고에 근거한 혼합정체이론: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BC. 106 – BC. 43)의 『국가론 De re publica』(BC 54 - 51)은 플라톤의 『국가』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을 계승한 국가 이론의 서적입니다. 놀라운 것은 키케로가 세 가지 정치 형태인 군주제, 과두제 그리고 민주제의 장단점을 지적하고, 하나의 절충적 견해를 도출해낸다는 사실입니다. 키케로는 이성과 도덕을 중시하는 자세에서 자연법의 이상을 중시했지만, 본질적으로 사회의 상류층, 다시 말해 귀족의 세계관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법과 세계를 대하는 그의 시각은 귀족의 인품과 도덕성에서 벗어나 있지 않았습니다. (김용민: 22). 비록 그가 공화주의에서 정치적 이상을 발견하려고 했지만, 자신이 처한 고대적..

38 중세 문헌 2021.08.17

서로박: 뮌처가 실천한 천년왕국의 혁명 (5)

26. 절대 권력, 실정법 그리고 민족주의: 실제로 독일 농민운동의 패배로 인하여, 근대 국가는 자신의 세 가지 위용을 관철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제후의 절대 권력, 절대적인 권한으로서의 실정법 그리고 민족주의를 가리킵니다. (Landauer: 67). 이러한 세 가지 사항은 계층을 용인하는 국가의 체제를 공고히 하는 데 기여했고, 17세기 절대 왕권을 더욱 강화시키게 합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막강한 종교 세력을 약화시키고, 초기 자본주의에 긍정적으로 자극을 가한 세력이 바로 황제의 권력이었습니다. 황제의 권력은 가톨릭 교황의 권한을 약화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절대 권력, 절대적 권한으로서의 실정법 그리고 민족주의에서 파생되는 애국심 등은 당시의 현실적 정황을 고려한다면..

38 중세 문헌 2020.06.30

서로박: 중세 소설 장미 이야기

-“오늘 아침 이룬 기쁨이 내 마음 속에 영원히 머문다면 사랑은 진리처럼 언제나 내 가까이 머물고 영원히 떠나 있으리라”- (Hildegart von Bingen) (1) 얼짱 (혹은 몸짱) 그리고 장미: 친애하는 N, 독일의 시인, 릴케 (R. M. Rilke)는 장미를 다음과 같이 노래했습니다.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모든 사람들의 눈앞에서 잠들지 않을 기쁨이여.” 그래, 장미는 꽃 중의 꽃이며, 아름다움의 상징이라고 말합니다. 그밖에 장미는 천국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가령 단테 Dante Aligiri는 신곡에서 천국의 장미를 천국의 완전성으로 비유했습니다. 이 경우 장미는 “신과 인간 사이의 중개물 mediator Dei et hominum”이지요. 그렇지만 모든 꽃들이 그 자체 아름다움..

38 중세 문헌 2020.06.30

서로박: (5) 베이컨의 새로운 아틀란티스

(앞에서 계속됩니다.) 25. 생물학, 식품 영양학, 기계와 기술: 생물학에서 가장 괄목할만한 업적으로서 우리는 유전 공학과 육종학을 들 수 있습니다. 야생수를 유실수로 변화시키는 방법, 과실의 맛, 색, 향기 그리고 크기를 조절하는 방법, 동물의 교배와 합성의 원리도 실험 방법이 됩니다. 의학의 영역에서 솔로몬 연구소는 고도의 마취술과 해부학을 발전시켰습니다. 식품 영양학 영역에서 연구자들은 빵을 제조할 때도 곡물, 채소, 견과류, 고기 생선 등을 효모와 적당하게 배합합니다. 모든 고기류는 마치 신의 음식, 암브로시아처럼 소화가 잘 되도록 가공 처리되어 있고, 음료수는 40년까지 보존할 수 있습니다. 기계 기술 분야에서 열역학, 광학, 유체 역학, 기계 공학이 발달되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안경, 쌍안..

38 중세 문헌 2019.06.08

서로박: (4) 베이컨의 새로운 아틀란티스

17. 사유재산제도의 용인과 가부장주의의 일부일처제: 도시국가에서는 사유재산제도가 용인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제임스 해링턴 J. Harrington의 「오세아나 공화국 The Commonwealth of Oceana」의 경우가 그러하듯이, 사유재산 제도를 부분적으로 제한하는 정책 역시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과학 기술을 이용하여 생산력을 증대시키려고 노력하며 살아갑니다. 나아가 새로운 아틀란티스에서는 가부장적 가족 구조가 강조되고 있습니다. “티르자누스 Tirsanus”라고 명명되는 가장이 개별적 가정을 이끌고 있습니다. 세 살 이상의 후손을 거느린 가장만이 이틀동안의 가족 축제를 개최할 수 있습니다. 모든 가족 축제는 법에 따라 국가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습니다. 티르자누스는 가정 내의 다툼을 조..

38 중세 문헌 2019.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