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이탈스파냐

서로박: 단테의 신곡 (2)

필자 (匹子) 2021. 1. 25. 09:38

연옥에는 카토 (Cato)가 연옥을 지키고 있습니다. 악마를 만난 뒤에 오랫동안 깊은 잠에 빠져 있던 단테는 이때 깨어납니다. 주인공의 앞에는 일곱 단계의 테라스가 놓여져 있습니다. “교만, 질투, 노여움, 게으름, 탐욕, 식욕, 성욕” 등이 바로 소시민의 칠거지악이라고 씌어져 있습니다. 제 3곡에서 주인공은 이탈리아의 분열된 상황을 비난하며, 제 6곡에서 주어진 의무를 지키지 않는 독일 왕국을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주인공은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를 받으면서 테라스를 거쳐 정화의 산 위로 올라갑니다. 제 19곡에서 단테는 어느 가상적으로 아름다운 여인을 꿈꾸면서 칠거지악의 공간을 하나씩 지나칩니다. 제 20곡에서 시인은 베르길리우스의 책을 통하여 기독교의 정신을 가장 옳은 가르침이라고 받아들입니다. 제 27곡에서 단테는 “지상의 천국”이라고 일컫는 장소에 도달합니다. 베르길리우스는 마침내 주인공과 작별하면서, 그에게 화환을 전달합니다.

 

친애하는 J, 지상의 천국은 정화의 산꼭대기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그곳은 이름과는 달리 그다지 찬란하지 않고, 그저 오솔길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지상의 천국은 남태평양의 어느 곳에 우뚝 솟아 있는 정화의 산꼭대기에 위치하는데, 거기에는 오로지 오솔길만 있었던 것입니다. 단테에 의하면 지상의 천국은 하나의 과정으로서의 길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그리스도의 은총을 받기 이전의 길 내지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지상의 천국에서 베아트리체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레테의 강에서 깨끗이 목욕한 뒤에 단테는 자신의 모든 잘못과 죄악을 망각하게 됩니다. 이제 주인공은 천국으로 날아갈 만반의 준비를 끝냈습니다.

 

 

 

 

 

구원을 가져다주는 베아트리체의 인도를 받으면서 단테는 “천국 (Paradiso)”으로 들어갑니다. 천국은 알렉산드리아의 철학자이자 천문학자인 프톨레마이오스의 천체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단테는 여기에다 기독교적 천국의 상을 가미시켜 놓고 있지요. 이를테면 천체는 일곱 개의 혹성, 하나의 고착된 천국 그리고 그 위에는 움직이지 않는 공간, “엠피레움 (Empyreum)”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엠피레움은 지고의 신 그리고 위대한 성자들과 예언자들이 머무는 곳으로서 천국의 장미로 가득 차 있습니다. 영혼들은 지상에서 걸치던 육체의 껍질을 떨쳐 버립니다. 아무런 더러움도 죄악도 없는 순수한 영혼들은 그야말로 찬란하게 빛나는 빛의 모습으로 주인공의 눈에 비치고 있습니다.

 

친애하는 J, 천국은 그만큼 아름답고 명료한 빛으로 가득 차 있는 영겁의 공간입니다. 이러한 공간은 성스러움의 크기에 따라 여러 단계로 나누어집니다. 가장 아래에는 선에 대한 미약한 사랑이 자리하고, 그 위에는 “행위의 삶 (vita activa)”의 미덕이 자리하고 있으며, 가장 윗부분에는 명상의 삶 (vita contemplativa), 즉 순수한 신의 사랑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세 단계는 일곱 개의 혹성 (해, 달, 수성, 금성, 목성, 토성, 화성)의 영역을 거치는 동안 단테의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있습니다.

 

 

 

 

 

예컨대 제 4곡에서 베아트리체는 달의 공간에 머물며, 인간에게 자유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단테에게 가르쳐줍니다. 뒤이어 수성의 공간에서 로마의 역사가 설명되고 있습니다. 특히 강조되고 있는 것은 에네이아스로부터 유스티니아누스로 이어지는 로마의 역사입니다. 베아트리체는 금성, 태양 그리고 화성 등으로 여행하면서, 단테의 선조인 “카치아구이다”의 삶 그리고 십자군 이야기 등을 차례로 들려줍니다. 목성과 토성을 지나치면서 단테는 그리스도의 승천의 과정을 생생하게 접하게 되며, 아울러 성녀 마리아의 대관식에 얽힌 이야기들을 세부적으로 접하게 됩니다. 이제 주인공은 베드로, 야곱, 요하네스 등을 만나 세 가지 신학적 미덕 (신앙, 희망, 사랑)에 관한 시험을 치릅니다. 그 다음에 수정으로 이루어진 천국으로 올라가서 신과 천사를 바라보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단테는 이른바 “엠피레움 (Empyreum)”이라고 하는 천국의 장미를 접합니다. 베아트리체는 천국의 장미 속에 착석하게 됩니다. 그미 대신에 성자, 베르나르 클레보가 나타나 천국의 장미가 무엇인지를 설명해줍니다. 마지막 곡에서 단테는 베르나르의 기도가 끝난 후에 마리아에게 향합니다. 그미는 주인공에게 삼위일체의 충만한 빛의 의미를 전달합니다. 친애하는 J, 천국의 장미가 무엇을 상징하는지 간파할 수 있겠지요? 그것은 완전성으로서의 어떤 영원을 상징합니다. 다시 말해 천국의 장미는 정태적으로 주어진 완전성 지칭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하면 괴테가 파우스트에서 묘사한 바 있는 끝없이 상승하는 산맥의 상은 이와는 정반대되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끝없이 상승하는 산맥의 상은 동태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과정으로서의 완전성을 지칭하지요. 천국의 장미의 상이 “완전한 상태 (perfectio)”라면, 끝없이 상승하는 산맥의 상은 “완전으로 향하는 과정 (perfectibilité)”으로 이해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