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중세 문헌

서로박: 천일야화, 스토리텔링 (1)

필자 (匹子) 2021. 11. 27. 16:35

1. 치료의 수단이 되는 이야기: 신화, 동화, 전설 그리고 문학 작품 속의 이야기들은 서사적 상상력을 점화시켜서, 상처 입은 독자에게 하나의 위안, 더 나아가 치료의 수단으로 기능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을 다루는 자리에서 관객들이 극작품에서 느끼게 되는 “연민Ἔλεος”과 “공포심φόβος” 그리고 감정의 순화로서의 “카타르시스κάθαρσις”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Fuhrmann: 153). 문학 영역은 비애와 절망 그리고 고통을 순화시킨다는 점에서 심리 치료의 간접적 수단이 되는데, 지금까지 사람들은 이를 막연하게 받아들였을 뿐입니다.

 

흔히 말하기를 20세기 초에 심리학 내지 정신분석학이 하나의 독자적인 영역을 형성함으로써, 이전에 문학과 철학에 의해서 무의식적으로 관장되던 심리적 정서의 핵심 사항을 빼앗아갔다고 합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작가와 철학자들은 여전히 인간 삶의 비극에 대한 궁극적 해결책을 추적해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이야기는 처음부터 상처 입은 사람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달랠 수 있는 위안의 매개체이며, 치료의 수단이 됩니다. 문학 작품 속의 이야기들이 어째서 치료의 수단이 되는가? 하는 문제를 천착하려면, 일단 하나의 대표적 문헌을 예로 들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충족시켜주는 문헌으로서 천일야화가 있습니다.

 

2. 두 왕의 왕비들: 기원후 250년경에 사산 왕조가 인도와 중국의 섬들을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사산 왕조의 대왕이 죽은 후 큰 아들, 샤리야르가 왕위를 계승하고 그의 동생, 샤 자만이 사마르칸트의 왕으로 봉해졌습니다. 20년 후 형은 아우가 보고 싶어 사신을 보냅니다. 샤 자만 왕은 형의 초대를 받고 일찍 출발하였습니다. 야영할 때 그는 형에게 선물할 반지를 궁에 두고 온 것을 깨닫고, 황급히 궁전으로 돌아갑니다. 이때 그는 왕비가 흑인 요리사와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그래서 그는 단칼에 남녀를 죽이고 형의 나라로 떠납니다.

 

형, 샤리야르 왕은 동생에 기분을 풀어주고자 함께 사냥하자고 제안합니다. 그러나 동생은 아프다고 말하면서 형의 청을 거절합니다. 샤리야르 왕은 혼자서 사냥을 떠납니다. 동생 샤 자만왕은 궁에 남아 있었습니다. 저녁 늦게 궁궐을 산책했는데, 어떤 놀라운 광경을 목격합니다. 샤리야르 왕의 왕비가 10명의 후궁과 여자 복색을 한 10명의 남자 노비들을 데리고 정원 연못 근처에서 후궁과 노비들을 서로 짝 맞춰 교접하게 하고 자신도 나무 위에 숨겨둔 흑인 노예를 불러내어 자신의 음욕을 채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3. 샤리야르 왕, 사이코패스가 되어 복수극을 벌이다: 샤리야르 왕은 동생으로부터 왕비의 음행에 관해 듣게 됩니다. 샤리야르 왕 역시 왕비를 단칼에 살해한 다음 식음을 전폐합니다. 그후 그는 자기 나라의 처녀들을 차출하여 하룻밤 동침한 다음, 다음날 살해하기 시작합니다. 마음속에는 죽은 왕비에 대한 배신감, 여성 혐오 및 복수심 등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복합적 감정은 그를 사이코패스와 같은 인간형으로 변화시킵니다.

 

샤리야르 왕의 연쇄살인은 통상적 사이코패스의 그것보다도 훨씬 잔악하고 수월하게 행해졌습니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막강한 권력이 주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민용 B: 235). 그렇기에 그는 무고한 여자들을 성적으로 유린한 후 공공연하게 처형할 수 있습니다. 샤리야르 왕은 중세 이전 시대의 군주였습니다. 그렇기에 어느 누구도 그의 비행을 제지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누군가 심리적 질병으로 인한 그의 잔악한 짓거리를 반드시 막아야 했습니다.

 

4. 세헤라자드, 왕의 병을 치유하기로 결심하다.: 샤리야르 왕의 나라에는 어질고 영리한 처녀가 있었습니다. 세헤라자드라는 이름을 지닌 처녀였는데, 지금까지 천 권의 책을 수집하여 이를 시간 나는 대로 탐독한 바 있으며, 세상의 많은 시를 암송한 재원이었습니다. 어느 날 세헤라자드는 왕의 연쇄살인에 관한 사항을 전해 듣습니다. 이때 그미는 치료에 필요한 것이 약물이 아니라,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일임을 간파합니다.

 

중요한 것은 사랑의 배신으로 인한 고통이 사라지게 하는 일이었습니다. 만약 사랑하는 임의 배신의 행위가 궁극적으로 자신과 무관하다는 게 밝혀진다면, 차제에 그의 살인 욕구는 현저하게 약화될지 모릅니다. 세헤라자드는 목숨을 걸고 왕을 치료하려고 결심합니다. 게다가 왕국에 처녀들이 씨 마를 지경이었으니, 누군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세헤라자드는 부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각오하고 왕과 혼인하기로 마음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