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중세 문헌

서로박: 천일야화, 세계의 비밀과 사랑 (1)

필자 (匹子) 2021. 11. 24. 10:50

1. 우리의 인식 능력은 제한적이다.: 우리는 지구가 태양을 돌고, 달이 지구 주위를 회전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 사람들은 태양이 지구를 돈다고 믿었습니다. 갈릴레이의 이전 시대에는 지구 중심설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인간은 해가 동쪽에서 뜨고 서쪽에 기운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인간의 인지 능력은 편협하고 제한적입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과거 사람들은 다른 물질로 금을 창조해낼 수 있다고 지레짐작하였습니다. 연금술사들은 단순한 기술자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목욕재계한 다음에 수없이 실험에 임했습니다. 이를 위해 사용된 것은 수많은 다른 물질들이었습니다. 황Sulphur은 물질을 태우고, 수은Merkur은 물질을 용해시키며, 소금Sal은 물질을 응고시키는 세 가지 매개체였습니다. 그러나 금은 끝내 발견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과거 사람들은 금이 하나의 고유한 금속이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자연과학적 시도가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금 대신에 인 (燐)을 발견했으며, 도자기 기술 개발에 좋은 발판을 마련하였습니다, (블로흐: 1322).

 

2. 우리의 무지 그리고 상상력의 승리: 상기한 내용에서 우리는 어떤 놀라운 사실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첨단 과학이 고도로 발전해 있다 하더라도 인간의 인식 능력과 인지 능력은 여전히 완전하지 못하다는 사실 말입니다. 분자생물학 그리고 천문학의 영역에서 아직도 많은 사항들이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의 주위에는 불치의 병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많으며, 우주에는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행성들이 즐비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마치 우리가 천동설 그리고 연금술을 생각하며 황당함을 느끼듯이, 후세 사람들은 우리의 무지를 거론하며 멋쩍게 미소 지을지 모른다고 말입니다. 확실한 것은 인간이 아직도 완전한 인식에 도달하지 않았으며, 세계는 비밀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연금술을 터무니없는 거짓 기술로 매도하고, 이를 결과론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연금술을 부정할 수는 있지만, 연금술 속에 내재해 있는 의향마저 좌시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다듬는 연금술사의 마음속에는 더 나은 세계를 금으로 제련하려는 고결하고도 경건한 갈망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3. 동화, 그 가벼움 속의 무거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지식과 관련하여 과거의 사람들이 전적으로 어리석고 무지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르네상스 이후에 실패로 돌아간 수많은 실험을 무시할 수는 있으나, 그 의향만큼은 망각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구든 더 나은 세계를 갈망합니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Mary Wollstonecraft는 19세기 초에 여성의 동등권을 갈구하였고, 카를 마르크스Karl Marx는 이윤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서 일하는 자유의 나라를 꿈꾸었습니다.

 

사실 누구에게나 이러한 꿈이 있습니다. 평범한 처녀가 우유를 나르면서 부유한 삶을 갈망하다가, 그만 우유를 쏟는 동화를 생각해 보세요, 여기서 한 가지 사항은 분명합니다. 과거에 나타난 더 나은 삶에 관한 설계는 부분적으로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들의 애절한 갈망은 수많은 이야기 속에 보존되어 있다는 사항 말입니다. 가령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은 인간이 갈망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즉 설화들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암시해줍니다. 그것들은 사고의 행위가 실천하는 행위를 앞서고 있으며, 행위는 이전의 사고에 대한 검증임을 분명히 시사해주고 있습니다.

 

4. 천일 야화, 혹은 아라비안 나이트: 동방에서 유래한 페리시다의 동화 속에는 놀라울 정도로 무언가 암시해주는 내용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바로 여기서 동방의 설화는 어떤 근원 내지 어쩌면 어떤 신선한 꿈을 도출해내게 합니다. 근원이라든가 어떤 신선한 꿈은 비록 고답적인 언어와 진부한 배경 하에 묘사되고 있지만,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생동감을 전해주기에 충분합니다.

 

『천일야화』는 6세기경 페르시아에서 전해지는 1001일 동안의 이야기를 아랍어로 기술된 설화입니다. 우리에게 “아라비안나이트”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바 있는데, 어떤 참으로 놀라운 현실적 정황에서 탄생한 문헌입니다.『천일야화』는 기원후 6세기경 페르시아의 사산 왕조 때 집대성되었는데, 기원후 8세기 말경까지 아랍어로 기록되었습니다. 18세기 초 프랑스의 동방학자, 앙투안 갈랑Antoine Galland은 천일야화를 번역하여 유럽에 소개한 바 있습니다.

 

5. 왜 하필이면 페리사다 공주의 이야기인가?: 『천일야화』는 지금까지 많은 판본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것은 “아라비안나이트”라는 동화의 형식으로 전해졌는데, 원래 삽입되었던 그룹섹스 그리고 수간 (獣姦)에 관한 이야기는 아예 빠져 있습니다. 게다가 천일야화를 유럽에 소개한 앙투안 갈랑은 원전에 없는 이야기를 임의로 삽입했습니다. 가령 잘 알려진 바 있는 「알리바바와 44인의 도적 이야기」는 원전에는 없습니다. 신드바드의 항해에 관한 이야기 역시 나중에 추가로 삽입되었을 뿐입니다.

 

어쨌든 『천일야화』에 실린 이야기들 가운데에는 단순한 낙타 몰이꾼의 대화도 있지만, 칼리프 궁전에서 행해지는 놀라운 광시곡에 관한 연설이라든가, 부분적으로 매우 의미심장한 연금술과 관련되는 내용 등이 마구 혼합되어 있습니다. 특히 연금술의 면모를 훨씬 수월하게 보여주는 것은 페리사다 공주의 이야기일 것입니다. 이것은 비록 기독교의 황금으로 세상을 정화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황금의 물을 사용함으로써 돌로 변한 인간에게 생명을 부여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어떤 계기를 제공합니다.

 

6. 기막힌 기지, 귀를 틀어막기: 앞장에서 언급한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살펴봅시다, 놀라운 것은 페리사다 공주가 사랑하는 바만 왕자를 찾으려고 여행을 떠나기 전에 얼룩덜룩한 치마 속에 귀를 틀어막을 수 있는 솜뭉치를 꾹꾹 채워 넣었다는 사실입니다. 솜으로 귀를 틀어막았기 때문에 그미는 산을 오를 때 이따금 들리는 죽은 자의 비명 소리에 신경 쓰지 않고 정상으로 향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정상을 오르다가 혼란스러운 비명 소리 내지 굉음에 시달리다가 돌로 변한 용감한 기사들은 얼마나 많았던가요?

 

만약 무슬림 수사가 여성의 기막힌 술수에 관해 들었더라면, 그는 틀림없이 너털웃음을 터뜨렸을 것입니다. 독창적 동화 속에는 인간의 기지 내지 술수가 수없이 담겨 있는데, 이는 우리로 하여금 미소 짓게 만듭니다. 인간이 지니고 있는 자유에 대한 갈망 내지 인간의 오성은 바로 이러한 방식을 통해서 비록 자그마하지만 새로운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어쩌면 그것은 하나의 사악한 원칙일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연금술의 놀라운 영역은 동화 속에서 은폐된 채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