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중세 문헌

키케로의 국가론 (2)

필자 (匹子) 2021. 8. 17. 09:45

6. 개괄적 요약,『국가론』 제 1권: 처음에 대화참여자들은 기이한 자연 현상에 관해서 이야기하다가, 핵심적인 테마인 국가의 법에 관해서 차례대로 의견을 개진합니다. 과연 어떠한 법이 최상의 국가가 견지해야 할 법인가? 하는 게 논제가 된 것입니다. 제 1권에서 사람들은 국가가 형성되는 이유를 거론합니다. 흔히 말하기를 국가가 형성되는 까닭은 인간의 “나약함imbecillitas”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키케로에 의하면 사실이 아니라고 합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본능적으로 사회적 특성을 지니는데, 이는 서로 아우르며 “무리를 형성하려는 욕구congregatio”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뒤이어 대화참여자들은 국가 내지 공동체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공개적 사안res publica”이 지니는 정의에 의거하여 공화국의 세 가지 형태의 정치 체제를 거론합니다. 그것은 군주제, 과두제 그리고 민주제가 바로 그 세 가지 형태입니다. 스키피오는 최상의 국가의 형태를 상기한 세 가지 정치 체제를 혼합한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이는 로마의 역사를 고찰하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고 합니다.

 

7. 개괄적 요약, 『국가론』 제 2권: 『국가론』의 제 2권은 공화정을 기치로 한 로마의 법 그리고 법 적용의 실제 과정 등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키케로는 어째서 군주제, 과두제 그리고 민주제가 혼합된 정부 형태가 가장 바람직한 것인지를 분명히 지적합니다. 키케로의 문헌은 역사적 제반 범례에서 하나의 보편적 특성을 끌어내고 있습니다. 완전한 국가는 보편적으로 과연 어떠한 전제조건을 갖추고 있는가? 하는 물음입니다.

 

대화 참여자, 루시우스 푸리우스 필루스는 “불의”에 관해 언급합니다. 언젠가 아테네 출신의 연설가 카르네아데스는 로마에 건너와서 이틀에 걸쳐 정의의 장단점에 관해서 연설하였습니다. 필루스는 카르네아데스의 이러한 발언에 확고부동함이 결여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이로써 그는 정의의 추상성 그리고 정의가 때와 장소에 따라 상대화되어야 하는 이유를 해명합니다. 법과 정의는 필루스에 의하면 원래부터 주어진 게 아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언제나 동일한 법 규정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뒤이어 라일리우스는 정의에 관해 보충 설명합니다. 마지막으로 스키피오는 다음과 같이 요약합니다. 정의는 국법의 토대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의가 결핍되면, 군주제의 경우에는 폭정이, 과두제의 경우에는 담합으로 인한 폭력이, 민주제의 경우에는 혼란과 무질서가 돌출한다는 것입니다.

 

8. 개괄적 요약, 『국가론』 제 3권, 제 4권: 제 3권에서 대화 참여자들은 정의로움의 존재 가치가 어째서 좋은 면과 나쁜 면을 지니는지에 관해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습니다. 이후의 내용은 이미 언급했듯이 오늘날 전해 내려오지 않습니다. 제 4권은 개별적 사항들이 차례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스키피오는 로마의 계층 구분을 찬양합니다. 나아가 그는 그리스의 교육 방식을 비판합니다. 교육에 있어서 그리스 도시 국가는 철저하지 못했고, 엄격하지도 못했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스키피오는 플라톤의 『국가』에 언급되는 재화의 공유 제도를 신랄하게 비난합니다. 공유제가 실시되면, 대중들은 자제력을 상실하고, 계층 차이가 사라지며, 여성들이 더 이상 정조를 지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로써 스키피오는 경제적 측면에서의 근검절약, 인간관계에 있어서의 상호 신뢰 그리고 남성들의 강인한 품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첨가해야 할 사항은 스키피오가 희극 작품들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한다는 사실입니다. 희극작품들은 고결한 인간을 조롱하고 비아냥거리므로, 불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교육과 도덕에 관한 입법의 여러 가지 예를 통해서 가장 문제로 부각되는 것은 어떻게 하면 정의를 가장 훌륭하게 실현하고 관철시키는가? 하는 물음입니다.

 

9. 개괄적 요약, 『국가론』 제 5권: 제 5권에서 대화 참여자들은 국가를 가장 훌륭하게 다스릴 수 있는 인간의 유형을 설파하고 있습니다. 마닐리우스는 판사와 법원을 칭송합니다. 판사들은 왕의 업무를 대신함으로써 국가 지도자의 과도한 업무를 경감시켜준다는 것입니다. 국가의 수상은 법에 정통해야 하며, 명예욕과 양심을 고수해야 한다고 스키피오는 말합니다. 국가의 수상은 국민을 돕고, 그들에게 안전한 생활을 보장해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뒤이어 스키피오는 판사의 판결에 관해서 언급합니다. 즉 판사는 어떠한 경우에도 공정하게 판결하도록 애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누군가 돈으로, 혹은 말로써 판사의 판결에 개입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제 3권의 일부, 제 4권 그리고 제 5권은 유실되어 오늘날 전해 내려오지 않습니다. 이미 언급했듯이 제 6권은 “스키피오의 꿈”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10. 군주제, 과두제 그리고 민주제, 그 특징과 장단점 (1): 작품의 내용 가운데 정치 체제에 관해서 보다 상세하게 거론하도록 하겠습니다. 라일리우스는 대화 도중에 어떠한 형태의 국가가 최선의 상태인가? 하고 묻습니다. 이때 스키피오는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정치체제는 1인 지배, 다수의 지배 그리고 만인의 지배 방식으로 나누어집니다. 그것은 군주제, 과두제 그리고 민주제로 명명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군주제는 때로는 참주제라고 일컫는데, 다음과 같은 장단점을 지닙니다. 왕이 선함을 베풀어 백성들에게 “자선caritas”을 베풀면, 군주국은 차제에 그야말로 바람직한 찬란한 “왕국regnum”으로 번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로 왕이 “오만sperbia”과 독선으로 자신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마구잡이로 휘두르게 되면, 세상은 독재tyrannis“로 인하여 엉망진창이 됩니다. 독재 체제에서 살아가는 백성들은 폭정으로 인하여 엄청난 고통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과두제는 몇몇 사람들이 함께 펼치는 정책으로서 다음과 같은 장단점을 지닙니다. 즉 몇몇의 엘리트 정치가가 제각기 자신의 지혜를 짜내어서 중지를 모으게 되면, ”영특함consilium“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과두제의 나라는 단기간에 그야말로 최상의 ”관료 국가civita optimatum“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몇몇 엘리트 정치가가 인민의 안녕과 행복을 처음부터 무시하고 자신의 이권을 위하여 ”담합factio“ 내지 소수에게 유리한 정책을 펴면서 이기적으로 행동하게 되면, 세상은 그야말로 인민들의 고통과 가난으로 황폐화될 수 있습니다. 요약하건대 과두제는 독재보다도 더 끔찍한 ”과두 정치oligarchie“의 폐해를 출현시킬 수 있습니다.

 

11. 군주제, 과두제 그리고 민주제, 그 특징과 장단점 (2): 세 번째로 민주제는 다음과 같은 장단점을 지닙니다. 민주주의가 실천되면, 일반 사람들은 생업에 있어서 그리고 사생활에 있어서 많은 자유를 얻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일견 그야말로 찬란한 ”인민의 국가civitas popularis“가 출범할 수 있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잘못되어 인민 의회에서 채택된 모든 정책이 어떤 일관된 정책이 아니라, 자유방임에 의해서 수행되면, 모든 것은 ”방종licentia“ 내지 무정부적으로 실천되기 마련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민주제에서 남는 것은 오로지 ”무정부 국가anarchie“의 혼란밖에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대부분 고대 사상가들은 민주제의 해악을 많이 지적했는데, 이는 그들의 사고가 편협한 데에서 기인하기 보다는, 오히려 계층과 신분을 천부적으로 이해하는 고대인들의 세계관 때문이라고 여겨집니다. 어쨌든 군주제, 과두제 그리고 민주제는 제각기 일장일단의 특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우리는 이들 가운데 장점을 선택하여 최상의 제도를 찾아낼 수밖에 없다고 키케로는 주장합니다.

 

12. 군주제, 과두제 그리고 민주제, 그 특징과 장단점 (3): 키케로는 두 번째 스키피오의 입을 빌려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국가는 인민의 문제이다. 그러나 인민은 어떤 방식으로 하나의 뜻으로 모인 인간군이 아니라, 동의할 수 있는 법과 일치의 유용성의 공감에 근거하여 모인 인간군이다. Est igitur res publica res populi, populus autem non omnis hominum coetus quoquo modo congregatus, sed coetus multitudinis iuris consensu et utilitatis communione sociatus.“ (Cicero 2013: 1, 39).

 

국가는 키케로에 의하면 말 그대로 ”공공연한 용무res publica“로서 결코 몇몇 남자들에 의해 좌우될 수 없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국가에 속해 있는 인민들은 결코 인위적으로 합쳐놓은 대중들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하나로 뭉친 그룹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이러한 공동체에서 ”동의할 수 있는 법iuris consensu“ 그리고 ”공동의 이익utilitatis communione“에 관한 동일한 생각을 고찰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인간의 사회적 정치적 삶을 규정하기 위해서는 법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키케로가 중요하게 고찰한 것은 다음의 사항입니다. 즉 세 가지 제도들의 장점을 선택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입니다. 따라서 군주제에서 ”총독consul“의 제도를, 과두제에서 ”원로원senat“의 제도를, 민주제에서 ”인민회의concilium“의 제도를 선택하는 게 최선책이라고 합니다. 놀라운 것은 키케로가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를 교묘하게 반박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과두제와 민주제를 절충하여 채택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는데, 키케로는 여기다가 군주제를 추가로 선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