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근대불문헌

서로박: 푸아니의 양성구유의 유토피아 (2)

필자 (匹子) 2018. 2. 19. 12:02

6. 푸아니의 삶 (2): 푸아니는 프로테스탄트로 개종한 다음에 1666년에 칼뱅 교단에 들어갑니다. 이는 오로지 먹고살기 위한 수단으로 내려진 결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몇 개월 후에 그는 다시 구설수에 오르게 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푸아니가 술집에서 카드놀이를 즐기다가 여러 명의 동네 처녀를 유혹하여 차례대로 그들의 순결을 빼앗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약간 과장된 감이 없지 않습니다. 사실인즉 푸아니는 레아 라 마이송이라는 여성과 사랑에 빠져, 그미를 임신시키고 말았던 것입니다. 칼뱅 교단은 1666101일에 그에게 8일의 시간을 주면서 제네바를 떠나라고 통보합니다. 이로써 푸아니는 재차 추방당합니다. 14일 후에 푸아니는 레아와 함께 로잔으로 가서 결혼식을 올립니다. 푸아니에 관한 나쁜 소문은 이미 로잔에서도 퍼져 있었습니다. 다행히 16693월에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로잔에 있는 모르그 학교는 월급과 숙식을 제공할 테니 학생을 가르쳐달라고 제안했던 것입니다. 푸아니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를 수락하고 열심히 일합니다. 가령 찬가에 해당하는 작품 주님을 모시는 일 대한 매혹Les attraits au service divin은 이 시기에 완성된 작품이었습니다. 그런데 몇 달 후에 모르그 학교에서 다시 문제가 발생합니다. 예배에 참가한 푸아니는 제단 앞에서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의 입에서는 술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습니다. 모르그 학교에서 쫓겨난 그는 아내와 두 자식을 데리고 스위스의 제네바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싫든 좋든 간에 그는 제네바에서 뼈를 묻으려고 결심합니다. 지속적으로 칼뱅 교단에 용서를 구합니다. 푸아니는 가요와 시편을 써서, 칼뱅 교단에게 작은 보탬이 되려고 하였습니다. 그가 호구지책으로 행한 일은 프랑스어와 라틴어를 가르치는 가정교사 직이었습니다. 그러나 칼뱅 교단은 푸아니의 가요와 시편들을 몰수하여 모조리 불태워버립니다. 작품은 신앙심을 불러일으키기는커녕, 오히려 신자들의 마음을 미혹에 사로잡히게 만든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7. 푸아니의 삶 (3): 푸아니의 집필은 중단되지 않았습니다. 1676년 제네바에서 유토피아 소설, 자크 사뒤르의 모험이 간행됩니다. 책에는 저자의 이름이 “G. d. F”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저자의 이름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출판사 사장밖에 없었습니다. 조만간 제네바의 신학자들은 두 명의 교수로 하여금 이 책을 심사하게 합니다. 두 교수는 푸아니의 책을 수치스럽고 위험하며, 신을 모독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예컨대 저자는 계시의 가르침을 부정하며, 영혼 불멸설을 비아냥거리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푸아니는 제네바 아카데미에 소환됩니다. 처음에 그는 자신이 저자가 아니라고 발뺌합니다. 결국 푸아니와 출판업자인 라 피에르는 3개월 후에 당국에 의해 체포됩니다. 재판정에 초췌한 모습을 드러낸 푸아니는 자신이 저자임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선처를 구합니다. 결국 그는 감옥에서 풀려나게 됩니다. 그렇지만 푸아니의 고행은 이것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1680년에 푸아니의 아내는 세상을 떠납니다. 그런데 1679년에 푸아니는 진 베일리라는 하녀를 유혹하여 셋째 아이를, 1681년에 넷째 아이를 낳게 합니다. 푸아니는 1684년에 사회적 풍기 문란이라는 죄목으로 다시 투옥됩니다. 이듬해에 그는 다시 임신한 진 베얼리 그리고 자식, 네 명을 거느리고 제네바를 떠나야 했습니다. 마지막 시기에 그는 다시 가톨릭으로 개종하여 어느 수도원에서 칩거하여 살다가 1692년에 사망합니다.

 

8. 가상적인 섬을 배경으로 하는 문학 유토피아: 오스트레일리아는 1606년 네덜란드의 선원인 빌렘 얀츠에 의해서 처음으로 발견되었습니다. 푸아니는 1610년 에스파냐 왕에게 보내는 보고서를 접했는데, 여기서 자신의 놀라운 생각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할 계기를 발견한 것 같습니다. 작품은 도합 14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푸아니는 자신의 유토피아를 구성하는 데 있어서 일단 가상적인 구도를 선택하였습니다. 독자는 작품의 첫 번째 세 단락을 통해서 주인공 자크 사뒤르가 어디에서 출생했으며, 젊은 시절을 어떻게 보냈는지 그리고 어떠한 교육을 받았는지 파악하게 됩니다. 베라스의 세바랑비 이야기의 내용이 비록 가상적이기는 하지만, 실제 사건과의 어떤 관련성을 드러내는 데 비해서, 푸아니의 작품은 역사적 신빙성 대신에 오로지 작가의 주관적 상상력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자크는 범선을 타고 통고까지 갔는데, 이에 만족하지 않고 남쪽 대륙까지 항해합니다. 작가는 모든 것을 서술하는 데 있어서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도입합니다. 화자인 는 범선이 난파된 다음에 여러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겨야 했는데, 그때마다 거대한 새가 나타나서 주인공을 남쪽 대륙의 땅으로 데리고 갔다는 것입니다.

 

9. 남성 여성의 구분이 없는 새로운 대륙: 이어지는 장에서는 새로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건축, 거주지, 식사 등의 사항이 차례로 서술되고 있습니다. 자크가 정신이 들었을 때 그는 벌거벗은 몸으로 남쪽 대륙의 원주민들 사이에 누워 있었습니다. 이곳 사람들에게는 남성과 여성의 구분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곳 사람들은 자웅양성의 인간들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성애와 동성애는 모두 통용됩니다. 결혼이라는 체제 역시 처음부터 불필요합니다. 자고로 결혼이란 일부일처제에서 나타난 규칙으로서 가정을 꾸리기 위한 조건으로 거행되는 예식입니다. 거대한 남쪽 대륙에서는 아이들을 공동으로 키우는 여성 집단이 있습니다. 그곳의 땅은 다른 어떠한 외부 사람이 발을 들여놓지 않은 지역이었습니다. 원래 원주민들은 당시의 시점까지 기질, 출생지 그리고 고향 등을 알지 못하는 어떠한 외부인을 영접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준수하고 있었습니다.

 

10. 주인공과 노인과의 대화: 이어지는 장에서는 자크 사뒤르는 남쪽 대륙의 원주민과의 첫 만남 그리고 주위 환경을 서술합니다. 작품의 대부분은 주인공과 수아이우스라는 이름을 지닌 노인과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노인은 주인공이 이곳에서 정신을 차렸을 때 그를 보호해준 사람이었습니다. 대화를 통해서 주인공은 여러 가지 사항을 알게 됩니다. 예컨대 남쪽 대륙의 기후, 인민의 구조, 지정학, 원주민들의 교육 제도라든가, 정치와 경제의 시스템 그리고 이성 신에 대한 숭배 그리고 기술적인 개발 등이 바로 그 사항입니다. 이로써 작가, 푸아니는 고전 유토피아에서 나타나는 바람직한 국가의 공간 구도를 세밀하게 그리고 폭넓게 축조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푸아니의 유토피아는 작가가 처했던 시대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구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는 유럽의 비합리적인 현실적 상황을 간접적으로 비판하기 위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