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내 단상 181

(단상 349) 성 단상 (3)

16: 심리학의 역사는 150년 전부터 시작되었다면, 문학과 철학의 역사는 이미 2500년부터 시작되었다. 가령 19세기 중엽에는 심리학 연구가 아직 개진되지 않았다. 모든 심리학적 사항은 과거에는 신화 속에, 문학 작품 속에 그리고 철학적 이념 속에서 때로는 흐릿하게, 때로는 명시적으로 반영되어 왔다. 심리학을 공부하는 젊은이들이 문학과 철학을 병행하여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17: 1890년대 오스트리아 빈의 정신분석 연구소의 문 앞에는 다음과 같은 팻말이 붙어 있었다. “개와 거지는 출입을 금합니다.” 프로이트와 그의 제자들에게는 굶주림은 심리학의 대상이 되기에는 너무나 자명한 충동에 불과했는지 모른다. 18: 프로이트는 오스트리아에 살아가는 넥타이 유대인이었다. 그는 유럽 시민 ..

3 내 단상 2017.02.02

(단상. 348) 여성 혐오 (1)

대부분 남성들이 품고 있는 여성 혐오는 조신한 여성을 무조건 좋게 생각하고 이른바 "고삐 풀린 계집"을 화장실의 변기통으로 간주하는 남성 중심적 사회 풍토의 결과이다. 여성 혐오는 여성의 성기에 대한 증오 내지 매춘부에 대한 멸시에서 극에 달하고 있다. 포르노그래피는 엄밀히 말해 “부도덕한 갈보”, “암소” 그리고 “보지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라는 의미와 일치한다. (G. 루빈: 일탈, 516쪽). 성 노동자 그리고 여성의 성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사라지지 않으면, 여성 혐오는 결코 이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3 내 단상 2017.02.01

(단상. 347) 성 단상 (2)

8: 흑인과 백인을 서로 구분하는 것은 잘못된 선입견의 발로이다. 피부색은 달라도 인간의 모든 피는 붉다. 늙으면, 흑인, 백인 그리고 황인의 머리칼은 모두 하얗게 변한다. 중요한 것은 호모 아만스의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이다. 9: 모든 이론은 처음에는 가설로 성립된다. 그런데 그게 하나의 진정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지금 여기”라는 현실적 조건이 첨부되어야 한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지금 여기”의 전제조건 하에서 타당성을 인정받은 학문적 이론이라고 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그 이론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10: 심리학의 경우 특정한 현실적 조건 하에서 학문적 정당성을 획득한 보편타당한 이론이라고 하더라도 그 현실적 조건 하에서 얼마든지 적용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심리학의 관심사는 처음부터 다..

3 내 단상 2017.01.31

(단상. 346) 성 단상 (1)

1: 심리적 질병에 관한 한 정상인과 장애인의 구분은 흐릿한 것이다. 세상 어디에도 조금이라도 장애의 요인을 지니지 않은 인간은 한 명도 없다. 이와는 반대로 세상 어디에도 더 이상 조금이라도 심리적으로 호전될 수 없는 환자는 한 명도 없다. 2: 호모 아만스는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애호의 감정을 감히 발설하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깊은 사랑은 당사자로 하여금 꿀 먹은 벙어리로 만든다. 깊은 곳에 고여 있는 사랑의 묘약은 말문을 닫게 하는 것이다. 아, 사실을 거짓으로, 거짓을 사실로 뇌까리는 청개구리의 습성을 답습하는 버릇은 바로 그 때문일까? 3: 말과 언어는 우리의 마음을 속이거나 감추는 “불충족한 소리의 옷” (김광규)이다. 깊은 곳의 무의식적 욕구는 최상의 경우 언어적 표현을 통해서 어떤 암..

3 내 단상 2017.01.30

(단상. 340) 인생에서 가장 통쾌한 것은?

인간의 삶에서 가장 통쾌한 것은 막판의 승리일 것이다. 처음에는 항상 꼴찌였던 코흘리개 아이가 나중에 가장 멋지게 골인 지점에 도달할 때 우리는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안데르센의 미운 오리새끼 - 한 마리 백조 새끼는 불행하게도 오리 무리에서 눈치 보면서 자란다. 언제나 왕따 당하다가, 나중에 장성하여 찬란한 흰 날개를 퍼덕이고 하늘을 난다. 올드 셰터핸드 - 그는 카를 마이의 소설에 등장하는 백인이다. 키 작고 손재주 없어서 언제나 놀림을 받던 사내. 나중에 그는 훌륭한 총잡이가 되어, 주위의 모든 악당들을 물리친다. 기찻간에서 95세 노인을 만났다. 물론 오래 사는 게 능사는 아니다. 그런데 그 노인은 그의 몸과 사고는 청년처럼 활발했다. 그분은 최후에 웃는 자가 승리자임을 가르쳐주었다.

3 내 단상 2016.11.25

(단상. 320) 불가능한 사랑과 아웃사이더

“사랑의 강도는 그것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현실에서 측정된다.” (드 브륀) 행복한 사랑의 이야기는 즐겁지만, 지루한 반면에, 불가능한 사랑의 비극에 우리가 감동을 받는 이유는 불가능한 사랑에서 사랑의 깊이를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이 실현되지 않고 외부적으로 방해받게 되면, 호모 아만스의 욕망은 소극적으로는 히스테리의 기이한 변덕으로 출현한다. 그것은 때로는 교태와 같은 가식적 행위, 질투심 그리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미움 등과 같은 정서로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만일 사랑의 욕망이 주어진 현실에서 지속적으로 차단되거나 거부당하게 되면, 호모 아만스는 절망에 빠지면서 자신의 존재가 주어진 현실에서 어느 누구로부터도 인정받지 못하게 되는 것을 깨닫는다. 이렇듯 아웃사이더는 특정한 사회가 탄생시키는 ..

3 내 단상 2016.01.16

(단상. 319) 가족 치료

좁은 공간은 언제나 심리적 압박감을 가져다준다. 폐쇄공포증 내지 고소공포증은 자유인에게 자유에 대한 반대급부로 주어지는 형벌인지 모를 일이다. 설령 넓은 집이라 하더라도 가족들은 언제나 서로 갈등을 겪게 마련이다. 가정은 개개인에게 제공되는 마치 고향과 같은 안식처이어야 하지만, 때로는 스트레스가 쌓이는 심리적 쓰레기장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가족 구성원들은 외부에서 수용한 스트레스를 집으로 가지고 와서, 가정 내에서 해소하려 하며, 내부적으로 서로의 생활패턴에 시시콜콜 간섭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모두가 자신의 심리를 압박하던 사항을 토로하며, 부모, 혹은 형제자매로부터 위안을 받으려 한다. 그러나 정작 그것을 청취하는 당사자는 함께 고민하는 동안에 동일한 크기의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

3 내 단상 2016.01.16

(단상. 316) 자아정체성과 결혼 이데올로기

호모 아만스 가운데에는 자신의 뿌리가 어디에서 비롯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알렉스 헤일리의 장편소설『뿌리』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우리는 해외에 입양된 한국인들을 떠올릴 수 있다. 물론 부모가 누구인지 모르는 분도 얼마든지 사랑하고 임을 만나 멋지게 살아갈 수 있다. 그렇지만 사랑과 성을 추구하는 인간 동물이 살아가는 데 출발점이 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자아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이다. 자신을 알아야, 주위 사람들을 더욱 잘 알고 세계를 이해할 게 아닌가? 그런데 주어진 현실은 우리로 하여금 자신을 알지 못하도록 잔인한 장애물을 설치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사랑하는 분과의 결혼이 불가능할 정도로 정치적 경제적으로 힘든 개인적 정황과 사회적 여건 등을 생각해 보라. 가난과 폭정은 인류 역사에서 지속적으..

3 내 단상 2016.01.11

(단상. 315) 성과 결혼 그리고 계층

수컷의 사랑이 순간적 격정으로 타오르는 불꽃 (火性)이라면, 암컷의 사랑은 “잉여 주이상스”로서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는 물 (水性)과 유사하다. 그런데 사랑에 결혼이라는 딱지가 붙게 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재독인사 어수갑씨는 언젠가 “유럽이 재미없는 천국이라면, 한반도는 재미있는 지옥”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비유를 부부의 삶과 싱글의 삶에 적용하면 어떨까? 호모 아만스는 결혼으로 인하여 때로는 어느 정도의 부자유를 감수해야 한다. 왜냐하면 혼인이라는 열쇠는 드물지만, 때로는 자신을 신방에 갇히게 하기 때문이다. 싱글의 삶이 불편한 자유를 느끼게 한다면, 부부의 삶은 편안한 부자유를 느끼게 할까? 자연에서 날아다니는 암컷과 수컷은 콩 한 알도 나누어먹으며 정조를 지키지만, 거대한 새장 속의 새들은..

3 내 단상 2016.01.07

(단상. 314) 가상과 본질로서의 사랑

대부분의 연정은 무엇보다도 특정 이성에 관한 기이한 신비로움의 정서에서 싹트곤 한다. 물론 임과 살을 섞은 다음에 뒤늦게 마음속에서 사랑의 감정이 은근히 솟아오르는 경우도 드물게 존재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연정은 상대방을 속속들이 알기 전에 싹튼다. 마치 꽃봉오리 속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 하고 호기심을 품는 꼬마아이처럼 호모 아만스는 비밀스러운 이성을 몹시 궁금해 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마음은 상대방의 외모, 표정, 동작과 옷맵시를 접하거나 말투만으로도 가슴속에서 순간적으로 용솟음쳐 올라오지 않는가? 자고로 에로스의 화살은 사랑하는 대상을 차지하기 전에 더욱 힘차게 과녁을 향해 나아가는 법이니까. 이처럼 사랑의 밀물은 사랑의 썰물보다 더 힘찬 설렘을 우리에게 안겨준다. 분명히 말하건대 연정에 이끌..

3 내 단상 2016.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