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내 단상 196

(단상. 427) 혁명 세력은 소수의 몫인가?

에코페미니즘을 주창한 프랑스의 작가 프랑스와 드본 (Françoise d’Eaubonne, 1920 - 2005)의 발언을 인용하기로 한다. "동성애 남자들은 이성애 남자들에 비해 여자들에 대해 적대적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대부분 이성애 남자들은 마치 경찰관처럼, 마치 여성을 윽박지르는 진상처럼 행동하는 경향을 드러낸다. 그렇기에 오늘날 여성들은 -어느 나라, 어느 계급 그리고 어떤 문화권에 살든 간에- 심리적 불행을 맛보고, 주어진 처지에서 좌절하며, 많은 남자들 (아버지, 남편, 애인 등)에 의해서 경멸당하고, 수없이 무기력증에 빠져들곤 한다. 그 이유는 한마디로 이성애 남자들의 의식적이고 무의식적인 폭압 때문이다. 물론 사회가 레즈비언들에게 관대함을 베푸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는 ..

3 내 단상 2019.08.18

(단상. 425) 보살로 살아가기를....

등잔 밑이 어둡다고, 지금까지 가장 가까이 머물고 있는 진리로부터 멀어진 채 허망하게 살아왔다. 이제야 보살이 어떠한 분인지 이제야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흔히 보살 하면, 사람들은 불교에 침잠한 분들을 연상하곤 한다. 그러나 보살의 의미는 참으로 깊다. 보살은 보리살타의 줄임말로서 "깨달음 (보리)을 구하는 존재 (살타)"라는 뜻이다. 원래 소승불교에서는 부처가 성불하시기 전의 존재를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대승불교에서는 이상적 인간형으로 이해된다. 보살은 자신만의 해탈을 구하지 않고, 자신의 이로움과 타인의 이로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자이다. 보살은 차안과 피안에 머물지 않는 분이다. 지혜와 자비, 자유와 헌실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 바로 보살인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보살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성령 (..

3 내 단상 2019.06.24

(단상. 419) 블로흐 연구 작업

블로흐의 전집 20권 가운데 불과 다섯 권만이 번역되었습니다. 전집 15권 그리고 "물질의 로고스" 단행본 한 권 그리고 블로흐의 편지 등을 합하면 도합 18권이 되는데, 미국에서도 제대로 번역 소개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의 문장은 학교 문턱에 한 번도 발 디디지 않고 혼자 독학하여 독일어를 배운 야콥 뵈메의 신비로운 문체를 연상시킵니다. 누군가 블로흐의 "유토피아의 정신 Geist der Utopie"을 번역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언제 간행될지는 내가 알 리 만무합니다.. 다시 "블로흐 읽기 4. 물질이란 무엇인가? 프리드리히 엥겔스, 혹은 아리스토텔레스 좌파"를 집필하기로 작심했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일이지만, 그냥 매일 조금씩 작업하려고 합니다. 다행히 올해는 강의를 많이 하지 않아도 ..

3 내 단상 2019.02.21

(단상. 418) 니체는 있는데, 클라게스는 없다.

프리드리히 니체에 대한 몇몇 교수들의 집착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물론 21권으로 이루어진 니체 전집 간행은 문헌학적 수확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그러나 니체의 철학은 서양 철학의 핵심적 논거를 파악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 주지는 못합니다. 왜냐하면 니체는 이방인의 자세로 서양의 철학적 문화적 두 줄기인 그리스 철학과 기독교 사상을 원천적으로 비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지하다시피 니체는 플리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철학과 기독교 사상의 흐름 대신에 페르시아의 사상에서 차라투스트라의 정신을 도출해내었습니다. 그러나 초인의 정신은 파시즘의 의혹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여성 혐오를 도출해낸다는 점에서 쇼펜하우어 그리고 하이데거 등의 허무주의의 철학적 논거와 함께 현대적 관점에서 비난 받아야 마땅합니다. 가..

3 내 단상 2019.02.21

(단상. 417) 노란 조끼 입은 사나이들

현재 프랑스에서 일고 있는 반 정부 데모는 급진적 과격성을 드러내지만, 그래도 새로운 프레카이아트 운동으로 이해되곤 한다. 자유를 쟁취하려면 누군가 피 흘려야 한다고 역사는 말해준다. 박노자 교수는 기존 사회의 틀에서 배제된, 프랑스 젋은이들의 노여움을 긍정적으로 해석한 바 있다. 물론 이와 관련하여 박 교수가 헬조선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연대를 촉구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프랑스의 반정부 데모의 진면목은 아직도 안개 속에 은폐되어 있다. 최근에 노란 조끼를 입은 프랑스 데모대 사람들은 길을 걸어가던 철학자 알랭 핑켈크로 Alain Finkeilkraut 에게 무력을 행사하려 했다. 핑켈크로가 누구인가? 유대인 출신의 학자로서 인간의 외모와 속내를 구분해서 해석한 철학자이다. 데모대는 그..

3 내 단상 2019.02.19

(단상. 416)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친애하는 L, 김수영 시인은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하였습니다.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작은 일에 분개하고 살면, 우리는 큰 일에 분개할 기회를 상실하게 됩니다.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참회의 제단에 세울수 없습니다. 이 경우 부활과 신생은 결코 생겨나지 않습니다. 부활 (Resurrektion)이란 무엇인가요? 그것은 죽은 뒤에 다시 생명을 얻는 것을 뜻하는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하나의 비유로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죽은 뒤에 다시 태어날 수 없기 때문이지요. 부활이란 이전과는 다른 삶을 새롭게 살아가는 것을 뜻합니다. 그것은 갱생의 삶입니다. 부활의 의지란 절망에 사로잡힌 한 인간이 자신의 과거의 끔찍한 괴로움과 어리석음을 박차고 새롭게..

3 내 단상 2019.02.10

(단상. 414) 연체 동물, 문어

독일에는 파울이라는 연체 동물 문어가 살고 있었다. 놈은 2008년 1월 26일 대서양의 포틀랜드 근처에서 태어나, 2010년 19울 26일 독일의 오버하우젠에서 사망했다. 놈은 머리가 영리해서, 점쟁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월드컵에서 어느 나라가 승리할 것인지, 누가 어떠한 비극적 사건을 겪게 될지를 자신의 8개의 발로 정확히 예언하곤 하였다. 그런데 파울도 3년 살다가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다른 문어들과는 달리 색을 감지하고 인간의 표정까지 읽는 그였지만. 그는 말 못하는 연체동물 가운데 한 마리였다. 문어에게도 감정이 자리하고 있는지 모른다. 어쩌면 그역시 암컷에게 다가가 사랑을 표현한 다음에 눈믈 조용히 감았는지 모른다. 파울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모두 눈물을 흘렸다. 잘 가시라, 그대는..

3 내 단상 2019.02.02

(단상. 410) 당신에게 희망이란 무엇인가요?

김영민: 희망이란 자기 충족적 예언 (Self-fulfilling prophecy)이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이자면, 루쉰의 소설 "고향"의 마지막 문장을 언급할 수 있겠군요. "희망이란 것에 생각이 미쳤을 때 나는 갑자기 두려워졌다. (...) 지금 말하는 희망이라는 것도 나 자신이 만든 우상이 아닐까? (...) 그것은 마치 땅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실상 땅 위에 본디부터 길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니는 사람이 많아지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출전: 한겨레 신문 2019. 1. 5) 김 선생님~ 희망이란 자기 충족적 예언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히려 찬란한 자유의 나라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담은 예언이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나 혼자의 발자취가 중요한 게 아니리, 동행하는 우리의 걸음이 중요하..

3 내 단상 2019.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