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내 단상 181

(단상. 313) 콤플렉스, 혹은 타부

세상에는 하고 싶어도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고, 하기 싫어도 해야 할 일이 있다. 호모 아만스의 사랑의 실천이 전자에 해당한다면, 사회적 필연성으로 주어진 의무감 등은 후자에 속할 것이다. 하고 싶은데, 할 수 없는 상황 – 이는 대체로 도파민 분비의 여러 가지 효과를 저하시켜서, 때로는 우리를 깊은 우울증에 침잠하게 만들기도 한다. 인간은 동물과 다르기 때문에, 주위 사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마음 같아서는 임을 와락 끌어안고 싶은데, 힐끗 쳐다보는 주위의 사람들이 신경 쓰인다.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망설이다가, 사랑 고백의 기회를 놓치는 사람들은 부지기수이다. 떠나간 임에 대한 그리움으로 현재의 삶을 망치는 호모 아만스들도 더러 있다. 그만큼 금지된 사랑, 불가능한 사랑은 우리의 가슴을 ..

3 내 단상 2016.01.07

(단상. 312) 사랑, 얽힘과 섞임

깊은 사랑은 당사자의 말문을 꽁꽁 얼어붙게 만든다. 내면의 격노하는 감정이 언어적 표현을 방해하는 것이다. 수많은 호모 아만스들의 삶 속에는 얼마나 구슬픈 사연과 애환이 숨어 있을까? 말이나 글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몹시 어렵고 부담스러울 것이다. 이 경우는 마치 자신의 알몸을 드러내는 것처럼 겸연쩍음을 느끼든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든가, 둘 중 하나이리라. 왜냐하면 말과 글이란 타인을 전제로 한 것이며,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전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갓 태어난 아이에게 우리와 동일한 본능이 주어지듯이, 일자무식의 하녀에게도 어느 순간 연정이 찾아들어, 그미의 가슴속에 오래 머물곤 한다. 세상에는 말로 표현되지 않은 사랑 그리고 이와 결부된 비극은 무수히 출현한다. 이를테면..

3 내 단상 2016.01.06

(단상. 311) 사랑, 죽음 그리고 죽임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지만, 비행기 사고는 대부분의 경우 이륙 시보다는 착륙 시에 발생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치정살인극은 두 연인의 만남의 시기에 발생하는 것도 아니며, 함께 하는 시기에도 발생하지 않는다. 끔찍한 비극은 거의 89 퍼센트 이상의 경우 이별의 순간에 돌발적으로 출현하곤 한다. 어느 날 호모 아만스는 사랑하는 임의 태도가 냉담하게 변해 있다는 것을 감지한다. 그렇다고 함부로 남의 품안에 안겨 있는 임을 상상할 수는 없다. 그것은 극도의 고통을 안겨줄 테니까. 차라리 이러한 상상을 떨쳐버리는 게 오히려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 그런데 어느 날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다. 임이 “나”에게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고한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가 “나”를 더 이상 만나지 않으려 한다면, “나..

3 내 단상 2016.01.06

(단상. 259) 문학 교육이 최고의 인성 교육이다.

도정일 교수님의 글, "문학 교육이 최고의 인성 교육이다."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한겨레 신문 2014년 12월 19일자) 어째서 가진 자는 대체로 못 가진 자에 대해서 동정과 연민의 정을 느끼는 게 아니라, 그들을 경멸하고 무시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재산은 인간을 오만하고 독선적으로 변화시키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권력과 금력을 거머쥔 대부분의 사람은 기고만장한 오만함으로 이해와 동정의 능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도 교수님도 말하고 있지만, 문학 교육은 최고의 인성 교육입니다. 문학은 있을 수 있는 이야기, 가능한 삶의 스토리를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문학 작품을 접하게 되면 우리는 오히려 역으로, 다시 말해서 남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문학하는 행위는 타인의 눈으로 자..

3 내 단상 2014.12.29

(단상 223) 그분의 말씀

1. 아들아, 왜 성공해야 하는가를 깊이 숙고해라. 이에 대한 필연적 각오가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집념을 너의 가슴 속에 새겨줄 것이다. 2. 아들아, 너의 포부를 잊지 말아라. 무언가를 성취해 내려는 의지가 없는 인간은 젊은이가 아니다. 3. 아들아, 노력하라. 엉덩이에 물집이 생기도록 읽고 생각하며, 메모하라. 인내와 끈기는 너의 두뇌의 능력을 배가시켜줄 것이다. (1975년 어느 봄날, 그분의 말씀)

3 내 단상 2014.04.12

(단상. 222) 희망의 원리 일어판

『희망의 원리』 일어판: 최근에 일본의 백수사 白水社라는 출판사는 『희망의 원리』를 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책은 제, 2권, 3권 그리고 5권입니다. 목차를 읽어보니, 내가 번역한 책의 목차와 거의 동일한 게 아니겠습니까? 그게 일본어 중역본인지는 직접 확인해보지 못했습니다. 이 문제는 언젠가 뜻있는 후학에 의해서 밝혀지게 되겠지요. 확실한 것은 일본어판 『희망의 원리』가 간행된 데에 나의 번역서가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내 마음속에 즐거움과 씁쓸함이 교차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자꾸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인들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다케시마는 동해에 있는 섬이 아니라, 일본 열도로부터 남쪽에 위치하는 섬이 아닌가요?

3 내 단상 2014.03.01

(단상 216b) 꿈, 한 반도 그리고 희망사항

수장은 단체를 대표하는 사람이다. 그의 일감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그 하나는 단체를 대표하는 제반 형식적 외교적 만남 내지 의전 활동을 가리키며, 다른 하나는 사회 가장 낮은 곳, 골치 아픈 문제점을 파고 들어서 이를 해결하는 일을 가리킨다. 제발 부탁드리건대 박 대통령은 전자에 신경 쓰지 말고, 후자에 신경 쓰기 바란다. 국가의 수장은 가장 만나기 껄끄러운 사람을 만나서 문제를 해결하는 존재이어야 한다. 조속한 시기에 북한의 김정은을 만나서 핵문제 해결, 긴장 완화 그리고 평화 협정 체결, 이산 가족의 상봉 등을 직접 논의하여 좋은 결론을 도출해내었으면 좋겠다. 이러한 문제가 실현되면, 국방비가 감축될 것이고, 이에 대한 재원은 사회복지 자금으로 돌릴 수 있을 것이다. 정치가는 어떻게 해서든 학교와 ..

3 내 단상 2013.09.22

(단상. 215) 덴마크에 가보라 2

덴마크에 가 보라. 그곳에서는 국민 고등학교라는 농민 교육 기관이 있다. 남한 사람들은 미성년자만 학교 다녀야 한다고 지레짐작한다. 그만큼 우리는 어른이 되면 학교에 가서 공부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웃과 대화도 제대로 나누지 않는다. 트러블이 생기면 사람들은 당구공처럼 부딪쳐 서로 언성을 높일 뿐이다. 덴마크 성인 남녀들은 학교에 가서 배우고 토론한다. 우리에게도 성인 자유학교가 필요하다. 도박이나, 술 등을 즐기는 대신에, 성인 자유 학교에서 토론하고, 춤추면, 자연스럽게 인간적인 정을 나눌 수 있다. 덴마크의 국민 고등학교의 정경 덴마크에 가 보라. 그 나라에는 학교 무상 급식이 없다. 덴마크 아이들은 등교하기 전에 스스로 도시락을 싸야 한다. 스스로 도시락을 챙기지 않으면, 그 학생은 굶어야 한다...

3 내 단상 2013.02.12

(단상. 214) 덴마크에 가보라 1

덴마크에 가보라. 거기서 사용되는 언어는 덴마크어인데, 독일어와 비슷하다. 브레히트와 벤야민이 30년대 말에 망명한 지역, 작은 조합 공동체가 형성되어 있는 곳, 그곳 사람들은 거대한 국가보다도, 작은 조합 사회를 갈구하며 지금까지 살아왔다. 덴마크의 항구 도시의 모습 덴마크에 가보라. 그곳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과 등지며 살아가지 않는다. 다른 인종에 대해서도 배타적이 아니다. 닐스 보어의 회고록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독일 점령 사령부가 덴마크에 살고 있는 유대인을 색출하기 위하여 덴마크 정부에게 다음과 같이 통보하였다. 즉 유대인들은 몇 날 몇시부터 노란 별표 (십자성)를 착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때 덴마크 국왕 자진해서 노란 완장을 찼다고 한다. 그러자 덴마크 모든 국민들도 노란 별표를..

3 내 단상 2013.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