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는 파울이라는 연체 동물 문어가 살고 있었다. 놈은 2008년 1월 26일 대서양의 포틀랜드 근처에서 태어나, 2010년 19울 26일 독일의 오버하우젠에서 사망했다. 놈은 머리가 영리해서, 점쟁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월드컵에서 어느 나라가 승리할 것인지, 누가 어떠한 비극적 사건을 겪게 될지를 자신의 8개의 발로 정확히 예언하곤 하였다.
그런데 파울도 3년 살다가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다른 문어들과는 달리 색을 감지하고 인간의 표정까지 읽는 그였지만. 그는 말 못하는 연체동물 가운데 한 마리였다. 문어에게도 감정이 자리하고 있는지 모른다. 어쩌면 그역시 암컷에게 다가가 사랑을 표현한 다음에 눈믈 조용히 감았는지 모른다. 파울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모두 눈물을 흘렸다. 잘 가시라, 그대는 전생에 인간인 나의 친구였다고 생각하면서...
만약 신이 살아 있다면, 인간을 바라보며, 그렇게 연민의 정을 느끼고 있을까 오래 살아봐야 3년이 아니라, 고작 80년 살다가는 불쌍한 동물, 하고 혀를 끌끌 차면서, 신은 잠자는 우리를 마치 문어를 쳐다보는 인간처럼 그렇게 우리를 내려다보면서, 불쌍하게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파울의 예언은 거의 빗나가는 적이 없었다. 독일과 에스파냐의 축구 시합에서 누가 승리할지 점을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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