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내 단상

(단상. 419) 블로흐 연구 작업

필자 (匹子) 2019. 2. 21. 18:16

블로흐의 전집 20권 가운데 불과 다섯 권만이 번역되었습니다. 전집 15권 그리고 "물질의 로고스" 단행본 한 권 그리고 블로흐의 편지 등을 합하면 도합 18권이 되는데, 미국에서도 제대로 번역 소개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의 문장은 학교 문턱에 한 번도 발 디디지 않고 혼자 독학하여 독일어를 배운 야콥 뵈메의 신비로운 문체를 연상시킵니다. 누군가 블로흐의 "유토피아의 정신 Geist der Utopie"을 번역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언제 간행될지는 내가 알 리 만무합니다..

 

다시 "블로흐 읽기 4. 물질이란 무엇인가? 프리드리히 엥겔스, 혹은 아리스토텔레스 좌파"를 집필하기로 작심했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일이지만, 그냥 매일 조금씩 작업하려고 합니다. 다행히 올해는 강의를 많이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매일 조금씩 추진하려고 합니다. 40년 정도 공부하니, 이제야 비로소 학문에 조금 눈이 뜨이는 것 같습니다.

 

 "희망의 원리"를 번역할 때 하루 종일 번역에 몰두하면, 원문 한 페이지를 번역할 수 있었습니다. 문맥과 정확한 뜻을 파악하고, 이와 관련되는 서적을 뒤지고 내용을 완전히 파악한 다음에 우리 나라의 좋은 문장으로 옮기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하루가 다 지나갔습니다. 너무 느릿느릿한 것 같아서 하루는 속도를 내어 원문 2페이지를 번역하였습니다. 그 다음날 다시 읽어보니, 아뿔싸, 많은 실수가 발견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하루  8시간 동안 한 페이지씩 작업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원문 한 페이지 번역하는 데 세 시간밖에 소요되지 않습니다. 이는 나에게 약간의 학문적 내공이 축적되었다는 뜻입니다. 그래도 아직 멀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좌파를 연구하니, 기독교 스콜라 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의 개념이 물질 이론에서 파생된 허구의 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부터 현대 물리학에 이르기까지 물질에 관한 본질적 연구는 이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