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독일시

헤르만 헤세의 시, '안개 속에서'

필자 (匹子) 2024. 12. 29. 10:26

헤르만 헤세 (1877 - 1962)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소설가이다. 1877년 칼프에서 태어난 그는 1898년 시집 『낭만적 노래 (Romanrische Lieder)』을 간행하다. 그 이후에 헤세는 주로 산문 작품을 남기다. 1899년부터 1903년까지 서점에서 일한 그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군에 자원입대했으나, 나쁜 시력 때문에 군인으로 복무하지 못하다. 대신에 전쟁 포로를 돕는 일을 행하다. 헤세는 당시에 애국적인 작품을 집필하여, 국수주의의 비난을 받게 되자, 나중에 스위스 국적을 취득하다. 그의 대표작 『유리알 유희』는 1931년에 집필되었다. 히틀러가 집권했을 때 헤세는 이에 대해 아무런 견해를 표방하지 않았으며, 독일로부터 망명해온 작가들이 스위스에 정착하는 데 많이 도와주었다.

 

안개 속에서

헤르만 헤세

 

기이하구나, 안개 속에서의 방황은!

모든 관목 그리고 돌들은 고독하다,

어떤 나무도 다른 것을 보지 못한다,

모두가 혼자이다.

 

내 삶이 아직 환했을 때

세상에는 친구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제 안개가 내려앉으니

누구도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빠져나올 수 없이 조용히

자신을 모든 것과 구분시키는

어둠을 알지 못하는 자는

정말로 현명하지 않다.

 

기이하구나, 안개 속에서의 방황은!

삶이란 고독한 존재.

어떤 인간도 다른 사람을 알지 못한다,

모두가 혼자이다.

 

Im Nebel von Hermann Hesse: Seltsam, im Nebel zu wandern!/ Einsam ist jeder Busch und Stein,/ Kein Baum sieht den andern,/ Jeder ist allein. // Voll von Freunden war mir die Welt,/ Als noch mein Leben licht war;/ Nun, da der Nebel fällt,/ Ist keiner mehr sichtbar. // Wahrlich, keiner ist weise,/ Der nicht das Dunkel kennt,/ Das unentrinnbar und leise/ Von allen ihn trennt. // Seltsam, im Nebel zu wandern!/ Leben ist Einsamsein./ Kein Mensch kennt den andern,/ Jeder ist allein.

 

(질문)

1. 시인은 안개를 통해서 무엇을 인지하는가요?

2. 안개 낀 순간은 삶의 어떠한 순간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까?

3. “어둠을 알지 못하는 자는/ 정말로 현명하지 않다.”고 합니다. “나”는 어떠한가요?

 

(해설)

헤세의 상기한 시는 20세기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끼친 시입니다. 그것은 고독, 버림받음, 불가해한 무엇에 관한 흐릿한 감정을 분명히 드러냅니다. 여러 번 읽으면, 우리는 다음의 사항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즉 안개는 삶 자체에 대한 비유라는 사항 말이다. 삶은 어쩌면 안개 속의 방랑인지 모릅니다. 그것은 인간에게 고독을 안겨주는데, 그 자체 불가해한 것인지 모릅니다.

 

인간에게 가끔 필요한 것은 혼자 살고 있다는 실존적 의식일지 모릅니다. 고독은 분명히 우리에게 고통을 안겨줍니다. 그렇지만 고독을 감지하는 순간 인간은 자신의 존재가 무엇인지, 고유한 자아를 어떻게 확신해야 하는지 등을 성찰하게 됩니다. 헤세는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친구, 사교적 모임 뿐 아니라, 고독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위기의 삶의 순간에 인간은 혼자 머물면서, 자신의 고유한 존재를 의식하며, 자신의 생각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습니다.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은 우리를 얼마나 가슴 아프게 할까요? 그렇지만 이는 나아가 타자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일어나야 한다는 충고를 전해줍니다. “어둠을 알지 못하는 자는/ 정말로 현명하지 않다.” 이 말은 바꾸어 말하면 다음과 같이 이해될 수 있습니다. “안개” 속에서는 주위의 사물이 전혀 인지되지 않지만, 자아만큼은 누구보다도 분명히 인지하게 된다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