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 48

(명시 소개) 서로박: (1) 함석헌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

1. B: “겨레의 할아버지”, 함석헌의 시를 논한다는 것은 참으로 설레면서도 어려운 일입니다. 마음이 설레는 까닭은 작품 속에 강인한 목표 의식과 도덕성이 자리하기 때문이고, 시 해석이 어려운 까닭은 개인사와 한국 역사가 용해된 포괄적 해석을 요청하기 때문입니다.A: 이해할만 하군요. 시작품 이해에 있어서 일단 함석헌의 삶과 사상을 일차적으로 이해하는 게 급선무일 것입니다. 함석헌의 삶을 깊이 파악하려면, 두 권의 책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치석의 『씨알, 함석헌 평전』(시대의 창, 2005) 그리고 김성수의 개정판 『함석헌 평전』(삼인 2011)이 바로 그 문헌입니다. B: 한 번 참고하겠습니다. 함석헌의 삶은 일제 강점기와 분단 시대로 나누어집니다.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을 서술할 수는 없습니다. ..

19 한국 문학 2024.12.10

박설호의 시, '포식 이후 1'

포식 이후 1 - 사하로프의 말씀 -박설호 엄살 부리지 마수십여 년 전 미국의 할렘가(街)헛되이 평등 외치며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시가 데모 벌이던 킹 목사 생각해 봐그는 다만 작전상감옥에 갇히기로 작심했지일부러 그는빵과 사과를 훔쳐 먹고 경찰에게 손 내밀었어나 잡아 가두시오절도죄 저지른깜둥이입니다 하여신문에 크게 보도되고 수많은 흑인의관심을 끌었지피고는 옥살이 원하고검사는 그를 내보내려는어처구니없는 재판이었어 재판장은 체면상무죄로 방면할 수 없어일금 백 달러의벌금형 내렸겠다재판장 한 푼 없소이다 죄지은 만큼 떳떳이옥살이하겠습니다재판장은 그를 노려본 뒤에자기 주머니에서일금 백 달러 꺼내어 서기에게 넘겨주고그를 석방했다고 한다사람들은 이처럼유명해질 필요가 있다네과연 항상 그러할까  ................

20 나의 시 2024.12.10

서로박: (3) 잉고 슐체의 '심플 스토리즈'

일부 동독 사람들 가운데에는 과거 구동독 사회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를 우리는 "오스탈기Ostalgie"라고 명명한다. (이 조어는 "동쪽 + 향수Ost + Nostalgie"를 합성한 단어다.) 괴거를 동경하는 사람들은 극우의 세계관을 드러내는데, 구동독 지역에서 외국인 혐오가 극성을 부린 까닭은 이러한 심성과 관련된다. 과거의 순수한 독일인들의 행복이 오늘날 급변하는 정세에 의해서 침탈당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국의 극우파들은 박정희 시대에 대한 향수를 품고 있다. 태극기 부대의 맹목적 과거에 대한 동경은 사회적 진보주의자들을 악마로 매도하고, 역사적 진보를 역행하게 만든다. (앞에서 계속됩니다.) 11. 『심플 스토리즈』는 결코 간단한 이야기들이 아니다.: 친애하는 S, 슐체의 작품의 겉..

48 최신독문헌 2024.12.08

(단상. 531) 김건희 그리고 평강 공주

여성이 남자를 선택할 때 무엇을 따지는가? 돈과 권력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구혼남의 좋은 패로 활용되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낭군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일까? 평강 공주는 바보 온달과 결혼하여 그를 훌륭한 장수로 거듭나로록 도와주었다. 사실 바보 온달과 평강 공주의 이야기에는 현실성이 결핍되어 있다. 구중궁궐에서 살아가는 평강 공주가 온달을 직접 만날 가능성은 별로 없었다. 그 밖에 바보와 결혼하리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중에 온달을 찾는 자극제가 되었다는 점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쨌든 평강 공주는 인간의 적극성과 희생정신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수동적으로 행복의 감이 자신의 입안으로 떨어지기를 바라는 신데렐라보다 더 우리를 감동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과도한 적극성은 때로는 혼인 생활의 독이 될 수 있다...

3 내 단상 2024.12.07

서로박: (2) 잉고 슐체의 '심플 스토리즈'

(앞에서 계속됩니다.) 6. 의사소통의 차단 내지는 부재 현상: 이러한 이야기들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이해되는 게 아니라, 사회적 변환기 속에서 겪어야 하는 변화된 사회 내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의 인간적 실수로 빚어진 사건일 수 있습니다. 소설적 화자는 각 장마다 바뀌고 있습니다. 이는 바로 알텐부르크 사람들의 의사소통의 차단 내지 부재 현상을 반증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음색은 평온하고, 때로는 우스꽝스럽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독자를 몹시 쓸쓸하게 만듭니다. 왜냐면 독일 통일은 동쪽 독일 지역의 알텐부르크에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회 계층의 사람들로 하여금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풍요로움을 누리게 해주었지만, 그들을 근본적으로 불행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이제 더 ..

48 최신독문헌 2024.12.07

서로박: (1) 잉고 슐체의 '심플 스토리즈'

1. 단편적 장편: 친애하는 S, 잉고 슐체는 전환기 이후의 시기에 활동한 독일 신진 작가들 가운데에서 가장 촉망 받는 작가로 손꼽힙니다. 적어도 단편에 있어서는 최고의 작가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지요. 그의 작품집 『간단한 이야기들』은 전환기 시기의 동쪽 독일지역의 사회적 변환을 주제화하고 있습니다. 출판의 편집자는 “스토리즈Stories”라는 영어식 표기를 고려하지 않고, “스토리즈storys”로 표기하였습니다. 이로써 『심플 스토리즈』는 하나의 장편 소설로 명명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엄밀히 따지면 서로 연관된 단편 모음집 내지는 “단편적 장편”이라고 표현하는 게 타당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짧은 이야기 모음은 -영화 기법으로 설명하자면- 로버트 알트만 Robert Altman ..

48 최신독문헌 2024.12.06

서로박: 그뢰쉬너의 '모스크바의 얼음'

친애하는 G, 오늘은 당신에게 전환기의 소설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맨 처음의 작품으로서 마그데부르크 출신의 작가 아네테 그뢰쉬너 Annette Gröschner (1964 - )가 2000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모스크바의 얼음 Moskauer Eis』를 선택해 보았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아냐 코베라는 여성입니다. 그미는 베를린에서 나이든 할머니의 임종 소식을 접하고, 고향인 마그데부르크로 향합니다. 할머니의 집에는 아버지가 사용하던 방이 있었습니다. 수년 동안 사용하지 않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버지의 방은 먼지 그리고 거미줄로 뒤엉켜 있었습니다. 아냐는 아버지의 방에서 커다란 냉동박스를 발견합니다. 아냐는 일순간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냉동박스 안에는 오랫동안 실종되었다고 알려진 아버지의 시체가 있..

48 최신독문헌 2024.12.05

라 보에시: 자발적 복종 개정판 서문

친애하는 J,『 자발적 복종』의 원고를 다시 꺼내 읽습니다. 저자가 16세기 유럽에서 살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혹자는 이 책이 21세기 극동에서 살아가는 우리와 직결되지 않는다고 속단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라보에시의 『자발적 복종』은 유럽의 역사에서 수없이 인용되었으며, 마르크스주의 운동 그리고 아나키즘 운동의 역사의 획을 긋는 문헌입니다. 수세기 동안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자유와 평등을 주창해 왔는데, 라보에시의 글은 유럽 민주주의의 발전에 오랫동안 크고 작은 영향을 끼쳤으며, 19세기 이후의 여러 가지 진보적 운동의 지침서로 사용되었습니다.  역자는 우리 앞에 계층 사회가 존속하고, 사람 위에 사람 있고 사람 아래에 사람이 존재하는 한,『 자발적 복종』이 여전히..

1 알림 (명저) 2024.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