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시인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다. 그는 늦은 나이에 시집 대신에 소설집을 간행했다. 간행한 지 한 달 되었는데, 약 500부가 팔렸다고 했다. 그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면서, 500부라도 소화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교보 문고의 집계에 의하면 한강의 수필집, "빛과 실"이 하루에 만권씩 팔린다고 했다. 한 달에 인세만 해도 약 4억은 족히 넘을 것이다. 이대로 계속되면, 한강 작가는 오직 수필집만으로 일년에 약 48억을 벌어들일 것이다.
베스트 셀러 1위부터 5위까지 한강의 작품이 휩쓸고 있다. 문제는 다른 작가와 시인의 작품집은 이로 인하여 외면 당하는 사실에 있다. 한강 작가를 폄훼할 생각은 없다. 문제는 문화의 다양성이 위협받는다는 사실이다. 학술 서적은 아예 간행되지 않는다.
한강은 "만국의 노동자여 글을 쓰자."하고 외친다. 그런데 L과 같은 이름 없는 작가들은 "글만 쓰면 뭐하나, 발표할 지면이 주어지지 않고, 책조차 간행되기 어려운데. ㅠㅠ" 하고 혼자서 자조 섞인 볼멘 소리를 낸다.
만약 L 시인의 소설집이 주제상으로 그리고 문체의 측면에서 너무나 탁월한데도 (아직 읽어보지 못한 나로서는 추론할 수밖에 없다), 독자층으로부터 외면당한다면, 차제에 한국에서 두 번째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기대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한강 작가에게 요구한다. 그동안 과분한 명예를 얻었으니, 무명의 훌륭한, 젊은 작가들에게 출판의 기득권을 조금만 양보하라고.
독자에게 요청하고 싶다. 소문에 떠밀려 도서를 구입하지 말자고. 중요한 것은 이름없는 작가를 애호하고 그들의 귀중한 작품을 사랑하는 일이라고. 나에게 다짐하고 싶다. 나부터라도 열심히 무명 시인들의 탁월한 시편을 발굴하여 소개하라고. 아무언 대가 없이 그들을 애호하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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