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케로 12

(단상. 555) 정의로운 판사는 있는가?

1. 국민은 모두 들러리인가? 모두가 초조한 마음으로 헌법 재판관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왜 국민은 모든 결정권을 몇몇 법관에게 위임하고, 멀거니 이를 쳐다보아야 하는가? 필자는 국민투표가 답이라고 생각한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온갖 잡다한 욕구가 뒤섞인 간접 민주주의의 폐해를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2. 선과 악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민주제가 바람직하며, 군주제가 무조건 나쁘다고 말한다. (폴리비오스 그리고 키케로의 국가론을 참고하라.) 그런데 민주제에서는 그릇된 다수가 올바른 소수를 무찌를 수 있다. 군주제라 하더라도 성군은 나라를 훌륭히 다스린다. 그러니 정치 제도가 모든 해결책을 마련해주지는 않는다. 제도도 중요하지만, 선을 지키려는 인간의 의지도 중요하다. 3. 악법에 저항하는 작가..

3 내 단상 2025.03.29

(명시 소개) 서로박: (3) 함석헌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

(앞에서 계속됩니다.) 5. B: 잘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그 사람을 가졌는가」의 주제에 관해서 말씀해주시지요?A: 함석헌의 시는 다섯 가지 관점에서 분석될 수 있습니다. 1. 전기적 관점, 2. 역 사적 관점, 3. 정치적 관점, 4. 신학적 관점, 5. 철학적 관점. 첫째로 작품은 시인의 개인사의 측면에서 분석될 수 있습니다. 먼 길을 떠나는 “나”는 자신의 모든 것을 맡깁니다. B: 그렇다면 “맘 놓고 갈만한” 친구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분일 수 있겠네요.A: 네, 자신의 모든 가족을 의탁할 수 있는 친구라야 할 것입니다. B: 김교신과 같은 분일 수 있겠군요.A: 아니, 한 사람으로 단정할 수 없습니다. 그런 식으로 단정한다면, 우리는 시의 또 다른 해석의 여지를 상실하게 되지요. 앞에서 말씀..

19 한국 문학 2024.12.10

서로박: 몸젠의 로마사, 하이너 뮐러 (2)

4. 로마사 제 4권은 결본이다. 테오도르 몸젠은 역사 연구가로서 오랫동안 활약하다가, 1902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노벨 문학상이 음악 미술 문학의 차원에서 이해되는 예술로서의 “문학”이 아니라, 문헌학으로서의 문학 (文学)임을 자명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독어독문학은 독일어와 독문학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독일어로 구성된 문헌학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입니다. 수상작은 그의 평생의 역작 『로마사』였습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다섯 권으로 집필될 예정이었는데, 제 4권의 작품 소재는 로마 황제의 시대에서 로마의 몰락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1권부터 3권까지의 내용은 로마의 건국부터 공화정이 끝날 때까지의 역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제 5권의 작품 소재는 ..

25 문학 이론 2021.12.12

서로박: 키케로의 국가론 (5)

23. 『국가론』과 관련하여 「스키피오의 꿈」이 지니는 의미: 그렇다면 어떠한 이유에서 키케로는 자신의 책 『국가론』의 마지막 부분에 일견 사적으로 보이는 두 번째 스키피오의 꿈 이야기를 실었을까요? 스키피오가 꿈에서 고찰한 우주는 무엇이며, 이것이 국가를 다스리는 문제와 과연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일까요? 한마디로 말해서 국가를 훌륭하게 다스리는 인간의 영혼은 천구에 머물면서 영생을 누린다는 것입니다. 키케로는 책의 서두에서 인간의 두 가지 유형의 삶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 하나는 도덕적 완전성을 추구하는 삶이며, 다른 하나는 “향락voluptas” 내지 “무위otium”에 의해 소진되는 삶입니다. 키케로에 의하면 공동체를 위해서는 후자의 삶보다는 전자의 삶이 더욱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나라를 ..

37 고대 문헌 2021.08.25

키케로의 국가론 (3)

13. 키케로에게 영향을 끼친 서적들 (1): 키케로의 『국가론』에 영향을 끼친 서적들은 의외로 많습니다. 키케로는 고대의 문헌에 해박한 지식을 지니고 있었으며, 고대 지식인들의 정치관을 꿰뚫고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군주제, 과두제 그리고 민주제의 혼합형이 가장 바람직한 정치 형태라는 그의 주장은 전통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견해입니다. 가령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 제 4권에서 정치의 형태를 참주제, 과두제 그리고 민주제 등으로 분류했습니다. 여기서 그는 참주제를 사악한 제도라고 평하면서, 과두제와 민주제의 혼합형을 가장 바람직한 정치 형태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또한 키케로가 참고한 책으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 디카이아르코스Dikaiarch의 책 「세 도시의 대화Τριπολιτικός 」가 있습니..

38 중세 문헌 2021.08.19

키케로의 국가론 (2)

6. 개괄적 요약,『국가론』 제 1권: 처음에 대화참여자들은 기이한 자연 현상에 관해서 이야기하다가, 핵심적인 테마인 국가의 법에 관해서 차례대로 의견을 개진합니다. 과연 어떠한 법이 최상의 국가가 견지해야 할 법인가? 하는 게 논제가 된 것입니다. 제 1권에서 사람들은 국가가 형성되는 이유를 거론합니다. 흔히 말하기를 국가가 형성되는 까닭은 인간의 “나약함imbecillitas”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키케로에 의하면 사실이 아니라고 합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본능적으로 사회적 특성을 지니는데, 이는 서로 아우르며 “무리를 형성하려는 욕구congregatio”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뒤이어 대화참여자들은 국가 내지 공동체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공개적 사안res publica”이 지..

38 중세 문헌 2021.08.17

키케로의 국가론 (1)

1. 귀족의 사고에 근거한 혼합정체이론: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BC. 106 – BC. 43)의 『국가론 De re publica』(BC 54 - 51)은 플라톤의 『국가』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을 계승한 국가 이론의 서적입니다. 놀라운 것은 키케로가 세 가지 정치 형태인 군주제, 과두제 그리고 민주제의 장단점을 지적하고, 하나의 절충적 견해를 도출해낸다는 사실입니다. 키케로는 이성과 도덕을 중시하는 자세에서 자연법의 이상을 중시했지만, 본질적으로 사회의 상류층, 다시 말해 귀족의 세계관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법과 세계를 대하는 그의 시각은 귀족의 인품과 도덕성에서 벗어나 있지 않았습니다. (김용민: 22). 비록 그가 공화주의에서 정치적 이상을 발견하려고 했지만, 자신이 처한 고대적..

38 중세 문헌 2021.08.17

서로박: 키케로의 '스키피오의 꿈'

19. 「스키피오의 꿈」: 이제 우리 『국가론』 제 6권 가운데 9장에서 29장에 실려 있는 「스키피오의 꿈」을 살펴보겠습니다. 작품은 『국가론』의 제 1권부터 제 5권에 비하면 전혀 다른 내용을 담고 있는데, 우리는 여기서 고대 사람들의 우주론을 접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스키피오는 20년 전, 그러니까 기원전 149년에 겪었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때 그는 지금은 알제리에 있는 루미디아를 다스리는 마니시아 왕을 알현한 적이 있었습니다. 두 반째 스키피오는 그날 밤 늦게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서 양부인 첫 번째 스키피오가 출현하여 기이한 말을 전합니다. 즉 두 번째 스키피오는 앞으로 약 3년이 지나 카르타고를 쳐부수고, 이곳을 다스리리라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에스파냐의 고대 도시인 누만티아를..

37 고대 문헌 2021.03.17

서로박: 단테의 신곡 (1)

친애하는 J, 오늘은 중세 이탈리아의 시성으로 알려진 단테 알리기리 (1265 - 1321)의 “신곡 (La divina commedia)” (1300 - 1321)에 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무려 21년이라는 기나긴 창작 과정을 지니고 있는데, 맨 처음 책으로 간행된 것은 1472년이었습니다. 오늘 어째서 이탈리아어로 씌어진 문학 작품이 다루어지는가? 하고 당신은 의아하게 생각하겠지요? 얼핏 보기에는 독일 문학과 무관한 것 같지만, 본질적으로는 기독교 정신을 그대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서양 문학의 두 개의 문화적 토대 (그리스 로마의 문화 그리고 기독교 문화) 가운데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단테 알리기리의 “신곡”은 사상적 배경 및 이후의 영향을 고려할 때 결코 서양 문학..

38 중세 문헌 2021.01.25

서로박: 파나이티오스의 스토아 사상

1. 새롭게 거듭난 신선한 스토아 사상: 스토아 사상이 그리스인들의 보편적 정신의 삶을 포괄한다면, 그것은 오로지 파나이티오스의 위대한 사상적 토대 그리고 세계를 바라보는 그의 식견 때문일 것입니다. 실제로 파나이티오스는 자신의 고유한 삶의 견해 그리고 현실을 바라보는 관점을 분명히 파악하여 스토아사상의 결실을 맺게 한 장본인입니다. (Schütze: 497). 스토아 사상은 기원전 2세기경에 이르러 신선함을 상실하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크리시포스가 스토아 사상적 체계를 집대성하였는데, 이로 인하여 하나의 독단적인 이론이 형성되었고, 사상적 단초는 교육에 있어서 어떠한 토론도 불러일으키지 못할 정도로 메마르고 경직되어 있었습니다. 이러한 틀을 깨뜨린 사람이 바로 파나이티오스입니다. 2. 파나이티오스의 ..

37 고대 문헌 2019.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