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케로 12

서로박: 아우구스티누스의 "신의 국가에 관하여" (1)

친애하는 J, 아우렐리우스 아우구스티누스 (Aurelius Augustin, 354 - 430)와 그의 대표적 저작물 『신의 국가에 관하여 De civitas Dei』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당시는 매우 어수선한 시기였습니다. 비록 기독교가 323년에 공인되었다고 하더라도, 기독교 교회는 작은 명맥을 이어오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기원후 410년에는 이교도 민족인 “서 고트”인들이 로마를 침공하였습니다. 비록 거대한 역사적 사건은 아니었지만, 전쟁은 로마 도시를 어느 정도 황폐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때 로마인들은 다음과 같이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이 고대의 신들을 더 이상 숭배하지 않고, 기독교 유일신을 신봉했기 때문에 찬란한 영화를 누려온 로마가 몰락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는 것이었지요. 당시의 지식인들은 로..

37 고대 문헌 2022.02.15

서로박: 몸젠의 로마사, 하이너 뮐러 (2)

4. 로마사 제 4권은 결본이다. 테오도르 몸젠은 역사 연구가로서 오랫동안 활약하다가, 1902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노벨 문학상이 음악 미술 문학의 차원에서 이해되는 예술로서의 “문학”이 아니라, 문헌학으로서의 문학 (文学)임을 자명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독어독문학은 독일어와 독문학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독일어로 구성된 문헌학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입니다. 수상작은 그의 평생의 역작 『로마사』였습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다섯 권으로 집필될 예정이었는데, 제 4권의 작품 소재는 로마 황제의 시대에서 로마의 몰락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1권부터 3권까지의 내용은 로마의 건국부터 공화정이 끝날 때까지의 역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제 5권의 작품 소재는 ..

25 문학 이론 2021.12.12

서로박: 키케로의 국가론 (5)

23. 『국가론』과 관련하여 「스키피오의 꿈」이 지니는 의미: 그렇다면 어떠한 이유에서 키케로는 자신의 책 『국가론』의 마지막 부분에 일견 사적으로 보이는 두 번째 스키피오의 꿈 이야기를 실었을까요? 스키피오가 꿈에서 고찰한 우주는 무엇이며, 이것이 국가를 다스리는 문제와 과연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일까요? 한마디로 말해서 국가를 훌륭하게 다스리는 인간의 영혼은 천구에 머물면서 영생을 누린다는 것입니다. 키케로는 책의 서두에서 인간의 두 가지 유형의 삶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 하나는 도덕적 완전성을 추구하는 삶이며, 다른 하나는 “향락voluptas” 내지 “무위otium”에 의해 소진되는 삶입니다. 키케로에 의하면 공동체를 위해서는 후자의 삶보다는 전자의 삶이 더욱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나라를 ..

37 고대 문헌 2021.08.25

키케로의 국가론 (3)

13. 키케로에게 영향을 끼친 서적들 (1): 키케로의 『국가론』에 영향을 끼친 서적들은 의외로 많습니다. 키케로는 고대의 문헌에 해박한 지식을 지니고 있었으며, 고대 지식인들의 정치관을 꿰뚫고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군주제, 과두제 그리고 민주제의 혼합형이 가장 바람직한 정치 형태라는 그의 주장은 전통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견해입니다. 가령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 제 4권에서 정치의 형태를 참주제, 과두제 그리고 민주제 등으로 분류했습니다. 여기서 그는 참주제를 사악한 제도라고 평하면서, 과두제와 민주제의 혼합형을 가장 바람직한 정치 형태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또한 키케로가 참고한 책으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 디카이아르코스Dikaiarch의 책 「세 도시의 대화Τριπολιτικός 」가 있습니..

38 중세 문헌 2021.08.19

키케로의 국가론 (2)

6. 개괄적 요약,『국가론』 제 1권: 처음에 대화참여자들은 기이한 자연 현상에 관해서 이야기하다가, 핵심적인 테마인 국가의 법에 관해서 차례대로 의견을 개진합니다. 과연 어떠한 법이 최상의 국가가 견지해야 할 법인가? 하는 게 논제가 된 것입니다. 제 1권에서 사람들은 국가가 형성되는 이유를 거론합니다. 흔히 말하기를 국가가 형성되는 까닭은 인간의 “나약함imbecillitas”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키케로에 의하면 사실이 아니라고 합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본능적으로 사회적 특성을 지니는데, 이는 서로 아우르며 “무리를 형성하려는 욕구congregatio”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뒤이어 대화참여자들은 국가 내지 공동체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공개적 사안res publica”이 지..

38 중세 문헌 2021.08.17

키케로의 국가론 (1)

1. 귀족의 사고에 근거한 혼합정체이론: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BC. 106 – BC. 43)의 『국가론 De re publica』(BC 54 - 51)은 플라톤의 『국가』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을 계승한 국가 이론의 서적입니다. 놀라운 것은 키케로가 세 가지 정치 형태인 군주제, 과두제 그리고 민주제의 장단점을 지적하고, 하나의 절충적 견해를 도출해낸다는 사실입니다. 키케로는 이성과 도덕을 중시하는 자세에서 자연법의 이상을 중시했지만, 본질적으로 사회의 상류층, 다시 말해 귀족의 세계관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법과 세계를 대하는 그의 시각은 귀족의 인품과 도덕성에서 벗어나 있지 않았습니다. (김용민: 22). 비록 그가 공화주의에서 정치적 이상을 발견하려고 했지만, 자신이 처한 고대적..

38 중세 문헌 2021.08.17

서로박: 키케로의 '스키피오의 꿈'

19. 「스키피오의 꿈」: 이제 우리 『국가론』 제 6권 가운데 9장에서 29장에 실려 있는 「스키피오의 꿈」을 살펴보겠습니다. 작품은 『국가론』의 제 1권부터 제 5권에 비하면 전혀 다른 내용을 담고 있는데, 우리는 여기서 고대 사람들의 우주론을 접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스키피오는 20년 전, 그러니까 기원전 149년에 겪었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때 그는 지금은 알제리에 있는 루미디아를 다스리는 마니시아 왕을 알현한 적이 있었습니다. 두 반째 스키피오는 그날 밤 늦게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서 양부인 첫 번째 스키피오가 출현하여 기이한 말을 전합니다. 즉 두 번째 스키피오는 앞으로 약 3년이 지나 카르타고를 쳐부수고, 이곳을 다스리리라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에스파냐의 고대 도시인 누만티아를..

37 고대 문헌 2021.03.17

서로박: 단테의 신곡 (1)

친애하는 J, 오늘은 중세 이탈리아의 시성으로 알려진 단테 알리기리 (1265 - 1321)의 “신곡 (La divina commedia)” (1300 - 1321)에 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무려 21년이라는 기나긴 창작 과정을 지니고 있는데, 맨 처음 책으로 간행된 것은 1472년이었습니다. 오늘 어째서 이탈리아어로 씌어진 문학 작품이 다루어지는가? 하고 당신은 의아하게 생각하겠지요? 얼핏 보기에는 독일 문학과 무관한 것 같지만, 본질적으로는 기독교 정신을 그대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서양 문학의 두 개의 문화적 토대 (그리스 로마의 문화 그리고 기독교 문화) 가운데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단테 알리기리의 “신곡”은 사상적 배경 및 이후의 영향을 고려할 때 결코 서양 문학..

34 이탈스파냐 2021.01.25

서로박: 파나이티오스의 스토아 사상

1. 새롭게 거듭난 신선한 스토아 사상: 스토아 사상이 그리스인들의 보편적 정신의 삶을 포괄한다면, 그것은 오로지 파나이티오스의 위대한 사상적 토대 그리고 세계를 바라보는 그의 식견 때문일 것입니다. 실제로 파나이티오스는 자신의 고유한 삶의 견해 그리고 현실을 바라보는 관점을 분명히 파악하여 스토아사상의 결실을 맺게 한 장본인입니다. (Schütze: 497). 스토아 사상은 기원전 2세기경에 이르러 신선함을 상실하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크리시포스가 스토아 사상적 체계를 집대성하였는데, 이로 인하여 하나의 독단적인 이론이 형성되었고, 사상적 단초는 교육에 있어서 어떠한 토론도 불러일으키지 못할 정도로 메마르고 경직되어 있었습니다. 이러한 틀을 깨뜨린 사람이 바로 파나이티오스입니다. 2. 파나이티오스의 ..

37 고대 문헌 2019.03.27

서로박: 플라톤의 '국가' (2)

앞에서 나는 플라톤의 『국가』가 두 가지 이유에서 유토피아의 문헌학적 효시가 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 하나는 철저한 계층적 차이를 우선적으로 고려한 평등국가의 상이기 때문이며, 다른 하나는 시간과 장소를 고려하지 않는 초시대적인 모범적 범례로서의 상이기 때문입니다. 후자의 경우 그것은 역사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이지요. 이는 플라톤이 대서양 저편에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는 미지의 아틀란티스를 상정했다는 점에서 분명히 드러납니다. 친애하는 P, 그렇다고 해서 플라톤이 현실도피적인 태도로 자신의 이념 속에서 현실과 무관한 이상 국가를 건설했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플라톤은 국가의 세 가지 계층을 신체구조로 설명하였다. 아래에 있는 열정과 성욕은 생업에 종사하는 하부 계층을 지칭하고, 두 번째 용기 (..

37 고대 문헌 2018.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