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Brecht 80

서로박: 브레히트의 코이너씨의 이야기 (1)

(1) 논평자 내지 사상가로서의 코이너: 친애하는 Y, 이제 당신을 위해 『코이너 씨의 이야기』에 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부디 나의 말씀이 당신의 개별적 발표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브레히트는 30년대 “학습극 Lehrstück”을 집필할 시기에 해설과 가르침의 역할을 담당하는 인물을 필요로 하였습니다. 이러한 인물에 해당하는 자는 사고하는 자, 즉 사상가입니다. 자고로 “사고하는 자”는 무대에서 무슨 일이 발생하는지, 관객에게 논평해야 하는데, 이러한 인물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왜냐하면 연극 작품은 무엇보다도 극적인 진행과정을 강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고대 그리스 비극작가들은 주로 합창을 통하여 논평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합창이 사라진 현대의 극작품에서 극작가가 무대 ..

46 Brecht 2019.01.25

서로박: 브레히트의 '부상당한 소크라테스' (3)

소크라테스는 또 다른 이유에서 비밀을 누설하지 않는다. 그것은 장교들 사이의 경쟁 심리 때문이었다. 장교들은 알키비아데스의 명성에 대해 질투하고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장교들은 소크라테스의 전쟁 공로를 부추기고 있다. 소크라테스의 제자 역시 은사의 용맹성을 필요로 하고 있다. 위대한 관찰자는 아울러 위대한 실천가일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의 논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한다. 주인공은 신뢰할만한 아내, 크산티페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도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못했다. 말하자면 자신은 조소의 대상이 되거나, 위선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아내 앞에서 위선자로 행동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는 크산티페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친구 안티스테네스는 주인공으로 하여금 더 이상 침묵을 지키지 못하게 만든다...

46 Brecht 2018.12.07

서로박: 브레히트의 '부상당한 소크라테스' (2)

어느 제자가 집으로 들어서서 다음과 같은 소식을 전한다. 즉 온 아테네가 소크라테스의 영웅적인 행위로 열광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바깥의 왁자지껄한 소리를 자신에 대한 조소의 소리로 받아들인다. 시 당국이 주인공의 공적을 치하하려고 하자, 소크라테스는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그리고 공개적 모임이 적당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한다. 이후에 주인공의 친구 안티스테네스가 찾아와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즉 고르기아스가 퍼뜨린 소문에 의하면 소크라테스는 적을 피해 도망쳤는데, 하필이면 적진으로 나아갔다는 것이다. 마지막에 알키비아데스가 등장하여, 아레오파고스 법원으로 동행하자고 주인공을 설득하려 한다. 이때 크산티페는 남편에게 눈짓을 보낸다. 이는 퉁퉁 부어오른 발에 대해서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신호나 다..

46 Brecht 2018.12.06

서로박: 브레히트의 '부상당한 소크라테스' (1)

1. 브레히트는 독일의 극작가 게오르크 카이저 (G. Kaiser, 1878 - 1945)의 극작품 「구조된 알키비아데스 (Der gerettete Alkibiades)」을 읽고 단편 작품을 집필하게 되었다. 원래 카이저는 플라톤의 "향연 (Symposion)" 제 36장의 내용을 참조하여 극작품을 집필하였다. 실제 역사에 있어서 소크라테스는 발을 다쳐서 도망을 칠 수 없었는데, 이러한 계기로 인하여 그리스 군대는 델리온 (Delion) 전투에서 페르시아 군대를 무찔렀다고 한다. 아닌게 아니라 델리온 전투는 페르시아 전쟁이 끝난 뒤, 펠로폰네소스 전쟁 동안에 (정확히 말하면 기원전 424년경에) 일어나, 수십 년 지속되었다고 한다. 브레히트는 카이저의 극작품 제 1장의 내용을 단편의 소재로서 채택하였다...

46 Brecht 2018.12.06

서로박: 브레히트의 억척어멈 (2)

(앞에서 계속됩니디.) 4. 억척어멈의 자식들 친애하는 N, 이번에는 억척어멈의 자식들에 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아들 아일립은 몹시 용맹한 인물입니다. 그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실천하려고 하다가 목숨을 잃습니다. 전쟁 시에 그는 잔악하게 행동함으로써 영웅으로 부상하지만, 평화기에는 자신의 잔혹함으로 인하여 사형을 언도받습니다. 아일립이 어머니에게서 배운 것은 도덕적인 관점이 아니라, 오로지 “경제적 관점에서 행동하라.”는 강령이었습니다. 아일립은 어머니의 그릇된 가르침으로 인해서 목숨을 잃습니다. 가령 아일립은 “여자와 군인에 관한 노래”를 부릅니다. 여기에는 젊은 군인의 낙관적 자세가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여자가 경고를 해도 군인은 바람을 헤치고 나아가며, 어떠한 차가운 물 그리고 고랑이라 하더라도..

46 Brecht 2018.10.19

서로박: 브레히트의 억척어멈 (1)

1. 작가의 의도: 친애하는 N, 브레히트는 다음과 같은 의도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즉 여주인공이 어째서 그렇게 기이한 행동을 취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져야 하는 자는 관객이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다시 말해서 연출가는 관객으로 하여금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 깊이 생각하도록 조처해야 합니다. 이른바 전쟁상인인 억척어멈은 자신의 세 아이의 목숨을 잃게 되는데도 어째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하고, 계속 전쟁을 찬양하는가? 하는 질문을 생각해 보세요.  친애하는 N, 극작품은 현실보다도 더 많은 교훈을 지니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작품 속의 전쟁 상황은 하나의 실험적 상황으로 묘사되기 때문에, 관객은 배우려는 사람의 자세를 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억척어멈의 공연은 다음과 같은 엄연한 사실을 분..

46 Brecht 2018.10.19

브레히트: 오렌지 구입

오렌지 구입 사우샘프턴 거리가 노란 안개로 자욱할 때 갑자기 램프 달린 과일 수레가 눈에 비쳤다 어느 늙은 할멈이 과일 봉지로 고객을 당기고 있었다. 나는 멍하니 서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관망하다가 그리로 향하는 사내처럼. 상품이 펼쳐졌다, 허나 오렌지는 언제나 존재하는 과일이야! 나는 두 손을 감싸들고 온기를 불어넣은 뒤에 동전을 꺼내려고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신문지 과일 봉투에 끈적끈적한 석탄으로 쓱쓱 기록된 상품의 가격을 바라보면서 동전 몇 개를 집어 드는 바로 그 순간에 내 입에서 한숨이 절로 터지는 것을 느꼈다, 바로 한 가지 사실은 쓰라릴 정도로 분명했지, 너는 이 도시, 바로 여기에 없다는 사실이. Der Orangekauf Bei gelbem Nebel in Southamptonst..

46 Brecht 2018.07.19

마르가레테 슈테핀 연보

1908년 3월 21일 베를린 리히텐베르크에서 의류 수선가, 요한나 슈테핀과 건축 노동자, 아우구스트 슈테핀의 첫째 딸로 태어나다. 1914년 - 1922년 초중등학교를 마치다. 경제적 이유로 상급학교 진학은 불가능했다. 대신에 회계와 상업에 관한 연수에 참가하다. 야간학교에 다니며 타자, 속기 그리고 러시아어를 배우다. 1924년 여동생 헤르타와 함께 “자연 친구”라는 여행 단체에 가담하다. 정치적 입장 차이로 약 1년 후에 다른 친구들과 함께 이 단체를 탈퇴하다. 1926년 독일 공산당과 근친한 젊은 노동자들의 체조 단체인 “피히테”에 가입하다. 마르가레테 슈테핀은 단체의 대변인으로 일하다. 1931년 일하던 와중에 브레히트와 아이슬러의 눈에 띄다. 1928년 - 1930년 베를린의 서점에서 도서 판..

46 Brecht 2018.07.15

브레히트의 시: 젊은이에게 보내는 죽는 시인의 권고문

새로운 시대의 젊은이들이여, 아직 건설되지 않은 도시에서 새로운 여명을 받을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들이여, 내가 죽으면, 나의 말소리를 그리 영광스럽게 듣지 말라. 오히려 나를 대하라, 밭을 갈지 않은 어느 농부처럼 다락방의 뼈대를 벌려놓고 사라진 어느 게으른 목수처럼. 그렇게 나는 시대를 허비했고, 나날을 탕진했다, 이제 너희에게 간곡히 부탁하노니 말하지 못한 것을 모조리 말하고 행하지 못한 것을 모조리 행하라, 또한 빨리 나를 잊어라, 부탁한다. 그래야 나의 나쁜 선례가 너희를 유혹하지 않을 테니까. 아, 왜 내가 불임 (不姙)의 인간들과 함께 식사하려고 그들이 마련하지 못한 식탁에 앉아 있었던가? 아, 왜 나는 그들의 한가로운 잡담 속에다 가장 좋은 말을 섞어 넣었던가? 그러나 밖에는 깨우치지 못한..

46 Brecht 2017.06.19

브레히트: 솔로몬의 노래

솔로몬의 노래 너희는 보았지, 현명한 솔로몬을 그가 어떻게 되었는지 물론 알고 있겠지. 그에게는 모든 게 너무 명확했지 출생 시점부터 마구 저주를 퍼부었어, 모든 게 헛되다는 걸 간파했으니까. 솔로몬은 얼마나 위대하고 현명한가. 아직 밤이 도래하지 않음을 바라봐. 세상은 이미 결과를 관찰하고 있었어, 지혜로써 그에게 명성을 가져다주었고, 벗어날 수 있는 자 오히려 부러울 뿐, 너희는 보았지, 아름다운 클레오파트라를, 그미가 어떻게 되었는지 물론 알고 있겠지. 두 명의 황제가 그미를 강탈하려 했지. 그때 그미는 죽을 때까지 몸을 팔았어. 그 후에 시들어서, 먼지가 되었지. 바빌론은 얼마나 아름답고 거대했는가. 아직 밤이 도래하지 않음을 바라봐. 세상은 이미 결과를 관찰하고 있었어, 아름다움은 그미에게 명성..

46 Brecht 2017.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