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Brecht

서로박: 브레히트의 '부상당한 소크라테스' (2)

필자 (匹子) 2018. 12. 6. 21:50

어느 제자가 집으로 들어서서 다음과 같은 소식을 전한다. 즉 온 아테네가 소크라테스의 영웅적인 행위로 열광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바깥의 왁자지껄한 소리를 자신에 대한 조소의 소리로 받아들인다. 시 당국이 주인공의 공적을 치하하려고 하자, 소크라테스는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그리고 공개적 모임이 적당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한다. 이후에 주인공의 친구 안티스테네스가 찾아와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즉 고르기아스가 퍼뜨린 소문에 의하면 소크라테스는 적을 피해 도망쳤는데, 하필이면 적진으로 나아갔다는 것이다. 마지막에 알키비아데스가 등장하여, 아레오파고스 법원으로 동행하자고 주인공을 설득하려 한다. 이때 크산티페는 남편에게 눈짓을 보낸다. 이는 퉁퉁 부어오른 발에 대해서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신호나 다름이 없었다. 그러자 주인공은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사실대로 보고한다.

 

 

 

 

얀 크노프 교수가 펴낸 브레히트 서적  

 

3.

브레히트는 소크라테스의 비극적인 독배 이야기를 언급하지 않고, 오히려 역으로 자신의 목숨을 구하는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가시에 찔려서 적진으로 뒷걸음질치는 모습은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다. 소크라테스의 관점은 역사적 진행 과정을 변증법적으로 그리고 낯설게 표현하기에 몹시 적합하게 보인다. 작품 속에서 소크라테스는 구두를 수선하는 사람으로서, 하층민에 속한다. 실제로 소크라테스는 조각가 내지 교사로서 일했다. 그럼에도 브레히트가 소크라테스라는 인물을 하류 계층에 해당하는 구두 수선공으로 묘사한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즉 작가는 위대한 철학자를 시인 한스 작스 (Hans Sachs) 그리고 철학자 야콥 뵈메 (J. Böhme)의 상으로 묘사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소크라테스는 작품에서 전사 (戰士)와는 거리가 먼 타입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그게 아니라면 그는 우스운 군인이다. 그는 이른바 용기를 불러일으킨다고 하는 양파를 씹어먹곤 한다. 그는 아테네 젊은이들 사이에 끼어 터벅터벅 행군하기도 한다. 그가 들고 있는 방패는 자신의 뚱뚱한 몸을 가리기에는 너무 자그마하다. 그는 10파운드의 쇠를 몸에 걸치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그의 손에는 소를 잡는 도살용 칼이 쥐어져 있다. 이렇듯 브레히트는 우스꽝스러운 소크라테스를 생생하게 묘사함으로써, 독배를 드는 비극적 인물로서의 소크라테스 상을 수정하려고 시도했다.

 

주인공은 가난하나, 몹시 영리하다. 그는 다음의 사실을 예리하게 간파하고 있다. 소위 방어를 위한 전쟁이란 해운업자, 포도주 땅 소유자, 노예 상인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사실 말이다. 소크라테스는 전쟁을 치르며, 두 가지를 동시에 시도한다. 그 하나는 전쟁 자체의 무의미성을 인식하는 일이요, 다른 하나는 전투 전략을 숙고하는 일이다. 두 가지 일감 모두 자신의 나약한 전투의 의지를 강화시키는 데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다. 결국 주인공은 뚱뚱한 자신이 새벽부터 자그마한 방패를 들고, 들판에서 앉아 있는 일을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소크라테스의 상처는 전쟁에 대한 자신의 비판적 시각을 더욱 첨예하게 만든다. 실제로 소크라테스의 이야기는 다음의 사항을 그대로 말해준다. 즉 죽음을 불사하는 용맹스러움이 전쟁에서 전사의 목숨을 잃게 만들고, 대신에 비겁함 그리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전쟁에서 승리하게 한다는 사항 말이다.

 

주인공은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 도주한다. 도주하는 동안에 가시에 찔려 최전선에 그대로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 그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스스로 모르고 있다. 그는 어느 영웅처럼 장렬하게 전사하는 타입은 아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갑자기 커다란 고함을 지르기 시작한다. 페르시아 군인들은 그리스로 들리는 명령을 이해할 리 만무하다. 그렇지만 그의 부르릉거리는 고함소리는 효력을 가져다준다. 페르시아 군인들은 많은 그리스 군대가 숨어 있다고 오인하고 퇴각한다. 페르시아 군인들의 상기한 오해로 인하여 소크라테스의 용맹에 관한 전설이 말하자면 탄생하게 된 셈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접하게 된다. 즉 소크라테스의 두려움이 결국 기발한 착상을 낳게 했으며, 실제 현실과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도사리고 있다는 내용 말이다.

 

4.

소크라테스가 승리를 거두는 이야기는 단편의 절반에 해당할 뿐이다. 다음의 이야기는 주인공이 마누라 그리고 자신의 친구에 대해 어떻게 행동하는가 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까 소크라테스는 처음에는 자신의 명예를 생각하며, 진실을 감춘다. 주인공의 이러한 태도는 지속적으로 드러날 수 없다. 주인공은 아내 크산티페의 질문에 대해 계속 거짓말로 답할 수 없다. 크산티페는 용맹스럽지 않은 남편이 비밀을 감추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남편은 스스로 욕먹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소크라테스의 사생활을 어느 정도 유추하고 있다.

 

소크라테스의 친구들 역시 자신의 명예를 위하여 소크라테스를 나쁘게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크산티페는 배우지 못한 사람을 대변한다. 그미의 봉사가 없었더라면, 소크라테스는 거의 존재할 수 없다. 크산티페는 민첩하게 다음과 같은 예리한 질문을 던진다. 누가 남편을 바보로 만들고 있는가? 술 취해 있었는가? 친구들의 강요로 그가 보초를 섰는가? 손에 묻은 피는 어디서 유래했는가? 그미의 질문은 단편 속에서 계속 이어진다. 무슨 이유에서 그들은 구두 만드는 사람을 전선에서 싸우게 했는가? 왜 친구들은 소크라테스의 상황을 낫게 하려고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