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Brecht

서로박: 브레히트의 '부상당한 소크라테스' (1)

필자 (匹子) 2018. 12. 6. 21:49

1.

브레히트는 독일의 극작가 게오르크 카이저 (G. Kaiser, 1878 - 1945)의 극작품 「구조된 알키비아데스 (Der gerettete Alkibiades)」을 읽고 단편 작품을 집필하게 되었다. 원래 카이저는 플라톤의 "향연 (Symposion)" 제 36장의 내용을 참조하여 극작품을 집필하였다. 실제 역사에 있어서 소크라테스는 발을 다쳐서 도망을 칠 수 없었는데, 이러한 계기로 인하여 그리스 군대는 델리온 (Delion) 전투에서 페르시아 군대를 무찔렀다고 한다. 아닌게 아니라 델리온 전투는 페르시아 전쟁이 끝난 뒤, 펠로폰네소스 전쟁 동안에 (정확히 말하면 기원전 424년경에) 일어나, 수십 년 지속되었다고 한다.

 

브레히트는 카이저의 극작품 제 1장의 내용을 단편의 소재로서 채택하였다. 기원전 432년에 그리스 군인들은 포티다이아 (Potideia)에서 싸우다가 선인장이 자라는 들판으로 쫓기게 되었다. 완전 무장한 군인들 사이에는 물론 소크라테스도 끼어 있었다. 선인장의 가시가 가벼운 신발을 관통하여 소크라테스의 발바닥에 심하게 내려 꽂혔다. 이때 그는 너무도 고통스러워 엄청난 비명을 질러야 했다. 고통과 분노 그리고 두려움의 감정에 뒤엉킨 채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칼을 마구 휘둘러 주위의 아군 역시 그를 피해야 했다. 아테네 군인 가운데 알키비아데스는 마지막으로 무기 없이 도망쳐야 했다. 그가 소크라테스에게 “왜 같이 도망치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 적이 출현했던 것이다. 적이 알키비아데스를 잡으려고 했을 때, 그는 마구 고함치며 칼을 허우적거리는 소크라테스 뒤에서 숨어 있었던 것이다. 이때 아테네 군인들이 습격했고, 승리를 구가한다.

 

알키비아데스가 승리의 공로로 커다란 화환을 받게 되었을 때, 그는 이를 거절한다. 화환을 받을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소크라테스라는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화환을 받게 되었을 때 그는 발이 아파 겨우 네 개의 계단만 올라설 수 있었다. 그리하여 그는 화환을 받지 않겠다고 말한다. 이로써 그는 알키비아데스를 다시금 “구조”한다. 만약 알키비아데스가 소크라테스 뒤에서 비겁하게 숨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 알키비아데스는 세인들로부터 조롱 당하기 때문이다. 알키비아데스는 만인으로부터 칭송받은 뒤에 소크라테스를 찾아온다. 이때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승리가 팔과 다리의 승리, 그러니까 육체적인 승리이다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머리는 특수한 것을 완성시킵니다. 그래서 나는 전쟁터에 그냥 머물러 있었소. 머리가 작동한 결과는 금방 나타났지요. 나는 내 생명을 구할 수 있었으니까...”

 

 

 

 브레히트 도서관

 

2

브레히트는 카이저의 극작품의 내용을 약간 달리 변화시켰다. 알키비아데스가 겪은 내용은 모두 소크라테스에게 이전되고 있다. 다시 말해 알키비아데스는 작품의 말미에 주변 인물로 등장할 뿐이다. 브레히트의 작품 내용은 다음과 같다. 소크라테스는 가장 영리하고 가장 용감한 그리스인으로 간주된다. 신의 말씀에 귀 기울이는 대신에 그는 천박한 군인들의 충고를 아주 중시한다. 전투에서 용기를 잃지 않으려고 틈 나는 대로 양파를 씹는다. 그렇지만 소크라테스는 전혀 용맹스러운 군인이 아니다. 적이 나타났을 때 일단 도망치고 본다. 이때 자신도 모르게 가시밭에 들어서서, 그의 발에는 가시가 박힌다. 몇 번이고 일어서서 걸으려고 했지만, 허사였다. 주인공은 겨우 한쪽 발로, 그것도 뒷걸음질만 칠 수 있을 뿐이다.

 

소크라테스는 적과 마주친다. 주위에는 불과 몇 명의 아군만이 버티고 있을 뿐이다. 놀란 나머지 주인공은 있는 힘을 다하여 소리를 지른다. “돌격 앞으로. 한 발자국 물러나지 마라...” 마치 많은 군인들이 그의 뒤를 따르는 것처럼 행동하고, 스스로 원을 그리며 빙빙 돌면서 자신의 칼을 휘두른다. 아군들에게 명령하여 더욱 큰 소리를 지르게 한다. 이때 적들은 엄청난 소리에 놀라서 퇴각한다. 주인공은 이미 근처에 있는 두 명의 아군을 전선에 배치시킨 후였다. 기병대가 다가왔을 때 군인들은 “알키비아데스”에게 다음의 사실을 알린다. 즉 소크라테스가 전열을 정비시켜, 적의 침입을 막았다는 것이다. 승리의 환호성은 소크라테스의 집에도 전해진다. 그러나 아내 크산티페는 남편의 영웅적 행위를 의심한다. 주인공은 아내의 집요한 질문 공세를 이리저리 피한다. 아내가 끓인 콩 스프를 먹고싶지만, 참는다. 왜냐하면 스프를 먹으려면, 식탁으로 절룩거리며 뛰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날 그는 침대에 누워 있어야 했다. 발이 퉁퉁 부어올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