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Brecht 80

서로박: 브레히트의 '갈릴레이의 삶' (1)

1. 『갈릴레이의 생애』의 다양한 판본: 브레히트의 가장 위대한 작품 가운데 하나인 ?갈릴레이의 생애 Leben des Galilei?는 여러 원고로 집필되었습니다. 각 원고들은 주제상의 편차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정교하게 기술된 이 작품은 브레히트의 작품들 가운데에서 가장 난해한 것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제 1원고는 1938/ 39년에 덴마크에서, 제 2원고는 1945/ 47년에 미국에서, 마지막 제 3원고는 1954/ 56년에 집필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제 1원고를 덴마크 판으로, 제 2원고를 캘리포니아 판으로, 제 3원고를 베를린 판으로 명명합니다. 특히 제 3원고는 제 2원고에 비해 내용상으로 커다란 차이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제 1원고와 제 2원고는 작품의 형상화에 있어서 ..

46 Brecht 2023.02.20

서로박: 브레히트의 '앙리 뒤낭의 기이한 병' (2)

친애하는 H, 눈을 뜨니 유명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고 누가 말했던가요? 뒤낭의 책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팔려나갔습니다. 수많은 독자들은 뒤낭에게 격려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더러는 파리로 와서 강연해 달라고 권하기도 했습니다. 파리에서는 뒤낭이 의도하는 국제적인 자선단체가 결성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에 뒤낭은 제네바 출신의 약혼녀와의 밀회를 꿈꾸고 있었고, 결혼 전 약 2주일간의 도보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편지는 뒤낭의 인류애를 자극했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약혼녀와의 도보 여행 계획을 포기하고, 국제 자선 단체에 참가하기 위하여 프랑스 파리로 떠났습니다. 친애하는 H, 뒤낭은 멋지게 차려입고, 군인들의 비참한 삶과 죽음에 관해 강연하기 시작했습니다. 뒤낭의..

46 Brecht 2023.02.04

서로박: 브레히트의 '앙리 뒤낭의 기이한 병' (1)

친애하는 H, 오늘 브레히트의 단편 「앙리 뒤낭 씨의 기이한 병 Die seltsame Krankheit des Herrn Henri Dunant」에 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작품은 당신에게 두 가지의 중요한 사항을 전해주리라고 생각됩니다. 그 하나는 앙리 뒤낭과 적십자 운동 및 사회복지에 관한 문제이며, 다른 하나는 브레히트가 고심했던 자아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 사이의 모순관계에 관한 문제입니다. 작품은 1942년에 집필되었지만, 훗날에야 비로소 발표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1967년 주어캄프 출판사에서 간행된 브레히트 전집에 빠져 있었는데, 이년 후에 “보충 판 Supplement”에 비로소 수록되었습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아직 한국어로 번역 소개되지 않은 것입니다. 당신도 아시다시피 국제 적십자사는..

46 Brecht 2023.02.04

브레히트: 이성의 저항력에 관한 연설 (2)

(앞에서 계속됩니다.) 두뇌노동자는 자신의 개별 영역의 연구를 위해서 자신의 논리적 능력을 끊임없이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렇지만 국가는 그가 자신의 논리적 사고의 능력을 (전쟁 내지 평화의 문제와 같은) 주요 분야에 적용시킬 능력을 갖추어서는 안 된다고 강권합니다. 두뇌노동자는 전쟁이 얼마나 끔찍한가를 혼자 고심할 수는 있겠지만, 매우 중요한 정치적인 결정권을 몇몇 소수의 사람들에게 모조리 떠맡기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전쟁을 치를 것인가, 평화를 선택할 것인가? 하는 선택권을 생각해 보세요. 문제는 이러한 소수의 사람들은 통상적으로 천박하기 이를 데 없는 지적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두뇌노동자들은 이를테면 물리학 그리고 의학 등과 같은 개별 영역에서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여 어떤 학문적..

46 Brecht 2022.06.08

브레히트: 이성의 저항력에 관한 연설 (1)

약속대로 "이성의 저항력에 관한 연설"을 올립니다. 국내 초역입니다. ............................. 파시즘 국가는 요즈음 이성에 반대되는 여러 가지 엄격한 조처를 과감하게 시행하려 합니다. 국가는 이러한 조처로써 놀라운 방법으로 폭력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조처에 즈음하여 우리는 과연 인간의 이성이 이러한 과도할 정도로 끔찍한 폭력을 어떻게 맞설 수 있는가? 하고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파시즘 국가란 반드시 히틀러의 제3제국을 지칭하는 것만은 아니다. 페터 후헬은 구동독의 체제를 염두에 두면서 이 글을 의미와 형식 지에 실었다. - 역주) 사람들은 이러한 끔찍한 폭력을 서슴없이 자행하면서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낙관주의적인 맹약을 서슴없이 내뱉습니다. “결..

46 Brecht 2022.06.08

브레히트: 제 19번째 소네트

제 19번째 소네트 단 한 가지만 원하지 않아. 네가 나를 떠나는 것 설령 탄식을 터뜨려도 너의 말 듣기를 원해 네가 귀머거리라 하더라도 너의 말을 필요로 해. 네가 벙어리라 하더라고 네가 보는 것을 필요로 해. 네가 장님이라 하더라도 너를 바라보고 싶어. 나의 파수꾼으로서 내 곁에 함께 있어 오랜 여정 절반도 보내지 못했거든 우리가 처해 있는 암담함을 생각해 봐! 그래서 “내버려 둬, 상처 입었어.”는 유효하지 않아. 그래서 “어딘가에” 대신, “여기”만이 쓸모 있어. 우리의 일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거든 넌 알고 있겠지, 쓸모 있는 자 자유롭지 않다는 걸. 허나 언제나 그러했듯이 나는 너를 필요로 해. 나는 나를 말하지만 이는 우리를 말하고 있는 거야. Das 19. Sonett Nur eines..

46 Brecht 2022.04.28

브레히트: 제 13번째 소네트

열세 번째 소네트 그댄 자주 나무랐어, 내가 ‘성기fica’, 피렌체방언에 의하면 여자들의 수치를 일컫는 그 단어를함부로 사용한다고. 사람들은 바로 그 때문에위대한 단테에게 거칠게 비난을 가했지. 그가 감히 시 작품에 그 단어를 사용했으므로.오늘 읽어보니, 단테가 모욕당한 것은 그 때문이었어.파리스가 헬레나와의 성교 때문에 수모 당했듯이(파리스는 전설을 통해 더 많이 알고 있었지!) 그러나 지금 그대는 감정 마른 단테도 광란의논쟁 속으로 휘말려 들어갔음을 잘 알겠지. 평소에는사람들이 그렇게 찬양하던 그 단어 때문에 우리는 마키아벨리 등을 통해서 잘 알고 있어,삶에서든, 책에서든 간에 응당 유명할 수밖에 없는그 단어에 관한 논쟁이 자주 벌어지는 것을,  Das dreizehnte Sonett Das Wor..

46 Brecht 2022.04.28

브레히트: 제 12번째 소네트

12 번째 소네트 (베아트리체에게 보내는 단테의 시편에 관하여) 그미의 산책길에서 자주 터벅터벅 걸었지만도저히 성교할 수 없었던 그미가 누워 있는먼지 가득한 구덩이 위로 그미의 이름은 아직도항상 우리의 마음을 공중에서 흔들고 있네. 왜냐면 그는 그미에 관한 몇몇 시구를 쓰면서그미를 생각하라고 우리에게 명하고 있으니까우리로서는 그미를 달콤하게 찬양하는 그의 말에정말로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가 엄청날 정도의 찬양으로 칭송한 것은그가 다만 바라본 모습일 뿐, 실행한 건 아니었지!아, 그는 얼마나 부도덕하게 행동하고 싶었을까? 그가 다만 그미를 바라보고 찬양한 이후로유효한 것은 도로를 건너는 예쁘게 생긴 여자이지,열망할 가치 있는 축축하게 된 여자가 아니야.  Das 12. Sonett (Über..

46 Brecht 2022.04.28

브레히트: 제 11번째 소네트

열한 번째 소네트 그대를 머나먼 나라로 떠나보내야 할 때, 추운 겨울을 고려하며 나는 그대를 위해서 아주 두꺼운 바지를 골랐어, (사랑스런) 엉덩이를 위해 다리를 감쌀, 제대로 뜨개질 된 양말 또한, 그대의 가슴을 위해, 아래 하반신을 위해서 잔등을 위해서 따뜻한 털옷을 골랐어, 그래야 그것들이 내가 사랑하는 걸 따뜻하게 할 테니 그래야 나의 온기가 그대에게 머물게 될 테니. 이따금 그대의 옷을 벗긴 것처럼, 이번에는 그대를 세심하게 옷 입히고 싶어, (아주 드물게, 나는 그렇게 그대 몸에 옷 입혀주고 싶었지.) 내게 옷 입기는 네겐 옷 벗기와 같아야 해 이제부터, 하고 나는 생각했어, 모든 게 보호되리라고 그대의 몸이 더 이상 차가워지지 않을 테니까. Das 11. Sonett Als ich dich ..

46 Brecht 2022.04.27

브레히트: 제 10번째 소네트

제 10번째 소네트 허나 나는 너를 무크라고 명명하고 싶어 너의 반항하는 몸짓이 마음에 쏙 들기 때문이야 네가 고전 작가에 관한 해명을 요구할 때, 인쇄를 위해 몇몇 페이지를 정리할 때든 무크가 너의 다리를 재빨리 만지든 간에. 너는 날 잘 안다고, 우리가 하는 일을 말로 표현하는 것을 즉시 거부하겠지. 네 마음을 간파하지 못하는 나는 바보. 성난 채 너는 낯설게 내 앞에 앉아있어. “저자가 무얼 하려 하지, 도저히 알 수 없어!” 나의 놀라움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지. 어떤 기쁨이 너의 얼굴에 활짝 피어오르면 너는 엄숙하게 새로운 텍스트를 쓰기 시작하네. 그러다 너는 슬그머니 내 손을 잡네. Das zehnte Sonett Am liebsten aber nenne ich dich Muck Weil du ..

46 Brecht 2022.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