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Brecht 74

브레히트: 제 11번째 소네트

열한 번째 소네트 그대를 머나먼 나라로 떠나보내야 할 때, 추운 겨울을 고려하며 나는 그대를 위해서 아주 두꺼운 바지를 골랐어, (사랑스런) 엉덩이를 위해 다리를 감쌀, 제대로 뜨개질 된 양말 또한, 그대의 가슴을 위해, 아래 하반신을 위해서 잔등을 위해서 따뜻한 털옷을 골랐어, 그래야 그것들이 내가 사랑하는 걸 따뜻하게 할 테니 그래야 나의 온기가 그대에게 머물게 될 테니. 이따금 그대의 옷을 벗긴 것처럼, 이번에는 그대를 세심하게 옷 입히고 싶어, (아주 드물게, 나는 그렇게 그대 몸에 옷 입혀주고 싶었지.) 내게 옷 입기는 네겐 옷 벗기와 같아야 해 이제부터, 하고 나는 생각했어, 모든 게 보호되리라고 그대의 몸이 더 이상 차가워지지 않을 테니까. Das 11. Sonett Als ich dich ..

46 Brecht 2022.04.27

브레히트: 제 10번째 소네트

제 10번째 소네트 허나 나는 너를 무크라고 명명하고 싶어 너의 반항하는 몸짓이 마음에 쏙 들기 때문이야 네가 고전 작가에 관한 해명을 요구할 때, 인쇄를 위해 몇몇 페이지를 정리할 때든 무크가 너의 다리를 재빨리 만지든 간에. 너는 날 잘 안다고, 우리가 하는 일을 말로 표현하는 것을 즉시 거부하겠지. 네 마음을 간파하지 못하는 나는 바보. 성난 채 너는 낯설게 내 앞에 앉아있어. “저자가 무얼 하려 하지, 도저히 알 수 없어!” 나의 놀라움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지. 어떤 기쁨이 너의 얼굴에 활짝 피어오르면 너는 엄숙하게 새로운 텍스트를 쓰기 시작하네. 그러다 너는 슬그머니 내 손을 잡네. Das zehnte Sonett Am liebsten aber nenne ich dich Muck Weil du ..

46 Brecht 2022.04.27

브레히트: 제 8번째 소네트

제 8번째 소네트 밤에, 빨래가 울타리에 걸래 있는 곳에서... 숲 속의 개울가에서, 너는 서 있었지, 주위는 황야... 청동의 그림 아래, 작은 나무판 속에서... 작업실 내의 스웨덴 침대 위에서, 그는 방금 몸을 닦기 시작하고... 거대하게 경사진 언덕에서... 서재의 구석에서, 창문과 장롱 사이에서... 석유 냄새 풍기는 난로가 있는 여관에서... 서재의 침상 속에서, 포만감에 싸인 채... 사원에서, 피아노 소리에 흥분하여... 가구가 있는, 너는 발코니에서 열쇠를 던졌지... 호텔의 어느 방에서... 둘이서... 생업에 종사하는 자들의 조국에서... 이미 하루의 매시간... 그리고 밤 사이사이에 ... 거의 네 개의 국가 ... 계절마다 ... Das achte Sonett Nachts, wo ..

46 Brecht 2022.04.27

브레히트: 제 7 번째 소네트

제 7번째 소네트 그냥 너를 내게 맡기라고 조언하고 싶어, 그러니 타인에게 더 이상 꼬리치지 말라고, 허나 어떻게든 내버려두라고 말하면, 난 두려워 그리 조언하면, 너는 고분고분 순응할 줄 알았어. 네가 맛있는 음식처럼 나를 다루어달라는 것, 한 명 외엔 다른 식객에 다가가지 않는 음식처럼 말이야, 그는 접시를 밀치겠지, 정말 배가 부르니까. 어느 누구도 훔칠 수 없는 것은 쉽사리 망각되지! 나는 이렇게 생각해, 성의 일부를 교묘하게 이용하라고 규정된 시장의 법칙에 따르면, 이 경우 그러한 조언을 배가시킬만한 의혹이 자리하고 있어 당신의 조언은 좋을 수 있어요, 하고 말하겠지. 안타깝지만 나의 충고를 지지한다는 것 자체가 몹시 의심스러울 테니까. 그래, 조언을 철회할게 Das Siebente Sonett..

46 Brecht 2022.04.26

브레히트: 제 6번째 소네트

제 6번째 소네트 몇 년 전 어느 날 네게 많이 기대었을 때 나는 그다지 강하게 집착하지 않았어. 즉 원하지 않으면 그리워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욕망이 적으면 고통 또한 매우 경미하다고 그러니 많은 욕망 대신에 고통 없는 게 낫고 스스로 참아내는 게 잃어버리는 것보다 나은 법이야 남자의 욕망이 그러하니, 괴로워할 필요 없어. 할 수 있다는 건 좋으나, 해야 한다는 건 나빠. 물론 이는 형편없는 가르침에 불과해 한 번도 잃지 않은 자는 풍요롭다고 말할 수 없어 그렇다고 싫증난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야... 내 말뜻은 이래: 무언가에 강하게 기대하는 자에겐 끔찍한 시간 역시 어쩔 수 없이 주어지는 법이야. 그렇지만 우리는 결코 사물의 주인이 아니야. Das sechste Sonett Als ich vor Ja..

46 Brecht 2022.04.23

브레히트: 제 5번째 소네트

제 5번째 소네트 장사꾼들이 시장에서 구매자가 많다는 소문을 마구 퍼뜨려서, 상품의 가격을 높이듯이 자기를 쫓아다니는 남자들이 많음을 과시하는 여자들이 있지 남자들이 그런 여자에게 화내는 건 당연히 옳아. 여자가 그렇게 행동해서는 안 돼, 여자는 자신에게 선택의 여지가 더 이상 없음을 보여주어야 해. 그 남자가 아니라면 어느 누구와도 혼인하지 못하며 그 남자가 말하지 않으면, 그녀에게는 침묵밖에 없음을 여자란 슬쩍 빠져나감으로써 남자를 묶어 둘 수는 있겠지만 남자를 필요로 할 때, 남자를 더 많이 유혹할 수 있지 여자도 알아야 해. 불 속에서 비명 지르는 자는 불을 번지게 할 수도, 꺼지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다만 그런 여자가 갈증에 사로잡히지 않기를 바라지, 괜스레 흐린 물속에서 고기 낚으려고..

46 Brecht 2022.04.21

브레히트: 제 1번째 소네트

제 1번째 소네트 한 때 우리가 그대와 나로 갈라지고 우리 침대가 여기와 저기로 떨어져 있을 때 우리는 눈에 뜨이지 않는 말을 골랐어요, 그건 바로 그대를 만질게였지요. 그런 말의 기쁨은 충분하지 않지요, 만지는 것 자체는 결코 대체할 수 없으니까요 적어도 “그것”은 손상되지도 않고 마치 압류된 물건처럼 잘 보존되어 있어요. 서로에게 마음이 가지만, 멀리 떨어져 있고 활용할 수는 없으나, 사라진 것은 아니며 여기에는 없으나, 적어도 떠나간 건 아니지요. 우리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서성거려도 우리는 자주 이 단어를 사용하면, 즉시 알 테지요, 우리 서로 귀하게 여긴다는 것을. Das erste Sonett Als wir zerfielen einst in DU und ICH Und unsere Betten ..

46 Brecht 2022.04.21

서로박: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 (2)

(앞에서 계속됩니다.) 극작가는 서사극적 구조 그리고 논평 등을 통하여 사건의 진행 과정을 차단시키고, 회상하도록 조처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작품에서 특징적인 것은 “노래들 (Songs)”입니다. 가령 「연기에 관한 노래」는 브레히트가 20년대에 쓴 「아편 동굴에서 나온 노래」에 착안한 것인데, 세계는 마치 니체의 허무주의 내지 희망 없는 태도 등으로는 변화될 수 없음을 분명히 지적하고 있습니다. 「비 오는 날 물장수의 노래」는 주어진 기회를 잃은 상인의 하소연을 예리하게 풍자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노래는 비가 오는데도 물을 사는 셴테의 비이성적인 태도를 은근히 비아냥거리기 위해서 삽입된 것입니다. 「신들과 선함의 무저항에 관한 노래」에서 극작가는 신앙이라든가 선 등의 추상적 개념이 실제 인간 삶과는..

46 Brecht 2021.12.05

서로박: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 (1)

친애하는 J,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은 “우화극 (das Parabelstück)”입니다. 이 작품은 주로 1930년에서 1942년 사이에 집필되었습니다. 집필에 도움을 준 사람은 브레히트의 연인들, 루트 베를라우 (Ruth Berlau) 그리고 마르가레테 슈테핀 (Margarete Steffin)이었습니다. 특히 마르가레테 슈테핀은 40년대 초에 폐결핵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브레히트의 작업을 헌신적으로 도와주었습니다.「사천의 선인」은 1943년 2월 4일에 스위스 취리히에서 초연되었으며, 1952년 구동독에서 하나의 작품으로 발표되었습니다. 따라서 브레히트 작품들 가운데 이 작품이 가장 복잡한 경로를 거쳐 탄생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브레히트는 스스로 1938년에서 1940년 사이에 ..

46 Brecht 2021.12.04

서로박: 브레히트의 극작품 '가정교사'

브레히트는 야콥 미햐엘 라인홀트 렌츠 (J. M. R. Lenz, 1751 - 1791)의 「가정교사 Der Hofmeister」 (1774)를 개작하였습니다. 렌츠 작품의 주된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며, 브레히트의 작품의 근간을 이룹니다. 가난한 부목사의 아들, 로이퍼는 가정교사로 일합니다. 그는 추밀원 고문관의 동생이 되는 베르크의 집에서 아들 프리츠 그리고 딸 구스첸을 가르칩니다. 로이퍼는 맛있는 음식을 얻지만, 적은 월급을 받으며, 때로는 무척 모욕당하기도 합니다. 이때 그는 구스첸을 유혹합니다. 구스첸 역시 이를 마다하지 않고, 육체적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나 계급 차이로 인하여 두 사람은 정상적인 연인 관계를 지속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구스첸은 미성년이기도 합니다. 구스첸이 임신하게 되..

46 Brecht 2021.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