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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설호의 장편(掌編) 소설: 땅 위에 그려진 일 (一)

손바닥에 쓰여 있는 王이라는 글자 - 이 역시 하나의 퍼포먼스인지 모른다. 나라를 다스리고 싶은 야심으로 가득 차 있다. 그래, 대장부라면 누구나 한번쯤 품을 수 있는 욕망일 것이다. 그렇지만 누구를 위한 욕망인가? 일순간 하나의 일화가 필자의 뇌리에 스쳤다. 그것은 한자로 점을 치는 기인에 관한 이야기다. 때는 바야흐로 기원 후 910년 무렵이었다. 여름이 끝날 무렵 개성으로 향하는 양주 근처의 길목 장터에서는 한자로 점을 치는 사내가 있었다. 그는 64개의 골판지에다 제각기 다른 한자를 써넣은 다음에, 이것들을 땅 위에 가로 여덟 개, 세로 여덟 개로 배열해 놓았다. 이곳의 토박이와 장돌뱅이들은 그 앞에 모여서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사내는 동전 몇 닢을 받은 다음에 글자를 가리키는 사람의 운세를 ..

2a 나의 산문 2025.07.01

박설호: (1) 지식인의 갈등과 세계의 변화

- “처음 만나는 매력적인 여성 (혹은 남성)에게 거리낌 없이 구애하지 못한다는 점 - 이게 현대 문명의 황폐화를 상징하는 것입니다.” (하이너 뮐러) -- “나는 나의 옷을 화염 속에다 집어 던져버리네. 나의 심장이었던 시계를 가슴에서 파내네. 피로써 옷 차려 입고 나는 거리로 나가리라.” (하이너 뮐러) - 1.본고에서 필자가 의도하는 바는 하이너 뮐러의 1977년 발표 작품 「햄릿 기계」의 분석을 통하여 현대 독일 사회 및 구동독 사회에 있어서의 지식인의 역할 문제를 추적하려는 것이다. 뮐러의 작품들 가운데에서 하필이면 이 작품을 택하게 된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뮐러는 작품 「햄릿 기계」를 통하여 현대의 전체주의 사회에서 지식인이 과연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

45 동독문학 2025.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