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Brecht 74

서로박: (2) 브레히트의 이단자의 외투

(앞에서 계속됩니다.) 7. 비극적으로 화형당하다: 1600년 2월 8일에 지오르다노 브루노는 이단과 마법의 혐의로 화형당해 죽습니다. 그의 모든 책은 출판 판매 금지당하는 조처에 처해집니다. 다시 말해서 브루노가 쓴 모든 문헌은 이른바 분서갱유의 처벌을 받게 된 것입니다. 처형의 선고가 내려질 때 브루노는 다음과 같이 외쳤다고 합니다. “너희는 나에게 죽음의 선고를 내리며 이를 받아들일 것을 선언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두려움에 떨고 있구나. Maiori forsan cum timore sententiam in me fertis quam ego accipiam“. 거의 8년에 걸친 오랜 법적인 공방 끝에 심신이 그야말로 초췌해진 브루노는 52세의 나이에 캄포 데 피오리에서 화형대에서 불에 타서 죽게 됩니다..

46 Brecht 2023.03.11

서로박: (1) 브레히트의 이단자의 외투

1. 브레히트의 단편, 이단자의 외투: 친애하는 K, 당신은 나에게 「이단자의 외투」의 주제를 문의하였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하나의 정답을 알고 있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해답은 텍스트 속에 내재하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텍스트의 주제는 미리 정해진 게 아닙니다. 만약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이라면, 우리가 문학 텍스트들을 애써 읽을 필요가 어디 있을까요? 그냥 편하게 논문 혹은 해설서만 읽으면 족하지 않을까요? 그러나 논문과 해설서를 100% 신뢰하는 것은 당신의 문학 해석의 힘을 키우는 데 커다란 악재로 작용할 것입니다. 우리는 문학 텍스트를 직접 읽고 생각의 힘을 스스로 단련해야 합니다. 단편의 서두에도 서술되어 있듯이 지오르다노 브루노 (Giordano Bruno)는 일반적으로 “위대한 인간”이..

46 Brecht 2023.03.11

서로박: 브레히트의 "두 아들"

(작품 줄거리) 브레히트의 단편, 「두 아들」은 미국에서 씌어졌다. 사람들은 1946년이라고 추측한다. 단편의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1945년 1월 히틀러 전쟁이 끝나기 전에 튀링겐 지방의 어느 농부 여자는 꿈을 꾼다. 출병하여 전선에 근무하던 아들이 어머니, 하고 자신을 부르는 것이었다. 비몽사몽간에 그미는 정원으로 나갔는데, 펌프 옆에서 아들이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을 본다. 그러나 젊은 남자는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 젊은 소련군 포로였다. 소련군은 포로로 잡혀서 힘들게 사역하고 있다. 며칠 후에 그미는 숲에서 일하는 포로들에게 음식을 날라주었는데, 이때 젊은 포로의 얼굴은 분명히 자신의 아들의 그것은 아니지만, 순간적으로 아들로 보였던 것이다. 이러한 인상은 자주 발생한다. 어느 날 젊은 소련 ..

46 Brecht 2023.02.20

서로박: 브레히트의 '갈릴레이의 삶' (2)

(앞에서 계속됩니다.) 10. 천체 물리학 연구의 위험성: 그런데 문제는 다음의 사실에 있었습니다. 이성에 대한 신념 내지 대단한 학문적 열정은 역설적으로 주인공의 정치적 감각을 무디게 만든다는 사실 말입니다. 갈릴레이는 보다 많은 수입 때문에 베네치아 공화국을 떠나, 피렌체로 거주지를 옮깁니다. 갈릴레이는 수학자였습니다. 그러나 수학의 원리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고 학문에 몰두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래서 그는 응용학문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그것은 천체물리학으로의 방향 전환이었습니다. 가끔 물 펌프를 생산하고 망원경을 제조하여, 그게 자신의 발명이라고 공언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세요. 그런데 갈릴레이는 천체 물리학의 연구가 궁극적으로 체제의 전복을 낳게 되는 뜨거운 감자라는 사실을 사전에 간파하지 못..

46 Brecht 2023.02.20

서로박: 브레히트의 '갈릴레이의 삶' (1)

1. 『갈릴레이의 생애』의 다양한 판본: 브레히트의 가장 위대한 작품 가운데 하나인 ?갈릴레이의 생애 Leben des Galilei?는 여러 원고로 집필되었습니다. 각 원고들은 주제상의 편차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정교하게 기술된 이 작품은 브레히트의 작품들 가운데에서 가장 난해한 것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제 1원고는 1938/ 39년에 덴마크에서, 제 2원고는 1945/ 47년에 미국에서, 마지막 제 3원고는 1954/ 56년에 집필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제 1원고를 덴마크 판으로, 제 2원고를 캘리포니아 판으로, 제 3원고를 베를린 판으로 명명합니다. 특히 제 3원고는 제 2원고에 비해 내용상으로 커다란 차이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제 1원고와 제 2원고는 작품의 형상화에 있어서 ..

46 Brecht 2023.02.20

서로박: 브레히트의 '앙리 뒤낭의 기이한 병' (2)

친애하는 H, 눈을 뜨니 유명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고 누가 말했던가요? 뒤낭의 책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팔려나갔습니다. 수많은 독자들은 뒤낭에게 격려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더러는 파리로 와서 강연해 달라고 권하기도 했습니다. 파리에서는 뒤낭이 의도하는 국제적인 자선단체가 결성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에 뒤낭은 제네바 출신의 약혼녀와의 밀회를 꿈꾸고 있었고, 결혼 전 약 2주일간의 도보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편지는 뒤낭의 인류애를 자극했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약혼녀와의 도보 여행 계획을 포기하고, 국제 자선 단체에 참가하기 위하여 프랑스 파리로 떠났습니다. 친애하는 H, 뒤낭은 멋지게 차려입고, 군인들의 비참한 삶과 죽음에 관해 강연하기 시작했습니다. 뒤낭의..

46 Brecht 2023.02.04

서로박: 브레히트의 '앙리 뒤낭의 기이한 병' (1)

친애하는 H, 오늘 브레히트의 단편 「앙리 뒤낭 씨의 기이한 병 Die seltsame Krankheit des Herrn Henri Dunant」에 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작품은 당신에게 두 가지의 중요한 사항을 전해주리라고 생각됩니다. 그 하나는 앙리 뒤낭과 적십자 운동 및 사회복지에 관한 문제이며, 다른 하나는 브레히트가 고심했던 자아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 사이의 모순관계에 관한 문제입니다. 작품은 1942년에 집필되었지만, 훗날에야 비로소 발표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1967년 주어캄프 출판사에서 간행된 브레히트 전집에 빠져 있었는데, 이년 후에 “보충 판 Supplement”에 비로소 수록되었습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아직 한국어로 번역 소개되지 않은 것입니다. 당신도 아시다시피 국제 적십자사는..

46 Brecht 2023.02.04

브레히트: 이성의 저항력에 관한 연설 (2)

(앞에서 계속됩니다.) 두뇌노동자는 자신의 개별 영역의 연구를 위해서 자신의 논리적 능력을 끊임없이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렇지만 국가는 그가 자신의 논리적 사고의 능력을 (전쟁 내지 평화의 문제와 같은) 주요 분야에 적용시킬 능력을 갖추어서는 안 된다고 강권합니다. 두뇌노동자는 전쟁이 얼마나 끔찍한가를 혼자 고심할 수는 있겠지만, 매우 중요한 정치적인 결정권을 몇몇 소수의 사람들에게 모조리 떠맡기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전쟁을 치를 것인가, 평화를 선택할 것인가? 하는 선택권을 생각해 보세요. 문제는 이러한 소수의 사람들은 통상적으로 천박하기 이를 데 없는 지적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두뇌노동자들은 이를테면 물리학 그리고 의학 등과 같은 개별 영역에서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여 어떤 학문적..

46 Brecht 2022.06.08

브레히트: 이성의 저항력에 관한 연설 (1)

약속대로 "이성의 저항력에 관한 연설"을 올립니다. 국내 초역입니다. ............................. 파시즘 국가는 요즈음 이성에 반대되는 여러 가지 엄격한 조처를 과감하게 시행하려 합니다. 국가는 이러한 조처로써 놀라운 방법으로 폭력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조처에 즈음하여 우리는 과연 인간의 이성이 이러한 과도할 정도로 끔찍한 폭력을 어떻게 맞설 수 있는가? 하고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파시즘 국가란 반드시 히틀러의 제3제국을 지칭하는 것만은 아니다. 페터 후헬은 구동독의 체제를 염두에 두면서 이 글을 의미와 형식 지에 실었다. - 역주) 사람들은 이러한 끔찍한 폭력을 서슴없이 자행하면서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낙관주의적인 맹약을 서슴없이 내뱉습니다. “결..

46 Brecht 2022.06.08

브레히트: 제 19번째 소네트

제 19번째 소네트 단 한 가지만 원하지 않아. 네가 나를 떠나는 것 설령 탄식을 터뜨려도 너의 말 듣기를 원해 네가 귀머거리라 하더라도 너의 말을 필요로 해. 네가 벙어리라 하더라고 네가 보는 것을 필요로 해. 네가 장님이라 하더라도 너를 바라보고 싶어. 나의 파수꾼으로서 내 곁에 함께 있어 오랜 여정 절반도 보내지 못했거든 우리가 처해 있는 암담함을 생각해 봐! 그래서 “내버려 둬, 상처 입었어.”는 유효하지 않아. 그래서 “어딘가에” 대신, “여기”만이 쓸모 있어. 우리의 일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거든 넌 알고 있겠지, 쓸모 있는 자 자유롭지 않다는 걸. 허나 언제나 그러했듯이 나는 너를 필요로 해. 나는 나를 말하지만 이는 우리를 말하고 있는 거야. Das 19. Sonett Nur eines..

46 Brecht 2022.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