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동독문학 110

서로박: 하인의 '낯선 연인' (1)

1. 기이하고도 놀라운 명작: 친애하는 H, 문학 작품은 일견 뜬금없는 공상적 이야기로 이루어진 것 같지만, 주어진 사회의 깊은 문제를 은근히 보여주는 수단입니다. 만약 특정한 작품이 주어진 사회의 핵심적 난제를 교묘하게 꿰뚫고 있다면, 그 작품은 명작의 반열에 오를 자격을 갖추게 됩니다. 오늘은 크리스토프 하인의 중편소설 「낯선 연인 Der fremde Freund」에 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1982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하인의 두 번째 산문으로서, 동독에서 발표된 이후에 서독에서 “용의 피 Drachenblut”라는 제목으로 루흐터한트 출판사에서 간행되었습니다. 크리스토프 하인은 1944년생의 구동독 출신의 작가로서 대학에서 철학과 논리학을 공부한 뒤에 80년대 초까지 주로 극작품을 집필해 왔습니다..

45 동독문학 2022.05.16

서로박: 제거스의 '통과 비자' (2)

(앞에서 계속됩니다.) 8. 주인공, 의사를 연적으로 간주하게 되다.: 주인공은 의사가 가급적이면 마르세유를 떠나도록 그를 도와줍니다. 그렇게 해야 마리를 그로부터 지킬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선박의 승선권은 어느 장교에 의해 몰수되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의사는 떠날 수 없게 됩니다. 의사는 주인공을 만나, 자신이 마리와 새살림을 차릴 계획을 품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때 주인공은 의사가 출국하지 않은 데 대해 분개하면서, 그와 마리가 서로 만나지 못하게 조처합니다. 주인공은 드디어 미국으로 향하는 경유 허가를 받게 됩니다. 그렇지만 에스파냐를 경유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바이델은 1930년대 말에 에스파냐 내전 당시에 발생한 대량학살에 관한 기사를 신문에 발표했기 때문이었습..

45 동독문학 2022.05.10

서로박: 제거스의 '통과 비자' (1)

1. 작품의 제목이 문제다.: 안나 제거스의 소설 『통과Transit』는 1944년에 영어판으로 발표되었습니다. 독일어 원본으로는 1948년에 간행되었습니다. 필자는 작품의 제목을 처음에는 “경유 ”로 번역했습니다. 그러나 “경유経由”라는 표현이 낯선 한자라는 이유에서 “통과 비자”로 고치기로 했습니다. 부디 나의 실수에 대해 관용을 베풀기 바랍니다. 작품, 『통과 비자』는 제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나”는 27세의 독일 남자입니다. 이탈리아 음식점에서 누군가에게 자신의 체험을 이야기해줍니다. 그는 전쟁 시기에 참으로 혹독하게 살았습니다. 그는 독일에서 프랑스로 도주했습니다. 전쟁이 발발하게 되자 프랑스 당국에 의해 체포되어 강제 수용소로 차출됩니다. 주인공은 다시 그곳에서 도..

45 동독문학 2022.05.10

서로박: 하이너 뮐러의 피록테트

뮐러는 주로 60년대 후반부터 신화적 소재를 다루었습니다. 그는 「건설」 그리고 「농부들」 등의 작품으로 인하여 당 문화 관료로부터 신랄하게 비판당했습니다. 구동독의 현실을 직접 다루려는 극작가의 의지는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친 셈입니다. 뮐러는 「피록테트」를 1958년 1964년 사이에 집필, 1968년에 서독에서 발표하게 했습니다. 작품은 1977년 라이프치히의 사설 극단에서 초연, 1977년 구동독에서 공식적으로 공연되었습니다. 「피록테트」는 맨 처음 소포클레스에 의해 집필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뮐러는 소포클레스의 작품 내용을 그대로 답습하지는 않습니다. 그리스인 오디세우스와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오프톨레모스는 무인도 섬인 렘노스로 향합니다. 그곳에서는 나이든 장수, 피록테트가 수년전부터 은거하고 있..

45 동독문학 2022.04.12

서로박: 뮐러의 "아이아스" (초록)

1. 뮐러가 장시 몸젠의 블록 그리고 이를테면 아이아스를 집필하게 된 게기 하이너 뮐러는 통일된 독일에서 한 편의 극작품도 집필하지 않았습니다. 집필하고 싶은 욕구는 있었지만, 주위의 여건이 참담했습니다. 독일이 통일된 다음부터 서독의 문화계는 동독 작가들에게 부정적 시선을 보냈습니다. 서독의 문화계 사람들은 오히려 구동독을 떠나지 않은 작가, 이를테면 크리스타 볼프, 하이너 뮐러, 그리고 폴커 브라운 등으로 향해서 비판의 화살을 지속적으로 발사했습니다. 이를테면 볼프, 뮐러 그리고 브라운 등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독서 국가 der künstlich gemachte Lesestaat”인 동독에서 특권을 누리면서 살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동독 문학논쟁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동서독이 통일..

45 동독문학 2022.01.20

서로박: 헤름린의 스카르다넬리

1970년 「의미와 형식」에 발표된 슈테판 헤름린 (1915 - )의 방송극 "스카르다넬리"는 횔덜린의 다른 이름이다. “스카르다넬리 Scardanelli”, 그는 누구인가? 실제로 살았던 자기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 횔덜린인가? 부오나로티 Buonarotti, 살바토레 로자 Salvatore Rosa는 이름과는 달리 세상을 붉게 구원하지 못하고 사라진, 당시 19세기의 무명 시인, 횔덜린의 가명이었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슈테판 헤름린은 프랑스 팔레스티나 등지를 돌아다니며, 반 나치 저항 운동가로 활약하였다. 전후 구동독 지역에 정착한 그는 "대도시에 관한 12개의 담시들" 및 반파시즘 활동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탁월한 중단편 소설들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헤름린은 구동독 지역에서 여러 명의 문화 ..

45 동독문학 2022.01.05

서로박: 토마스 브루시히의 우리 같은 영웅들

친애하는 H, 브루시히는 이 작품에서 30대 중반에 해당되는 남자, 울츠트를 등장시킵니다. 구동독이라는 나라 자체가 주인공에 의하면 패러디의 대상입니다. 클라우스 울츠트는 -50년대 이후에 태어난 구동독 사람들을 대변하고 있는데- 사회주의 운동에 관해 어떠한 관심도 표명하지 않습니다. 가령 맑스는 주인공에게는 100마르크 지폐에 그려진 자이고, 엥겔스는 50마르크 지폐에 그려진 자일뿐입니다. 주인공의 톤은 스페인의 악한 소설을 연상시킬 정도로 유머러스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렇기에 독자는 이 소설을 (상기한 두 편의 작품과는 달리) 흥미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자칭 미래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 클라우스 울츠트는 1968년 8월 소련군의 탱크가 프라하로 진군할 때 거실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소..

45 동독문학 2021.12.26

서로박: (2) 토마스 브라쉬의 "결투"

(앞에서 계속됩니다.) 마르시아스는 그들을 밀치면서 몸을 돌렸다. 그의 얼굴은 증오심으로 인해 너무나 일그러졌으므로, 피부에는 붉은 반점이 형성되고 있었다.한 마디만 더 지껄이면, 마구 내리쳐서 아가리의 악취 나는 이빨을 모조리 박살내고 말 거야.참말로 농사꾼이로구먼, 하고 그들은 말하며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이런 끔찍한 똥구멍들을 나에게 들이대는 모습 좀 보게, 하고 마르시아스는 외쳤다. 자넨, 그래 이런 여신들이 모든 걸 결정하기를 진심으로 원하는가?하기야 자네 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야, 하고 아폴론이 말했다. 그들이 아니라면 누가 그 일을 맡아야 한단 말인가? 우리는 이제 하나의 결론이 도달했어요. 마르시아스는 플루트 연주를 아직 마스터하지 못했어요. 만약 그가 양떼와 함께 있으면, 어쩌면 ..

45 동독문학 2021.11.21

서로박: (1) 토마스 브라쉬의 '결투'

토마스 브라쉬: 결투 마르시아스는 힘들게 터벅터벅 산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던 뮤즈들은 아폴론이 분명히 싸움에서 승리하리라고 느꼈다. 그의 걸음은 시작하기도 전에 패배하는 어느 남자의 그것과 같았으니까. 산의 중턱에 도달했을 때, 마르시아스는 마침 낮잠이라도 자려는 심사로 수풀 위로 덩실 몸을 던졌다.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몸을 뒹굴더니, 다시 벌떡 일어나, 정상으로 향해 다시 서서히 올라갔다. 고원 지역의 마지막 암벽에 당도하였다. 이때 그들은 광채 없는 그의 눈과 허리에 달린 목자의 플루트를 바라보았다. 이때 그들은 확신했다. 이 남자가 바로 기다리던 바로 그 예술가라고. 그들은 서로 속삭이고 있었다. 마르시아스는 결투장으로 단장된 들판에 서서히 발을 내디뎠다. 이때에도 그들은 ..

45 동독문학 2021.11.20

"당신처럼 생각한다면 차라리 죽는 게 낫다." 비어만과 쿠네르트

사회: 비어만 씨, 당신의 새 앨범은 한 권의 책과 다를 바 없는데, “내 심장 조각 하나를 씹어 먹어라. Eins in die Fresse, mein Herzblatt”라는 상당히 공격적인 제목을 달고 있습니다. 귄터 쿠네르트의 새로운 시집 제목은 전혀 다른 기상도에 의한 것으로서 “살인 조처 Abtötungsverfahren”입니다. 이는 두 개의 어떤 서로 다른 체험을 접하거나 마주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 아닐까요? 두 사람은 두 분단국가 독일에서 서로 유사한 경험을 지니고 있지 않습니까? 한 사람은 쫓겨나고, 다른 한 사람은 자의에 의해서 나라를 떠났으니까요. 그렇지만 비어만의 경우 주어진 현재의 현실에 깊숙이 개입하여 무언가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아주 투쟁적이며, 때로는 거대한 노여움..

45 동독문학 2021.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