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동독문학 108

서로박: 슈테판 하임의 슈바르첸베르크

슈테판 하임 (Stefan Heym, 1913 - 2001)의 소설 "슈바르첸베르크"는 1984년에 발표되었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과거 역사 속에 실제로 주어졌던 사실을 추적하고 있다. 하임은 전후시기에 자신의 친구로부터 미국과 소련의 영향으로부터 거리감을 취했던 조그만 도시, 슈바르첸베르크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친구는 다름 아니라 작센 지방의 고등 검사장으로 재직했던 칼 콘 (K. Kohn)이라는 인물이다. 콘은 당시에 슈바르첸베르크로 직접 찾아가 그곳의 상황을 직접 체험했다고 한다. 그러나 하임은 슈바르첸베르크에 관한 실제의 영역에 관한 생생한 묘사를 어느 정도 생략하고 있다. 왜냐하면 하임에게 중요한 것은 과거에 있었던 사건에 대한 재현이 아니라, 어떤 독자적 사회주의의 가능성 내지 이..

45 동독문학 2020.04.07

쿠네르트의 "박쥐의 외침" (국문)

박설호: 동독문학 연구 236 페이지 번역 자료 황혼 무렵 공중으로 신속히 이리저리 비행하는 동안, 박쥐들은 큰 소리로 지저귄다. 그러나 그 소리는 박쥐들만이 청취할 수 있을 뿐이다. 연이어진 나무들, 헛간 그리고 쇠락한 교회탑들은 그들의 소리를 메아리로 돌려보낸다. 박쥐들은 비행하는 동안에 그 메아리를 들으면서, 그들 앞에 어떠한 장애물이 있는지, 아니면 텅 빈 공간이 전개되는지 알아차린다. 만약 누군가가 그 소리를 빼앗으면, 박쥐들은 더 이상 길을 찾지 못한다. 어디서든 간에 장애물, 혹은 벽에 심하게 부딪친채 죽어서 땅에 떨어진다. 박쥐가 사라지면, 그들이 평소에 잡아먹던 해충들은 급속도로 개체 수를 늘여서 창궐하게 된다. 박쥐는 누구를 상징할까요?

45 동독문학 2018.11.21

서로박: 브라쉬의 '아버지보다 아들들이 먼저 죽는다'

친애하는 J, 오늘은 다재다능한 비련의 작가, 토마스 브라쉬 (Thomas Brasch, 1945 - 2001)에 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토마스 브라쉬는 시, 단편 소설, 장편 소설, 극작품, 시나리오, 평문 등을 집필하였을 뿐 아니라, 배우, 연출가, 영화감독으로도 활동했습니다. 게다가 놀라운 것은 브라쉬가 다루는 문학적 주제가 결코 한두 가지의 틀에 얽매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의 문학적 주제는 국가의 문제, 현대인의 소외된 삶, 예술에 관한 성찰, 자연 파괴의 문제 등 무척 다양합니다. 이러한 다재다능한 그의 능력은 아쉽게도 찬란하게 만개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오랫동안 이른바 정겹지만 폐쇄적인 동독에서 작품 발표의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외부의 검열 체계는 오랜 기간 ..

45 동독문학 2018.11.14

귄터 쿠네르트의 발문 요약

출전: Guenter Kunert: Nachwort, ders. Diesseits des Erinnerns, Muenchen 1985. “오늘 나 자신의 과거를 돌이켜보면, 어쩔 수 없이 다음과 같이 말해야 합니다. 나의 두려움은 순식간에 약화되었지만, 나의 걱정은 오히려 더욱더 성장했다고. 이 말은 기이하게 들릴지 모르나, 쉽게 해명될 수 있습니다. 전자는 개인적인 것이지만, 후자 속에는 보편적인 특성이 내재해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이러한 걱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마치 촛불처럼 꺼질지 모른다는 게 나의 두려움이었습니다. 더 이상 숨 쉬지 않고, 더 이상 글 쓸 수 없다는 상태를 생각해 보세요. 나의 두려움은 억압의 어떤 결과였습니다. 억압의 결과로서의 두려움 그리고 억압에 대한 두려움이 바..

45 동독문학 2018.08.09

서로박: 쿤체의 '멋진 세월'

친애하는 J, 오늘은 동독 시인, 라이너 쿤체 (Rainer Kunze, 1933 - )의 산문집 『멋진 세월』에 관해서 언급하려고 합니다. 이 작품은 1976년에 서독에서 발표되었습니다. 쿤체는 자신의 글이 동독에서 간행되기 어렵다는 것을 미리 간파하고, 서둘러 서독에서 간행하게 했던 것입니다. 산문집이 발표되자, 지금까지 발표된 자신의 시작품들보다 더 커다란 반향이 나타났습니다. 작품은 짤막한 장면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여기서는 동독 젊은이들의 암울한 삶이 간결한 문장으로 서술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쿤체가 묘사한 일상은 사회주의 통일당 (SED)이 공개적으로 보여주는 찬란한 일상생활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작중 화자는 중등과정에 있는 학생들, 대학생들, 공장의 견습생들 그리고 젊은 군인들과..

45 동독문학 2017.07.22

서로박: 퓌만의 유대인 자동차

구동독 출신의 작가이자 시인인 프란츠 퓌만 (Franz Fühmann, 1922 - 1984)의 소설집, "유대인 자동차. 20년에서 비롯한 14일 (Judenauto. Vierzehntage aus zwei Jahrzenten)"은 1962년에 발표되었다. 소설집에는 총 14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1959년에서 1961년 사이에 쓰인 것들이다. 1929년에서 1949년 사이의 시기는 현대 독일의 역사 가운데 가장 결정적인 사건을 포함하고 있다. 가령 20년대의 경제 위기의 시기로부터, 제 2차 세계대전을 거쳐, 동독의 건립에 까지 이어지는 역사적 과정을 생각해 보라. 모든 사건은 22년생의 작가의 시점으로 서술된다. 발문에서 프란츠 퓌만은 다음의 사항을 분명히 지적한다. 즉 자전적인 요소가 소설의 ..

45 동독문학 2017.07.15

서로박: 비어만의 '드라 드라'

음유 시인, 볼프 비어만 (Wolf Biermann, 1936 -)은 방송극, 「드라, 드라」를 1970년에 써서 이듬해 4월 20일에 처음으로 방영하게 하였다. 이 작품은 “음악 섞인 9막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공룡 사냥꾼 바라보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시간 설정은 없고, 장소 역시 상상적인 도시로 기록되어 있을 뿐이다. 러시아의 극작가, 에브게니 스바르치 (Evgenij Ṧvarc, 1896 - 1958)는 무력 정치 그리고 이로부터의 해방에 관한 정치적 동화를 집필한 바 있다. 그러나 비어만은 스바르치의 정치 동화를 정반대로 묘사한다. 악한 자들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서 지혜로운 자들을 압도해야 한다. 비어만은 스바르치의 소재를 그대로 수용한다. 공룡은 그 자체 끔찍한 공포 정치를 행하는 독재자의..

45 동독문학 2017.07.11

서로박: 80년대 동독 작가와 스타지

친애하는 H, 신진 작가들의 문학관 및 구동독에 대한 상을 논할 때 우리가 특정 작가를 예로 들기란 무척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프렌츨라우어 베르크를 중심으로 활동한 작가들은 상당히 많으며, 상당수의 작가들이 베를린 장벽의 붕괴 전에 이미 서독으로 이주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특정 작가를 거론하는 대신에, 일반적 특성만을 조심스럽게 지적할까 합니다. 50년대에 출생한 젊은 작가들은 대체로 체코의 침공에 대해 항의하다가 투옥 당했으며, 결국 서독으로 송치되는 비운을 겪었습니다. 구동독에서 이름 있는 작가들은 구서독에서 책을 간행하게 했습니다. (이는 구동독에게는 불리한 것이었지만, 결과론적으로 고찰할 때 동서독 교류를 활성화시키게 하는 방법들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이들에 비하면 대부분의 신진 작가들은..

45 동독문학 2017.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