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동독문학 69

서로박: 몸젠과 뮐러 (2)

8. 몸젠은 로마사 제 4권을 못 쓴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완성하지 않았다. 그의 학문적 열정과 부지런함을 고려할 때 우리는 다음의 사실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즉 몸젠은 로마사 제 4권을 못 쓴 게 아니라, 안 쓴 것이라고, 왜 그는 로마사 제 4권의 집필을 그토록 꺼렸던 것이었을까요? 이는 나중에 독일의 극작가, 하이너 뮐러가 마음속에 품었던 질문이었습니다. 몸젠은 어느 편지에서 “왕궁의 잡다한 가십거리에 관해 왈가왈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하고 대꾸하였습니다. 또한 몸젠은 1885년 어느 저녁 모임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로마 황제의 역사 그리고 로마의 붕괴와 멸망에 관해 기술하려는 심리적 욕구가 솟아오르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몸젠은 집필에 더 이상 신명을 느끼지 못했습니..

45 동독문학 2021.06.22

서로박: 몸젠과 뮐러 (1)

1. 몸젠의 삶 (1): 테오도르 몸젠은 (1817 – 1913) 1821년부터 북독의 올데스로에 지역의 목사로 일하는 큰아들로 태어나, 다섯 동생들과 함께 자랐습니다. 아이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아버지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 다른 곳으로 이주했지만, 테오도르 몸젠은 가톨릭에 대해서 거부감을 지닌 자유로운 프로테스탄트로 고향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비록 가난한 살림이었지만 옌스 몸젠은 자식들을 어릴 때부터 교육을 통해 라틴어, 그리스어 그리고 고전 문학에 눈을 뜨게 하였습니다. 몸젠은 처음에는 1838년 킬 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하였습니다. 1839년 그는 킬 대학교에서 나중에 독일의 유명한 작가로 거듭나게 될 테오도르 슈토름을 알게 되었습니다. 몸젠은 슈토름과 자신의 동생 티코 몸젠과 함께 시선집을 간행..

45 동독문학 2021.06.22

서로박: 브리기테 라이만의 '프란치스카 링커한트'

동독 출신의 작가, 브리기테 라이만 (Brigitte Reimann, 1933 - 1973)의 장편 소설 ?프란치스카 링커한트 (Franziska Linkerhand)?는 1974년 유고작으로 발표되었다. 그미는 불치의 암으로 인하여 40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였다. 1963년부터 라이만은 방대한 장편 소설에 몰두하였다. 그 전에 그미는 비교적 짤막한 소설 그리고 방송극 등을 발표했다. 가령 1960년에 발표된 「자백 (Geständnis)」, 1961년에 발표된 ?일상의 도달 (Ankunft im Alltag)? 등은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동베를린의 “새로운 삶”- 출판사 사장인 발터 레베렌츠는 소설 유고를 -몇몇 대목을 조금 신중하게 삭제한 다음에- 그것을 원문 그대로 간행하였다. 주인공, 프란..

45 동독문학 2021.05.08

서로박: 헤름린의 시

슈테판 헤름린의 작품은 그의 삶과 밀접한 관련성을 지니고 있다. 유대인의 대부호의 집에서 태어난 그는 (본명은 루돌프 레더였다) 1931년에 공산당 청년 동맹에 가담하였다. 그후 1936년 에스파냐 내전에 참가했으며,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 1947년 동독으로 돌아왔다. 자신의 초기 시집은 자신이 겪어온 사회적 궤적을 그대로 보여준다. 파시즘에 대한 투쟁, 전후 시대, 쟁전 시대 그리고 1953년 이후의 경직된 사회주의 등이 그의 작품의 배후를 장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헤름린의 문학적 자양은 프랑스 문학에서 발견된다. 실제로 헤름린은 말라르메, 엘뤼아르, 아폴리네르 등의 문학 작품에서 커다란 감명을 받았다. 50년대와 60년대에 그는 동서독에서 비판적인 반응을 얻게 되었다. 서독 사람들은 헤름린..

45 동독문학 2021.01.10

서로박: 프리츠 루돌프 프리스의 '오블라두로 향하는 길'

친애하는 F, 오늘은 프리츠 루돌프 프리스 (Fritz Rudolf Fries, 1936 - )의 문학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프리스는 1936년에 에스파냐의 빌바오에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독일 군인으로 참전했다가, 에스파냐의 파르티잔에 체포되어 총살당했습니다. 1942년 가족들은 라이프치히로 이주하여 그곳에 정착하였습니다. 그의 이력은 “에스파냐라는 전체주의 국가에서 동독이라는 전체주의 국가로 이주한 삶”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프리스의 뇌리에는 유년의 참혹한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즉 40년대 초 연합군에 의해서 처참하게 폭격당한 라이프치히가 바로 그 상흔이었습니다. 프리스는 라이프치히 대학교에서 영문학 그리고 에스파냐 문학을 전공하였..

45 동독문학 2020.11.27

서로박: 헤름린의 저녁 노을

슈테판 헤름린의 산문 "저녁노을"은 1979년에 발표되었다. 작가는 60년대에 거의 시를 쓰지 않고, 주로 산문 등을 썼다. 가령 "소설집 (Erzählungen)", 횔덜린을 소재로 한 방송극,「스카르다넬리 (Scardanelli)」 등이 그것들이다. 헤름린은 "저녁노을" 외에도 「카스베르크」 (1965), 「코르네리우스의 다리」 (1968), 「나의 평화」 (1975) 등을 스케치한 바 있다. "저녁노을"은 참으로 아름다운 산문집이다. 이 책은 총 27개의 단락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시적 제스처를 담고 있다. 여기에는 헤름린의 유년 시절, 30년대 40년대 정치적 사회적 투쟁, 젊은 시절의 꿈과 실망 그리고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젊은이의 희망 등이 차례로 담겨져 있다. 헤름린의 책에는 로베르트 발저 (..

45 동독문학 2020.11.15

쿠네르트: 기억의 이편, 발문

“오늘 나 자신의 과거를 돌이켜보면, 어쩔 수 없이 다음과 같이 말해야 합니다. 나의 두려움은 순식간에 약화되었지만, 나의 걱정은 오히려 더욱더 성장했다고. 이 말은 기이하게 들릴지 모르나, 쉽게 해명될 수 있습니다. 전자는 개인적인 것이지만, 후자 속에는 보편적인 특성이 내재해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이러한 걱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마치 촛불처럼 꺼질지 모른다는 게 나의 두려움이었습니다. 더 이상 숨 쉬지 않고, 더 이상 글 쓸 수 없다는 상태를 생각해 보세요. 나의 두려움은 억압의 어떤 결과였습니다. 억압의 결과로서의 두려움 그리고 억압에 대한 두려움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 두려움의 원인이 어느 정도 해결되어 눈앞에서 사라졌다면, 증가하는 걱정이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

45 동독문학 2020.05.29

서로박: 슈테판 하임의 슈바르첸베르크

슈테판 하임 (Stefan Heym, 1913 - 2001)의 소설 "슈바르첸베르크"는 1984년에 발표되었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과거 역사 속에 실제로 주어졌던 사실을 추적하고 있다. 하임은 전후시기에 자신의 친구로부터 미국과 소련의 영향으로부터 거리감을 취했던 조그만 도시, 슈바르첸베르크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친구는 다름 아니라 작센 지방의 고등 검사장으로 재직했던 칼 콘 (K. Kohn)이라는 인물이다. 콘은 당시에 슈바르첸베르크로 직접 찾아가 그곳의 상황을 직접 체험했다고 한다. 그러나 하임은 슈바르첸베르크에 관한 실제의 영역에 관한 생생한 묘사를 어느 정도 생략하고 있다. 왜냐하면 하임에게 중요한 것은 과거에 있었던 사건에 대한 재현이 아니라, 어떤 독자적 사회주의의 가능성 내지 이..

45 동독문학 2020.04.07

쿠네르트의 "박쥐의 외침" (국문)

박설호: 동독문학 연구 236 페이지 번역 자료 황혼 무렵 공중으로 신속히 이리저리 비행하는 동안, 박쥐들은 큰 소리로 지저귄다. 그러나 그 소리는 박쥐들만이 청취할 수 있을 뿐이다. 연이어진 나무들, 헛간 그리고 쇠락한 교회탑들은 그들의 소리를 메아리로 돌려보낸다. 박쥐들은 비행하는 동안에 그 메아리를 들으면서, 그들 앞에 어떠한 장애물이 있는지, 아니면 텅 빈 공간이 전개되는지 알아차린다. 만약 누군가가 그 소리를 빼앗으면, 박쥐들은 더 이상 길을 찾지 못한다. 어디서든 간에 장애물, 혹은 벽에 심하게 부딪친채 죽어서 땅에 떨어진다. 박쥐가 사라지면, 그들이 평소에 잡아먹던 해충들은 급속도로 개체 수를 늘여서 창궐하게 된다. 박쥐는 누구를 상징할까요?

45 동독문학 2018.11.21

서로박: 브라쉬의 '아버지보다 아들들이 먼저 죽는다'

친애하는 J, 오늘은 다재다능한 비련의 작가, 토마스 브라쉬 (Thomas Brasch, 1945 - 2001)에 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토마스 브라쉬는 시, 단편 소설, 장편 소설, 극작품, 시나리오, 평문 등을 집필하였을 뿐 아니라, 배우, 연출가, 영화감독으로도 활동했습니다. 게다가 놀라운 것은 브라쉬가 다루는 문학적 주제가 결코 한두 가지의 틀에 얽매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의 문학적 주제는 국가의 문제, 현대인의 소외된 삶, 예술에 관한 성찰, 자연 파괴의 문제 등 무척 다양합니다. 이러한 다재다능한 그의 능력은 아쉽게도 찬란하게 만개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오랫동안 이른바 정겹지만 폐쇄적인 동독에서 작품 발표의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외부의 검열 체계는 오랜 기간 ..

45 동독문학 2018.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