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동독문학

서로박: 제거스의 '통과 비자' (1)

필자 (匹子) 2022. 5. 10. 21:26

1. 작품의 제목이 문제다.: 안나 제거스의 소설 통과Transit1944년에 영어판으로 발표되었습니다. 독일어 원본으로는 1948년에 간행되었습니다. 필자는 작품의 제목을 처음에는 경유 로 번역했습니다. 그러나 경유経由라는 표현이 낯선 한자라는 이유에서 통과 비자로 고치기로 했습니다. 부디 나의 실수에 대해 관용을 베풀기 바랍니다. 작품, 통과 비자는 제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27세의 독일 남자입니다. 이탈리아 음식점에서 누군가에게 자신의 체험을 이야기해줍니다. 그는 전쟁 시기에 참으로 혹독하게 살았습니다. 그는 독일에서 프랑스로 도주했습니다. 전쟁이 발발하게 되자 프랑스 당국에 의해 체포되어 강제 수용소로 차출됩니다. 주인공은 다시 그곳에서 도망쳐서 수용소에 갇혀 있었던 친구들과 함께 파리로 향합니다. 그렇지만 파리 역시 독일 군에 의해 점령당해 있습니다. 주인공은 독일 사람들의 횡포에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그는 친구 가운데 비네라는 사람을 찾아서 그의 집에 며칠 머물게 됩니다.

 

2. 시인 바이델의 자살: 며칠 후에 주인공은 강제수용소에서 만났던 파울과 조우합니다. 파울은 자신이 히틀러에 대항하는 책을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으로 망명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때 그는 편지 한 통을 건네주면서 바이델이라는 시인에게 전해달라고 주인공에게 부탁합니다. 자신의 신변이 알려져서 체포될지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주인공은 아무 것도 묻지 않고, 편지를 전해주겠노라고 약속합니다. 파울이 가르쳐준 호텔로 가서 시인 바이델을 찾으니, 호텔 주인은 기이한 표정을 지으면서 바이델은 어디론가 떠났다고 얼버무립니다. 무언가 수상해서 자꾸 물어보니, 호텔 주인은 그제야 사실대로 말합니다. 아침에 시인 바이델은 자신의 방에서 독약을 먹고 자살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주인공은 바이델의 트렁크를 그의 가족들에게 전해주겠다고 약속합니다. 바이델의 가족은 분명히 파울과 잘 아는 사이일 테니 그것을 그냥 파울에게 전해주면 되리라고 막연히 생각합니다.

 

3. 바이델이 남긴 트렁크: 주인공은 다음 날 오후에 파울과 만나기로 약속합니다. 그러나 파울은 약소 장소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바이델의 트렁크를 전해줄 수 없게 된 주인공은 그것을 열어봅니다. 트렁크 안에는 원고뭉치 하나가 있었습니다. 대충 읽어보니, 바이델은 자신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기술한 것 같았는데, 아직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트렁크에는 바이델이 자신의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가 있었습니다. 그의 아내는 별거 중이었는데, 독일의 침공 때문에 멕시코로 망명하기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트렁크를 멕시코 대사관으로 보내기로 결심합니다. 그렇게 해야 바이델의 부인이 유품을 수중에 넣게 될 것 같랐습니다. 그러나 멕시코 대사관은 트렁크의 수령을 거부합니다. 주인공은 귀찮지만 베이델의 유품을 소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4. 주인공, 마르세유로 떠나다.: 파리는 이제 독일 군에 의해서 완전히 장악되었습니다. 주인공은 비네의 두 아들과 파리를 떠납니다. 비네의 딸, 이본은 남편으로 하여금 주인공이 필요로 하는 돈과 여권을 조달하게 합니다. 그미는 돈과 여권을 건네주면서 프랑스 남쪽 도시, 마르세유에 살고 있는 그미의 사촌, 조르주를 찾아가라고 말합니다. 주인공은 마르세이유로 떠납니다. 그곳에서 그는 몇몇 독일인들을 사귀게 됩니다. 모두가 그에게 가급적이면 빨리 배를 타고 유럽을 떠나라고 조언합니다.

 

그렇지만 주인공에게는 마르세유를 떠나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항구도시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바이델의 트렁크를 멕시코 영사관에 넘겨주어야 하는 일도 남았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자꾸 자신을 이주 허가를 신청하는 바이델로 착각하곤 합니다. 주인공이 파리에서 급히 마련한 여권에는 자신의 이름이 자이들러였기 때문입니다. 자이델은 바로 그 시점까지 마르세유 체류허가를 얻고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뤼 드라 프로비당스호텔에 머물며, 때로는 조르주 비네의 집에 거주합니다. 바로 이 무렵 나딘느라는 이름의 프랑스 처녀를 알게 됩니다.

 

5. 의사 그리고 마리: 한 달이 지나 주인공의 체류 허가는 끝나, 다시 체류 허가 연장을 신청합니다. 문제는 돈이 거덜 나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나딘느 역시 그와 헤어집니다. 마르세유의 번화가에서 주인공은 다시 파울을 만납니다. 파울은 아직도 미국 비자를 발급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시인 바이델에 관해서 담소를 나눕니다. 주인공은 파울에게 시인의 자살 소식을 전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에 바이델이 다른 나라로 출국할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파울에게 부탁합니다.

 

며칠 후에 주인공은 우연히 하인츠와 만나게 됩니다. 하인츠는 파울과 마찬가지로 강제수용소에서 만난 친구였습니다. 하인츠는 멕시코로 이주할 계획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는 주인공에게 위조된 서류를 선물로 건네줍니다. 그것은 강제수용소 퇴소 증명서였습니다. 비네의 아들이 아프게 되자 주인공은 그를 데리고 근처에 살고 있는 독일인 의사에게 향합니다. 의사 역시 멕시코로 망명하려는 계획을 품고 있었습니다. 주인공의 마음속에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욕구가 솟아났습니다. 항구의 커피숍에서 주인공은 처음으로 마리와 우연히 만납니다. 그렇지만 그는 마리가 바이델의 부인인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마리는 주인공에게 말을 걸었는데, 자신을 다른 사람과 착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마리는 주인공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6. 의사와 마리는 연인 관계를 맺고 있었다.: 어느 날 밤에 주인공은 리스본으로 향하는 배를 바라보게 됩니다. 독일인 의사에게 이 사실을 전해더니, 의사는 반색을 하면서, 주인공을 식사에 초대합니다. 주인공은 식당에서 다시 비밀스러운 여인, 마리를 만납니다. 놀랍게도 그 의사는 마리와 연인 관계를 맺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제야 주인공은 그미의 이름이 마리이며, 여권 없이 프랑스를 떠나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주인공은 마리에게 감정적으로 이끌린다는 것을 느끼고, 누구를 찾아다니는가? 하고 묻습니다. 이때 그미는 자신의 남편 바이델을 찾고 있다고 전해줍니다. 자신의 남편은 멕시코 행 비자를 얻었다는 말을 첨부합니다. 주인공은 그미의 이러한 말에 놀라면서도 바이델의 자살 소식을 차마 전하지 못합니다. 이때부터 그는 마리를 돌보아주기로 결심합니다.

 

7. 마리의 고백: 주인공은 멕시코 영사관을 찾아가서 마리의 여행 허가를 신청합니다. 이때 마리가 자신의 아내이며, 함께 프랑스를 떠나려고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마리에게는 이 모든 것을 비밀로 합니다. 영사관에서 주인공은 하인츠를 다시 만납니다. 하인츠는 주인공을 위하여 선박의 승선권 한 장을 마련해주겠노라고 약속합니다. 그러나 주인공은 마리에게 죄를 짓고 있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주인공은 마리와 매일 만나게 됩니다.

 

주인공은 어째서 마리가 자신을 찾아오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자신에게 호감이 있어서인지, 아니면 비자 때문인지 분간이 가지 않습니다. 어느 날 마리는 자신이 어떻게 바이델을 사귀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를 떠나 의사와 도주하게 되었는지를 주인공에게 들려줍니다. 바이델은 작품 활동 때문에 마리를 등한시하였으므로, 외로움 속에서 일시적으로 의사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을 후회하고 있으며, 바이델을 만나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고 했습니다. 주인공은 마리의 눈물을 바라보면서 묘한 감정에 사로잡힙니다. 이러한 감정이 연민인지 사랑인지 처음에는 갈피를 잡지 못합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