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동독문학

서로박: 제거스의 '통과 비자' (2)

필자 (匹子) 2022. 5. 10. 21:29

(앞에서 계속됩니다.)

 

8. 주인공, 의사를 연적으로 간주하게 되다.: 주인공은 의사가 가급적이면 마르세유를 떠나도록 그를 도와줍니다. 그렇게 해야 마리를 그로부터 지킬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선박의 승선권은 어느 장교에 의해 몰수되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의사는 떠날 수 없게 됩니다. 의사는 주인공을 만나, 자신이 마리와 새살림을 차릴 계획을 품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때 주인공은 의사가 출국하지 않은 데 대해 분개하면서, 그와 마리가 서로 만나지 못하게 조처합니다.

 

주인공은 드디어 미국으로 향하는 경유 허가를 받게 됩니다. 그렇지만 에스파냐를 경유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바이델은 1930년대 말에 에스파냐 내전 당시에 발생한 대량학살에 관한 기사를 신문에 발표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주인공은 이러한 결정에 대해 그다지 실망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그는 마르세유를 떠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9. 마리의 애틋한 사랑은 죽은 바이델에게 향하고 있다.: 이때부터 주인공은 마리를 자주 만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마리는 자신을 도와달라고 주인공에게 부탁합니다. 남편 바이델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미는 멕시코 영사관 직원으로부터 바이델이 마르세유에 머물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던 것입니다. 주인공은 끝내 바이델이 죽었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이 바이델 행세를 하고 다닌다는 사실을 실토하지 않습니다. 마리는 더 이상 남편을 찾지 말라는 주인공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주인공은 에스파냐를 통과할 수 있는 허가증을 받게 해주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는 마리와 함께 출국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계획에 관해 발설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주와 망명에는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10. 안타까운 깨달음, 마리의 운명은 끝내 주인공을 비켜서고 있다.: 의사는 나름대로 마리와 함께 미국으로 떠날 준비를 착수하고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미국행 혹은 멕시코 행 선박의 승선권 두 장을 마련하지 못한 데 대해 조바심을 느끼게 됩니다. 주인공은 우연한 기회에 나이 많은 지인을 만나게 됩니다. 그는 주인공에게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만일 바이델의 은행 구좌에 있는 돈을 자신에게 보내면, 자신의 승선권을 넘기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주인공은 반신반의하는 심정으로 이에 동의합니다. 출국을 준비하면서 그는 출국을 준비하면서, 어떻게 해서든 마리와 함께 다른 나라로 떠날 것을 결심합니다. 주인공은 모든 비밀을 마리에게 털어놓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마리는 자신의 남편이 영사관에 찾아왔다는 말을 듣고 남편과 함께 배에 승선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죽은 자에 대한 질투심 때문인지는 몰라도 자신이 바이델 행세를 했다고 털어놓지 못합니다. “도저히 죽은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는 바이델과 관련된 비밀을 영원히 간직해야 했다. 왜냐하면 바이델은 자신보다도 더 막강하게 마리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던 것이다.” 주인공은 어렵사리 구한 선박의 승선권을 마리에게 건네줍니다. 마리가 떠나게 되면 자신은 프랑스에 그냥 남겠노라고 다짐합니다. 주인공은 시골로 향하여 어떤 허드렛일을 하면서 살기로 마음먹습니다. 마리의 운명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는 비네의 집에 거주하면서, 레지스탕스 운동에 가담하려고 계획합니다. 나중에 주인공은 비보를 접합니다. 마리와 의사가 함께 타고 가던 배가 바다 아래로 가라앉고 말았다는 게 그것이었습니다.

 

11. 과도기적 장소 내지 임시적 공간으로서의 현실: 제거스의 작품은 브레히트의 『난민의 대화Flüchtlingsgesprächen』(1941/ 1944) 그리고 클라우스 만의 『화산Der Vulkan』과 마찬가지로 어쩔 수 없이 나라를 떠나야 하는 망명자의 내적 갈등 그리고 어려운 삶에 관한 많은 사항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난민은 비단 장소의 차원에서 이곳으로부터 저곳으로 지나치는 존재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는 작품의 가치를 시간적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폭력과 살인이 자행되는 이곳은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과도기적 장소 내지 임시적 공간에 불과합니다.

 

그렇지만 저쪽의 세상이 더 나은 곳이라고 미리 장담할 수도 없습니다. 바로 이 점에 있어서 작품에 반영되고 있는 바로크식 세계관은 어떠한 구원도 그리고 어떠한 좌절도 드러내고 있지 않습니다. 작품 『통과 비자』는 독자에게 어떤 시대적 증언을 들려주기에 충분합니다. 작가 제거스는 어떠한 감상과 슬픔을 드러내지 않고, 냉정하고도 객관적으로 모든 사항을 간결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은 마치 짤막한 영화 장면처럼 정교한 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그리고 작가의 발언이 은폐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제거스의 문학적 특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Film Trailer (1분 46초)

https://www.youtube.com/watch?v=IoRUYZUXkzU

Transit - Filmvorstellung (7분 23초)

https://www.youtube.com/watch?v=nevrcIXlw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