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동독문학

토마스 브라쉬의 결투 (2)

필자 (匹子) 2021. 11. 21. 10:27

마르시아스는 그들을 밀치면서 몸을 돌렸다. 그의 얼굴은 증오심으로 인해 너무나 일그러졌으므로, 피부에는 붉은 반점이 형성되고 있었다.

한 마디만 더 지껄이면, 마구 내리쳐서 아가리의 악취 나는 이빨을 모조리 박살내고 말 거야.

참말로 농사꾼이로구먼, 하고 그들은 말하며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이런 끔찍한 똥구멍들을 나에게 들이대는 모습 좀 보게, 하고 마르시아스는 외쳤다. 자넨, 그래 이런 여신들이 모든 걸 결정하기를 진심으로 원하는가?

하기야 자네 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야, 하고 아폴론이 말했다. 그들이 아니라면 누가 그 일을 맡아야 한단 말인가?

 

우리는 이제 하나의 결론이 도달했어요. 마르시아스는 플루트 연주를 아직 마스터하지 못했어요. 만약 그가 양떼와 함께 있으면, 어쩌면 멋지게 연주할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자신의 예술을 전문가에게 보여서 판결을 요구하거나, 예술적 함량을 물어야 할 경우 그는 제대로 연주하지 못한다는 사실만 드러내는군요. 그가 산을 올라올 때부터 이미 모든 걸 알아차렸어요.

 

마르시아스, 이들을 반박할 정도의 멋진 연주를 들려주게, 하고 아폴론이 말했다.

연주하고 싶지 않아.

그렇지만 자넨 망각한 자를 꺾으리라고 이미 소문을 퍼뜨렸잖아. 이제 자네에게 기회가 주어졌어, 하고 아폴론이 말했다.

 

이제 흥미를 잃었어.

그럼 무엇을 원하는가, 하고 아폴론이 물었다.

아무 것도 원하는 게 없어.

마르시아스는 허리에서 플루트를 꺼내서, 아폴론의 발 아래로 던졌다. 그리고는 등을 돌려서 비탈길로 향한 들판을 지나쳤다.

 

바로 이 순간 그들은 아폴론의 눈에 눈물이 흐르는 것을 바라보았다. 아폴론은 손을 치켜들어 눈을 비비고 있었다. 그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를 데리고 와, 아폴론은 신음하는 듯 말했다. 그를 데리고 와.

 

그들이 길을 가로 막았을 때, 마르시아스는 산 아래로 내려갈 참이었다.

돌아오세요, 그가 울고 있어요, 하고 그들은 말했다.

너희들이 차례로 내 똥구멍을 핥으면, 올라가지, 하고 마르시아스는 말했다. 그렇게 말한 뒤 그는 바지를 내렸다.

 

여신들은 머뭇거리다가, 내키지 않은 듯 차례로 혀를 날름거리면서 그의 똥구멍의 따끔거리는 피부를 핥았다. 그 다음에 그들은 마르시아스와 함께 산정의 들판으로 다시 올라갔다. 아폴론은 얼굴을 풀에 파묻은 채 땅바닥에 누워 있었다. 목자는 그에게 다가가서, 있는 힘을 다해 그의 몸통을 굴렸다.

 

이런 흐느끼고 있군, 하고 그는 외쳤다.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했지? 마르시아스가 가축 한 마리보다도 더 어리석다고 생각한 게 틀림없어. 한 마디 한 마디 말하면서 그는 아폴론을 강하게 가장자리로 굴렸다. 그는 눈물 흘리는 남신 (男神) 주위에서 춤을 추었다. 때로는 아폴론의 다리를 차례로 밟으며 껑충껑충 뛰었다. 팔을 힘껏 벌리며, 춤을 덩실덩실 추었다. 그의 외침은 도약할 때마다 더 크게 울려 퍼졌다. 결국 마르시아스는 기력이 소진하여 춤을 멈추고 풀 아래로 쓰러졌다. 그의 두 손은 축축한 바닥 속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아폴론이 그에게 기어갔다.

 

연주해봐, 하고 그는 콜록거리며 말했다. 그리고는 손가락 사이로 플루트를 건네주었다.

제발 나를 내버려 둬, 하고 마르시아스가 말했다.

이유를 말해봐.

무슨 이유?

연주하지 않으면, 그들은 너를 죽일 거야, 하고 아폴론이 말했다.

마르시아스는 나무토막을 입에 넣고, 그의 이빨이 부셔질 정도로 힘껏 씹었다.

그렇게 하려고 이곳에 왔니, 하고 아폴론은 물었다.

 

마르시아스는 아무 대답 없이 멍하니 풀을 바라보았다. 아폴론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판결, 판결하라, 하고 그는 외쳤다. 누가 승리자인가?

당신이 승리자에요, 아폴론. 뮤즈 여신들은 합창으로 대답했다.

패배자를 처벌하라, 하고 아폴론은 신속하게 외쳤다.

 

그들은 옷에서 칼을 꺼내 누워 있는 마르시아스에게 달려들었다. 두 여신은 그의 팔을 잡고, 두 여신은 그의 다리를 잡았다. 두 여신은 그의 옷을 찢었다. 그가 벌거벗은 채 그들 앞에 누워 있었을 때, 그들은 마르시아스를 바로 눕혔다. 마르시아스는 그들을 노려보았다.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그는 이빨 하나를 뱉았다.

 

뭘 그리 꾸물대는가? 하고 아폴론이 말했다. 그가 원하는 대로 해라.

그들은 칼을 들고, 손마디 그리고 목 등에 칼집을 냈다. 그리고는 몸에 있는 모든 껍질을 벗겼다. 마르시아스는 꿈쩍도 않고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얼굴과 손만이 껍질을 덮고 있었다. 그는 마치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장갑을 착용한 것처럼 보였다. 동맥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이때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은 피로 얼룩진 그의 신경조직을 마구 꿈틀거리게 했다. 뮤즈 여신들은 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제야 비로소 마르시아스는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들은 한편으로는 비록 그의 입이 벌려져 있어도 고함이 멈추리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 그의 음은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높은 곳으로 올라갈 것처럼 그렇게 생각되었다.

 

이제 그는 플루트를 불지 못하리라고 여겨지는군, 하고 아폴론이 말했다.

마르시아스는 팔을 위로 허우적거렸다. 그들은 그가 일어서려고 그렇게 행동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아폴론은 그를 일으켰다. 고함을 지르는 자는 들판을 지나 절벽으로 다가갔다. 있는 힘을 대해서 계곡으로 향해 고함을 질렀다. 그의 피는 몸에서 줄줄 흘러나왔다. 피가 멈추지 않았다.

아폴론은 그에게 다가가서 그의 플루트를 건넸다. 마르시아스는 그것을 팽개치고 쓰러졌다. 그들은 그가 죽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갑자기 그는 머리를 치켜들고 입을 움직였다.

무얼 말하려 하는가, 하고 아폴론이 물었다.

그들은 마르시아스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다시 외치기 시작했다. 다시 고함을 멈추었다. 그의 입은 열려 있었다. 두 눈은 그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죽었어요, 하고 그들은 말했다.

껍질을 수거해라. 우리는 그것을 원래대로 붙일 것이다. 그 다음에 물이 마르시아스를 스쳐 지나가게 할 거야. 그 강은 마르시아스라고 불리울 거야. 너희들은 세상에 알려야 해. 그가 시합에서 져서 벌칙으로 그의 껍질이 벗겨졌다고 말이야.

명령대로 따르겠어요, 하고 그들은 말했다. 그들은 마르시아스의 껍질이 있던 곳에 물주머니를 설치했다.

신의 아들이 자리를 뜨려고 했을 때 그들은 외쳤다. 기다리세요, 아폴론. 함께 가요.

아폴론은 등을 돌리지 않았다. 그는 걸음을 재촉했다.

기다리세요, 하고 그들은 다시 외쳤다.

아폴론은 멈춰 서서 그들에게 몸을 향했다.

그런 식으로 날 괴롭히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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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은 토마스 브라쉬의 "결투" 전문을 한국어로 번역한 것입니다. 출전: Thomas Brasch: "아버지들보다 먼저 아들들이 죽는다 Vor den Vaetern sterben die Soehne", Rotbuch: Berlin 1990, 21 -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