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동독문학

토마스 브라쉬의 '결투' (1)

필자 (匹子) 2021. 11. 20. 09:39

토마스 브라쉬: 결투

 

마르시아스는 힘들게 터벅터벅 산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던 뮤즈들은 아폴론이 분명히 싸움에서 승리하리라고 느꼈다. 그의 걸음은 시작하기도 전에 패배하는 어느 남자의 그것과 같았으니까. 산의 중턱에 도달했을 때, 마르시아스는 마침 낮잠이라도 자려는 심사로 수풀 위로 덩실 몸을 던졌다.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몸을 뒹굴더니, 다시 벌떡 일어나, 정상으로 향해 다시 서서히 올라갔다. 고원 지역의 마지막 암벽에 당도하였다. 이때 그들은 광채 없는 그의 눈과 허리에 달린 목자의 플루트를 바라보았다. 이때 그들은 확신했다. 이 남자가 바로 기다리던 바로 그 예술가라고. 그들은 서로 속삭이고 있었다. 마르시아스는 결투장으로 단장된 들판에 서서히 발을 내디뎠다. 이때에도 그들은 가장자리에 숨어서 떠나지 않고 있었다.

 

마르시아스가 등장했을 때, 아폴론은 나무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대가 마르시아스인가, 하고 아폴론은 말했다.

목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대가 나에게 결투를 제안했다지? 이게 내 무기야.

아폴론은 자신의 현금 (絃琴)을 꺼내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여기 위에는 따뜻하군, 하고 마르시아스가 말했다. 그의 흉터난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들은 은신 장소에서도 분명히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듣자하니, 자네가 양떼를 몰 때 매일 플루트를 연주한다지?

그건 양떼들은 내 소유가 아니야, 하고 마르시아스가 답했다.

 

그렇지만 자넨 매일 연주하잖아?

매일 아침에, 하고 마르시아스가 대답했다.

연주하면서 지루함을 떨친다지?

그럴지도 몰라.

 

소문에 의하면 어느 누구도 자네보다 더 플루트를 연주하는 자가 없다고 하던데. 누가 너의 연주를 엿들었지?

양떼들이야.

오늘은 뮤즈 여신들이 자네의 음악을 들어야 할 거야, 아폴론은 미리 약조한 듯이 작은 숲 뒤로 신호를 보냈다.

 

그들은 관목에서 모습을 드러내었고, 아폴론과 마르시아스 주위로 반원을 그리면서, 빙 둘러 앉았다. 뒤이어 팔을 치켜들면서 외쳤다.

시합은 악기를 서로 비교하는 것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아폴론, 당신의 악기를 연주해보세요.

 

아폴론은 풀 위에 앉아서 무릎 위로 자신의 현금 (絃琴)을 올려놓았다. 그는 줄을 튕기며, 잠깐 악기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일순간 멈춰서 악기를 머리 위로 올려서 그것을 뒤집더니, 다시 연주를 시작했다.

난 악기의 반대편으로 연주할 수 있어, 하고 아폴론이 말했다.

마르시아스, 당신은 악기를 돌려서 연주할 수 있나요, 하고 그들은 물었다.

아니요.

 

첫 번째 내기에서 아폴론이 유리한 점수를 얻었습니다. 그들은 두 예술가의 주위에 원을 그리며 앉았다.

두 번째 내기는 목적과 수단입니다.

아폴론은 한쪽 다리를 뻗은 채 머리를 움츠렸다. 뒤이어 높은 음으로 노래를 불렀다.

 

나는 아르레우스 가의 아들들에 관해 / 카드모스에 관해 노래 부르려 하네 / 그렇지만 나의 현 (絃)들은 오로지 / 사랑을 노래하길 원하지 / 현들은 오로지 사랑을 노래하네 / 그래서 나는 현을 바꿔 / 헤라클레스를 노래하려고 하네 / 그의 삶과 수많은 싸움에 관해서 / 나의 현들이 튀어나오기 전에 / 안녕 너희 영웅들이여.

 

마르시아스가 웃기 시작했다. 그는 배를 거머쥔 채 바닥에 엎드렸다. 그의 몸이 꿈틀거렸다. 그렇지만 새로운 현 또한 사랑만을 노래할 거야. 마르시아스는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신음소리를 냈다.

그러다가 벌떡 일어나 말했다.

계속 해 봐. 다른 내기로 넘어가.

 

이번의 내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하고 그들이 말했다. 자네는 자네 악기를 연주하면서 하나의 텍스트를 노래할 수 있니, 아니면 자넨 그저 플루트 소리만 낼 뿐이지? 그러니 어찌 청중들에게 하나의 내용을 전달할 수 있겠니?

플루트는 그저 플루트일 뿐이야.

두 번째 내기에서 아폴론이 유리한 점수를 얻었습니다. 세 번째 내기는 악기 연주입니다.

 

아폴론은 거의 한 시간 연주했다. 마르시아스는 우두커니 서서 잠이 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뜬 눈으로 아폴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마르시아스의 눈은 마치 죽은 것 같았다.

아폴론이 현금을 풀 위로 내려놓았을 때, 마르시아스는 대꾸했다. 연주하지 않겠어.

잠깐 쉬었다가 계속 할래, 하고 아폴론이 물었다.

 

상관없어.

상관없다니요, 그게 무슨 말이지요, 하고 그들이 말했다. 당신은 아폴론과 내기하기 위해서 이리로 오시지 않았나요. 우리가 당신에게서 말만 듣는다면, 두 명의 예술가 가운데 누가 더 훌륭한 분인지 도대체 어떻게 가려낼 수 있겠어요?

여신들을 물리쳐주게.

그들은 우리의 능력을 판결할 사람들이야, 하고 아폴론이 말했다.

 

맙소사, 여신들은 이곳으로 왔던 길로 그냥 되돌아가면 되지. 할 일 없으면, 그들의 말라빠진 젖꼭지를 차가운 물에 담그라고 명령해 봐.

이따위 작자가 예술가라니, 하고 그들은 외쳤다. 마치 짐승 우리에서 들리는 천박한 언사이로구먼. 아폴론, 이자는 당신의 적수가 되기에는 너무 품위가 없어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