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20후독문헌 60

서로박: 욘존의 기념일들 (3)

1957년 야콥과 게지네 사이에서 딸 마리가 태어난다. 게지네는 1961년 뉴욕으로 이주하여 독일 은행에서 근무한다. 그곳에서 다시 미국 은행으로 근무지를 옮긴다. 게지네는 미국 땅이 몹시 낯설다. 그미에 비하면 딸 마리는 미국을 고향처럼 생각하며 성장한다. 뉴욕에서 게지네는 자연과학자인 디트리히 에릭슨을 알게 된다. 디트리히는 나중에 군사 물품 회사에 근무한다. 두 사람은 오래 전에, 즉 1953년에 서베를린 근처에서 잠시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고향이 같다는 이유로 상대방에 대해서 친근감을 느낀다. 뉴욕에서 다시 만난 두 남녀는 서로에게 호감을 품는다. 디트리히가 그미에게 청혼하자, 게지네는 쉽사리 혼인의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게지네의 현재 상황은 은행 업무, 딸과의 대화, 과거의 행적, 실제 일어..

44 20후독문헌 2018.07.10

서로박: 욘존의 기념일들 (2)

게지네는 자신의 부모에 관해서 언급한다. 어머니 리스베트는 1920년대에 자신의 집에 총기가 은닉되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이를 당국에 고발한다. 그미의 아버지는 혼란스러운 시대에 적을 막으려면, 총기를 지녀야 하고, 이를 당국에 알려서는 안 된다고 딸을 설득했지만, 리스베트는 막무가내였다. 리스베트는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 때문에 거짓말을 할 수 없다.”고 대꾸하며, 가족들을 위험에 빠뜨리게 한다. 이로 인하여 파펜브로크 일가는 고향에서 살아갈 수 없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1922년 메클렌부르크의 예리호 Jerichow로 이주한다. 예리호는 게지네의 아버지 하인리히 크레스팔의 고향이었다. 하인리히 크레스팔은 사회주의적 지조를 지닌 젊은이로서 사민당 (SPD) 당원이다. 제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사민당 ..

44 20후독문헌 2018.07.10

서로박: 욘존의 기념일들 (1)

우베 욘존 (1934 - 1984)의 "기념일들. 게지네 크레스팔의 삶으로부터 (Jahrestage aus dem Leben der Gesine Cresspahl)"은 1983년에 총 4권으로 간행되었다. 제 1권과 제 2권은 1967/ 68년에 씌어졌으며, 제 3권은 1968년에 탈고되었다. 작품은 많은 비평가로부터 대대적인 찬사를 받았다. 욘존의 대표작이나 다름이 없는 이 작품의 이야기는 욘존이 남긴 다른 장편 소설 "야콥에 관한 추측" 그리고 "아킴에 관한 세 번째 책" 내용의 속편이다. 욘존은 구 동독에서 독문학을 전공했는데, 그의 은사는 한스 마이어였다. 1959년 그는 서독에서 소설 "야콥에 관한 추측"을 간행하게 했는데, 작품은 즉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주인공 야콥은 철도운전사로서 여러..

44 20후독문헌 2018.07.10

서로박: 아이히의 두더지들

귄터 아이히의 텍스트, "두더지들 (Maulwürfe)"은 1968년에서 1972년 사이에 씌어졌다. 그것은 총 140개의 짧은 산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산문시도 아니고, 꽁트도 아니다. 어쩌면 ?두더지들?은 종래의 문학적 장르로 규정될 수 없는 실험적 텍스트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짤막하고, 여러 가지 내용을 유추하게 해주는 언어 스케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텍스트들은 통상적인 의미 구조를 벗어나고, 서로 다른 의미 내용을 서로 어색하게 접합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아이히의 텍스트를 “시적 무정부주의”라고 명명한 바 있다. 아이히의 텍스트들은 여러 곳에서 개별적으로 발표되었다. 1972년 ?두더지 모음집?으로 간행되었다. 두더지는 땅 속으로 굴을 파는 포유동물이다. 대부분 작음 ..

44 20후독문헌 2018.07.08

서로박: 그라프의 '우리는 갇힌 자들이다'

친애하는 O, 오늘은 뮌헨 출신의 소설가, 오스카 마리아 그라프 (1894 - 1967)의 소설 『우리는 갇힌 자들이다 (Wir sind Gefangene)』라는 자전 소설에 관해 말씀드릴까 합니다. 20년대 초 뮌헨에서 몇몇 혁명가들은 혁명적 거사를 일으켰습니다. 도시 내의 모든 경찰과 군인들은 무력으로 장악되고, 도시 곳곳에 바리케이드가 설치되었습니다. 도시는 며칠 동안 무정부적인 상태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뮌헨의 혁명은 실패로 돌아갑니다. 여기에 참석한 혁명가들은 대다수 목숨을 잃었으며, 극소수만이 어디론가 탈출하여 살아남았지요. 이들 가운데 그라프가 있었습니다. 그라프는 빵 제조기술을 배우다가, 그만 둔 다음에 보헤미안처럼 이리저리 방랑하며 지냈습니다. 그는 1919년에 『아멘 그리고 시작』이라는..

44 20후독문헌 2018.05.07

서로박: 아이히의 꿈들 (2)

다섯 번째 꿈: 뉴욕에 사는 가정주부, 루시는 어머니를 만나서 대화를 나눕니다. 오래간만에 만난 어머니가 매우 반갑게 여겨집니다. 대화 도중에 그들은 어떤 기이한 소리를 듣습니다. 그것은 어떤 곤충들이 무언가를 갉아먹는 소리였습니다. 곤충은 다름 아니라 흰개미들이었습니다. 흰개미들은 사람이든 집이든 닥치지 않고 갉아먹습니다. 뉴욕의 대부분 건물은 흰개미의 공격으로 인하여 서서히 내려 앉게 된 것입니다. 흰개미는 건물만 갉아먹는 게 아닙니다. 인간의 체내에 들어가서 모든 것을 파먹는 무시무시한 괴물들입니다. 극이 진행되는 동안에 루시뿐 아니라, 루시의 어머니 그리고 그미의 남편 역시 흰개미의 희생물이 됩니다. 뇌우가 울려 퍼질 때 집, 도시 그리고 전 지상이 폭삭 내려앉게 됩니다. 그렇다면 흰개미가 상징하..

44 20후독문헌 2018.04.06

서로박: 아이히의 꿈들 (1)

귄터 아이히 (Günter Eich, 1907 - 1972)의 방송극 「꿈들」은 1951년에 씌어져서 함부르크 북서 방송국에서 처음으로 방송되었습니다. 당시에 그는 신문과 TV를 통해서 한국동란 그리고 비키니 섬의 원폭 투하의 소식을 접한 것 같습니다. 아이히는 방송극 장르의 개척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그의 방송극 가운데에서 이 작품은 아이히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입니다. G. 프라거 (G. Prager)의 말에 의하면 이 작품의 방송은 방송극의 “출생 시간”이라고 일컫게 되었습니다. 아이히의 이 방송극은 가장 실험적인 방송 문학에 해당합니다. 작가들은 청각적 그리고 언어적 전위주의를 포기하지만, 전통적인 극적 구성으로부터 결별을 선언합니다. 다섯 개의 꿈들은 제각기 독자적인 것들로 이루어져 ..

44 20후독문헌 2018.04.06

서로박: 뒤렌마트의 재판관과 그의 형리

친애하는 Y, 오늘도 연극 공연을 준비하느라고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지요? 그래도 수업에 빠지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는 게 학생의 본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기 뿐 아니라, 외국어 공부 그리고 문학 수업 등에서 충실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는 오늘 일부러 스위스의 극작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Friedrich Dürrenmatt, 1921 - 1990)의 탐정 소설, 『재판관과 그의 형리 (Der Richter und sein Henker)』를 선택해 보았습니다. 이 작품은 1952년에 발표되었습니다. 1950년 뒤렌마트는 불과 서른이 채 되지 못한 젊은이였습니다. 작가 초년생이었지요. 이때 그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여러 편의 탐정 소설을 집필하였습니다. 작가 스스로도 탐정 소설 집필을 하나의 습작 ..

44 20후독문헌 2017.12.29

서로박: 쾨펜의 삼부작 소설들

친애하는 H, 오늘은 당신을 위해서 현대 소설 삼부작을 다루어보기로 하겠습니다. 볼프강 쾨펜 (Wolfgang Koeppen, 1906 - 1995)의 “잔디 속의 비둘기”, “로마에서의 죽음” 그리고 “온실”이 바로 세 편의 소설입니다. 볼프강 쾨펜은 1906년에 사생아로 태어났습니다. 어머니는 마리 쾨펜이라는 여자였는데, 1906년 그라이프스발트에서 아들을 잉태하여, 혼자 그를 키웠습니다. 쾨펜의 아버지는 공부를 많이 한 안과 의사였으나, 마리 쾨펜과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았습니다. 쾨펜의 아버지는 기인이며 몽상가로서, 결혼 생활 자체를 저주했습니다. 임신 소식을 접했을 때 그는 “단 한번 살을 섞었다는 이유로 결혼식을 올려야하는 것은 그 자체 굴욕”이라고 선언했다고 합니다. 볼프강 쾨펜은 아버지를..

44 20후독문헌 2017.07.22

서로박: 프리쉬의 안도라

막스 프리쉬 (1911 - 1991)의 극작품 「안도라 Andorra」는 1946년 자신의 일기에서 맨 처음으로 산문 작품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작가는 다섯 번이나 수정한 뒤 1961년에 비로소 작품을 완성하였고, 1961년 11월 2일에 취리히에서 처음으로 상연되었습니다. 작품의 주제는 한마디로 (마치 미국의 작가, 밀라드 램플 (M. Lampell, 1919 -?)이 극작품 "장벽"에서 다룬 바 있는) 반유대주의에 관한 것입니다. 램플이 바르샤바 게토에서 불안한 나날을 보냈던 유대인들의 비극적 운명을 제한적으로 기록한 반면에, 막스 프리쉬는 어떤 특정한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동시대인들에게 유태인 문제를 직접적으로 전하려고 합니다. 사회적 편견의 문제는 어떤 정치적 상황에서 비롯하는 것입니다. “하얀” 안..

44 20후독문헌 2017.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