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20후독문헌 63

서로박: 쥐스킨트의 '향수' (2)

(9) 향기를 위하여 연쇄 살인을 저지르다.: 마침내 주인공은 그라스로 향하게 됩니다. 그 지역에서 아눌피 여사와 하인들는 그들의 독특한 향수 제조하고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이들에게서 독특한 향수 제조법을 배웁니다. 어느 날 산책하다가 장 밥티스트는 놀라운 냄새를 맡게 됩니다. 그것은 로르라는 소녀가 풍기는 냄새였습니다. 주인공은 이 냄새를 어떻게 해서든 소유하고 싶어 합니다. 로르가 여인으로 성장하자, 장 밥티스트는 그미의 향기에 얼을 빼앗깁니다. 로르는 향수 제작을 위한 최상의 정수를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은 그라스에서 살고 있는 25명의 가장 아름답고도 고귀한 여자들을 차례로 살해한 것입니다. 이는 오로지 여자들의 몸에서 제각기 달리 풍겨 나오는 암내들을 밀폐된 병 속에 오래 보존하기..

44 20후독문헌 2020.08.17

서로박: 쥐스킨트의 '향수' (1)

(1) 냄새는 강렬하나, 순식간에 사라진다.: 친애하는 S, 인간이 지닌 오관의 능력 가운데 가장 낙후된 것은 후각입니다. 인간은 개보다 소보다 냄새를 잘 맡지 못합니다. 어쩌면 인간은 지적 능력을 개발한 반면에, 후각의 능력을 서서히 상실해 왔는지 모릅니다. 후각이야 말로 생물들의 본능과 직결되는 것이지요. 인간의 성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후각이라고 합니다. 남자들은 여자들의 S라인에 황홀해 합니다. 그만큼 남자들의 성감대는 시각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하면 여성들은 남자의 멋진 몸매에 그다지 탄복하지 않습니다. 여성을 자극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향기이지요. 그래서 『수호지』에서 바람둥이 서문경은 요조숙녀들을 마음대로 유혹하여 농락하기 위해서 바지 주머니에 온갖 방향제를 차고 다니지 않습니까?..

44 20후독문헌 2020.08.15

서로박: 그라스의 '양철북'

친애하는 F, 귄터 그라스의 『양철 북』은 1959년에 발표되었습니다. 당시까지 그라스는 시, 극작품, 조각 작품 등을 창조했는데, 이 작품을 통해서 소설가로 변신했습니다. 『양철 북』은 전후 문학에서 커다란 획을 그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작품은 “외설스럽다.”, “허무주의적이다.” 그리고 “신을 모독하고 있다.” 등의 비난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비난은 이후에서 그라스 문학의 세 가지 특징으로 부각됩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라스는 거의 병적일 정도로 성을 기괴하게 묘사하고, 인류 발전에 관한 어떠한 이상도 용인하지 않으며, 나아가 신앙 자체를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귄터 그라스 친애하는 F, 『양철 북』의 주인공은 주지하다시피 오스카 마체라트입니다. 그는 소설적 화자로서 어느 병실..

44 20후독문헌 2020.08.04

서로박: 뒤렌마트의 '노부인의 방문'

인간의 심리란 참으로 얄궂습니다. 예컨대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라는 속담을 생각해 보세요. 이것은 하나의 심리적 투사로서, 모든 화풀이가 여기에 속합니다. 인간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스스로 다치지 않으려는 방어기제가 마음속에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재미있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만약 심리적 피해자는 -억울하게 당했든 그렇지 않든 간에- 심리적 투사라는 방어기제 등을 통해서 자신의 감정을 승화시키지 않게 되면, 그는 자신에게 심리적 상처를 입힌 자에게 반드시 나중에 복수하고 만다는 사실입니다. 가령 「코끼리와 재단사 Der Elefant und der Schneider」의 동화를 생각해 보세요. 코끼리도 그럴진대 하물며 인간의 복수심은 오죽하겠습니까? 복수심은 앙심으로..

44 20후독문헌 2019.10.11

서로박: 슐링크의 책 읽어주는 남자 (3)

제 3부: 판결이 내려진 그해 겨울 미하엘은 다른 친구들과 함께 스키 캠프에 초대받습니다. 추위에 둔감한 그는 셔츠 바람으로 돌아다닙니다. 이때 주인공은 감기에 걸리게 되고, 열병을 앓습니다. 친구들은 왜 추위를 타지 않는가? 하고 그에게 묻습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어떤 마비 증세가 온몸을 장악하여 나를 놓아주지 않아.” 이제 대학을 마친 주인공은 사법관 시보로 일합니다. 1968년 학생 운동이 발발하자, 그는 소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주인공은 이렇듯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며 국가 사회주의에 대한 다른 학생들의 비판적 입장으로부터 거리감을 취합니다. 미하엘은 법관 준비생으로서 서서히 경력을 쌓아갑니다. 왕년에 함께 공부했으며, 스키 여행에 참가하기도 했던 게르트루트와 사귑니다. 그미가 임신..

44 20후독문헌 2019.06.03

서로박: 슐링크의 책 읽어주는 남자 (2)

제 2부: 시간이 흘러 미하엘은 대학에서 법학 대학생입니다. 그는 한나에 대한 기억을 지우려 하며, 가급적이면 둔감하게 살려고 애를 씁니다. 어느 날 대학 4학년으로서 교수님과 함께 현장실습을 떠나야 했습니다. 현장실습은 공개 법정을 참관하는 일이었습니다. 미하엘은 공개 법정에서 놀랍게도 잊을 수 없는 여인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미는 다름 아니라 한나 슈미츠였는데, 피고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미는 어느 강제 수용소에서 죄를 지었는데, 사람들은 그미의 죄를 심문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재판 과정을 통하여 그미의 과거 행적이 백일하에 드러나게 됩니다. 한나 슈미츠는 1943년 가을에서 1944년 초까지 아우슈비츠에서, 1944년에서 45년에 이르는 겨울 크라카우에서 여자 간수로 일했습니다. 당시에 지멘스 회..

44 20후독문헌 2019.06.03

서로박: 슐링크의 책 읽어주는 남자 (1)

최근에 영화 “더 리더 The Reader”가 개봉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책에 관해 언급하려고 합니다. 베른하르트 슐링크 Bernhard Schlink는 1944년 빌레펠트에서 태어나 하이델베르크 그리고 베를린 등지에서 법학을 공부하였습니다. 그는 1981년 헌법에 관한 교수 자격논문을 쓴 뒤, 본 대학교수로서 헌법학 그리고 행정법 등을 가르쳤습니다. 슐링크는 어린 시절부터 작가, 혹은 사회학자가 되려고 했습니다. 아버지처럼 신학자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어느 인터뷰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토로하였습니다. 즉 어릴 때부터 문장 쓰기에 대해 애착을 지녔지만, 순수 전업 작가보다는 법학 교수의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말입니다. “문장에 대한 애착”은 결국 “이야기에 대한 애착”으로 변모했..

44 20후독문헌 2019.06.03

서로박: 하인리히 뵐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친애하는 S, 오늘은 하인리히 뵐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를 다루어보기로 합니다. 이 작품은 당신의 졸업논문 테마이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뵐의 이 작품은 1953년에 발표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뵐의 첫 번째 성공작으로서 두 명의 숨은 영혼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숨은 영혼이라는 말은 약간의 설명을 요합니다. 두 명의 주인공은 고해의 바다 속에서 고통스럽게 헤엄치는 사람들로서, 내면적으로 독실한 교인들입니다. 이들의 모습은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의 상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합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로마가톨릭교회를 저주하고 있습니다.  작품은 독일의 전후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전쟁이 끝났을 때 쾰른의 건물들은 전쟁으로 인하여 거의 모두 폭파되었으며, 대..

44 20후독문헌 2019.01.19

서로박: 뒤렌마트의 미시시피씨의 결혼

친애하는 J, 오늘날의 세상은 참으로 복잡하고 예측하기 힘듭니다. 세계는 우연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고, 역사적 발전은 인간이 의도한 바와는 전혀 무관하게 진척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과거의 현인들은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 얼마나 열정적으로 기도하고, 그리고 얼마나 강렬하게 사회 유토피아를 꿈꾸었던가요? 그러나 세계는 마르크스 이후의 지식인들이 갈구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습니다. 비관적 회의주의를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는 에른스트 블로흐가 그토록 안타까워했던, “세계의 간파될 수 없는 특성 (Undurchschaubarkeit der Welt)”을 지적하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세계는 한울 나라 내지 자유의 나라와는 정 반대의 방향으로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

44 20후독문헌 2019.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