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20후독문헌 60

서로박: 슐링크의 책 읽어주는 남자 (3)

제 3부: 판결이 내려진 그해 겨울 미하엘은 다른 친구들과 함께 스키 캠프에 초대받습니다. 추위에 둔감한 그는 셔츠 바람으로 돌아다닙니다. 이때 주인공은 감기에 걸리게 되고, 열병을 앓습니다. 친구들은 왜 추위를 타지 않는가? 하고 그에게 묻습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어떤 마비 증세가 온몸을 장악하여 나를 놓아주지 않아.” 이제 대학을 마친 주인공은 사법관 시보로 일합니다. 1968년 학생 운동이 발발하자, 그는 소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주인공은 이렇듯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며 국가 사회주의에 대한 다른 학생들의 비판적 입장으로부터 거리감을 취합니다. 미하엘은 법관 준비생으로서 서서히 경력을 쌓아갑니다. 왕년에 함께 공부했으며, 스키 여행에 참가하기도 했던 게르트루트와 사귑니다. 그미가 임신했..

44 20후독문헌 2019.06.03

서로박: 슐링크의 책 읽어주는 남자 (2)

제 2부: 시간이 흘러 미하엘은 대학에서 법학 대학생입니다. 그는 한나에 대한 기억을 지우려 하며, 가급적이면 둔감하게 살려고 애를 씁니다. 어느 날 대학 4학년으로서 교수님과 함께 현장실습을 떠나야 했습니다. 현장실습은 공개 법정을 참관하는 일이었습니다. 미하엘은 공개 법정에서 놀랍게도 잊을 수 없는 여인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미는 다름 아니라 한나 슈미츠였는데, 피고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미는 어느 강제 수용소에서 죄를 지었는데, 사람들은 그미의 죄를 심문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재판 과정을 통하여 그미의 과거 행적이 백일하에 드러나게 됩니다. 한나 슈미츠는 1943년 가을에서 1944년 초까지 아우슈비츠에서, 1944년에서 45년에 이르는 겨울 크라카우에서 여자 간수로 일했습니다. 당시에 지멘스 회..

44 20후독문헌 2019.06.03

서로박: 슐링크의 책 읽어주는 남자 (1)

최근에 영화 “더 리더 The Reader”가 개봉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책에 관해 언급하려고 합니다. 베른하르트 슐링크 Bernhard Schlink는 1944년 빌레펠트에서 태어나 하이델베르크 그리고 베를린 등지에서 법학을 공부하였습니다. 그는 1981년 헌법에 관한 교수 자격논문을 쓴 뒤, 본 대학교수로서 헌법학 그리고 행정법 등을 가르쳤습니다. 슐링크는 어린 시절부터 작가, 혹은 사회학자가 되려고 했습니다. 아버지처럼 신학자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어느 인터뷰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토로하였습니다. 즉 어릴 때부터 문장 쓰기에 대해 애착을 지녔지만, 순수 전업 작가보다는 법학 교수의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말입니다. “문장에 대한 애착”은 결국 “이야기에 대한 애착”으로 변모했..

44 20후독문헌 2019.06.03

서로박: 뒤렌마트의 미시시피씨의 결혼

친애하는 J, 오늘날의 세상은 참으로 복잡하고 예측하기 힘듭니다. 세계는 우연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고, 역사적 발전은 인간이 의도한 바와는 전혀 무관하게 진척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과거의 현인들은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 얼마나 열정적으로 기도하고, 그리고 얼마나 강렬하게 사회 유토피아를 꿈꾸었던가요? 그러나 세계는 마르크스 이후의 지식인들이 갈구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습니다. 비관적 회의주의를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는 에른스트 블로흐가 그토록 안타까워했던, “세계의 간파될 수 없는 특성 (Undurchschaubarkeit der Welt)”을 지적하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세계는 한울 나라 내지 자유의 나라와는 정 반대의 방향으로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

44 20후독문헌 2019.01.13

서로박: 아르노 슈미트의 '쪽지의 꿈' (3)

9. 엘마 야코비의 반대되는 견해: 한마디로 다니엘 파겐슈테허는 자신의 내면적 성욕을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에서 발견해내는데, 그의 친구 파울 야코비는 이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습니다. 성불능이 시작되는 나이에 처한 두 사람은 쉽사리 관음의 충동에 휩싸이며, 자신의 내적 심리를 에드거 앨런 포의 문학 속에 재발견하려고 합니다. 이에 비하면 빌마 야코비는 다니엘의 견해에 강하게 반박합니다. 에드거 알란 포의 신비로운 사랑의 감정을 무조건 리비도로 축소시키지 말라는 게 그미의 반박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미의 견해는 자신이 처한 현실적 정황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빌마 야코비는 장년의 나이에 처해 있지만, 최근에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임신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야코비 부부는 확고한 직장을 지니지 못해서 경제..

44 20후독문헌 2018.12.22

서로박: 아르노 슈미트의 '쪽지의 꿈' (2)

5. 카를 마이 그리고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속에 배치되는 네 사람의 관계는 슈미트의 작품에 이미 묘사된 적이 있었습니다. 1964년에 발표된 『절반의 혼인 속의 암소Kühe im Halbtrauer』가 바로 그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 16세의 소녀 헬과의 불행한 사랑의 결말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1963년에 아르노 슈미트는 「시타라 그리고 그리로 향하는 길Sitara und der Weg dorthin」이라는 논문에서 소설가 카를 마이Karl May의 작품과 인간을 정신분석학적으로 분석한 바 있습니다. 슈미트가 카를 마이의 작품과 전기에서 자신과 유사한 심리적 동인을 도출해내려고 시도하였습니다. (오늘날 카를 마이의 연구에 의하면 카를 마이는 잠재적으로 동성연애의 성향을 지니고 있으며, 이..

44 20후독문헌 2018.12.22

서로박: 아르노 슈미트의 '쪽지의 꿈' (1)

1. 놀라울 정도로 방대한 실험 문학 작품: 장 주네Jean Genet가 프랑스 문단에서 기이한 작가라면, 아르노 슈미트 (Arno Schmidt, 1914 - 1979)는 독일 문단에서 기인 작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는 평생 소도시 내지 시골에서 칩거하면서 살면서, 실험 문학의 산문을 집필하였습니다. 특히 그의 글은 제임스 조이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프로이트의 심리학적 모티프를 작품에 반영하였습니다. 오늘은 8권으로 간행된 그의 대작 『쪽지의 꿈Zettels Traum』(1970)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 작품은 지금까지 작가가 쓴 작품의 총결산이며, 동시에 과거 작품으로부터의 도피의 과정에서 남긴 흔적입니다. 그것은 A4 용지로 도합 1330장에 여러 개의 단으로 나누어진 채 빽빽이 기술되어..

44 20후독문헌 2018.12.22

서로박: 욘존의 기념일들 (4)

어느 날 게지네와 마리는 베트남 참전에 반대하는 데모에 가담한다. 디트리히는 학자로서 나토의 레이다 감시망 작업을 추진한다. 말하자면 그는 미국 CIA 전략에 깊이 개입하고 있는 인물이다. 게지네와 디트리히 사이의 관계는 그미의 어정쩡한 태도 때문에 진척되지 않고 있다. 그미가 드디어 결혼을 결심했을 때, 디트리히는 우연하게도 비행기 추락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1968년 8월 20일 모녀는 체코의 프라하로 향한다. 두 사람은 그곳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전개될지 전혀 예측하지 못한다. 복잡한 소설 구조는 방대한 소설 "기념일들"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지금까지 욘존의 작품에 이미 등장한 바 있다. 가령 게지네 크레스팔은 "야콥에 관한 추측"에서 주변 인물로 등장한 바 있다. 소설..

44 20후독문헌 2018.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