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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박: 그라프의 '우리는 갇힌 자들이다'

필자 (匹子) 2018. 5. 7. 17:11

 

친애하는 O, 오늘은 뮌헨 출신의 소설가, 오스카 마리아 그라프 (1894 - 1967)의 소설 우리는 갇힌 자들이다 (Wir sind Gefangene)라는 자전 소설에 관해 말씀드릴까 합니다. 20년대 초 뮌헨에서 몇몇 혁명가들은 혁명적 거사를 일으켰습니다. 도시 내의 모든 경찰과 군인들은 무력으로 장악되고, 도시 곳곳에 바리케이드가 설치되었습니다. 도시는 며칠 동안 무정부적인 상태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뮌헨의 혁명은 실패로 돌아갑니다. 여기에 참석한 혁명가들은 대다수 목숨을 잃었으며, 극소수만이 어디론가 탈출하여 살아남았지요. 이들 가운데 그라프가 있었습니다. 그라프는 빵 제조기술을 배우다가, 그만 둔 다음에 보헤미안처럼 이리저리 방랑하며 지냈습니다. 그는 1919년에 아멘 그리고 시작이라는 시집을 간행하기도 했습니다. (시집은 1988년 재판으로 간행되었습니다.) 그라프는 혁명 전선에 뛰어들었는데, 거사에 실패하게 되자, 줄행랑을 치게 됩니다. 그 후에 그는 뮌헨 슈바벤의 소극장에서 즉흥 이야기꾼으로 무대에 등장하여, 생계를 이어갑니다.

 

어느 날 그라프는 자신의 경험을 글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1905년부터 1917년까지의 체험기1922년 어느 잡지에 간행되는데, 토마스 만은 이 작품을 격찬하였습니다. 막심 고리키, 호프만슈탈, 로망 롤랑 등은 열광적으로 이 작품을 찬양하였습니다. 이에 반해서 히틀러를 추종하는 기자들은 체험기의 저자를 잡아서 처형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작가는 아주 사실적으로 도시와 시골 사람들의 생존을 위한 투쟁들을 꾸밈없이 서술하였습니다. 작품의 반응이 너무 좋아서, 그라프는 여러 장편들을 추가로 집필했으며, 2부에 해당하는 외부의 비아냥거리는 웃음1966년에 발표했습니다.

 

친애하는 O, 작품은 사회의 하층민이 견뎌내는 힘든 운명적 상황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오스카는 매우 섬세하고 공상하기를 좋아하는 영리한 젊은이입니다. 그는 교육을 받지 못해서 혼자 독학으로 공부할 정도로 몹시 가난했습니다. 아버지가 죽은 뒤에 맏형 막스는 군대에서 돌아옵니다. 그는 군대에서 모진 기합과 고통으로 세월을 보냈습니다. 막스는 가업을 이으려고 슈타른베르크 호숫가의 농가에서 수공업에 몰두하면서, 몽둥이로 동생을 괴롭힙니다. 오래 전부터 오스카는 아버지의 명령대로 빵 제조 기술을 배우면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었습니다. 이 와중에서 그는 작가가 되려고 결심합니다. 상기한 내용은 칼 필립 모리츠 (K. Ph. Moritz)안톤 라이저 (Anton Reiser)를 연상시킵니다. 라이저가 경건한 자세로 작가 생활을 추구한 등장인물이라면, 오스카는 온갖 억압에 대해 반기를 드는 저항적 인물로 거듭나게 됩니다. 그의 내면에는 어떤 반역의 정신이 오랫동안 도사리고 있습니다. 오스카는 이러한 프로메테우스의 기질을 평생 포기하지 않습니다. 가족들의 명령 그리고 시골에 살고 있는 이웃사람들의 편협한 자세는 주인공의 숨통을 끊어놓을 정도였습니다. 그리하여 주인공은 도시 뮌헨으로 도주하게 됩니다. 오스카는 항상 복수심에 들끓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뮌헨 역시 호락호락한 도시가 아니었습니다. 예술의 영역에서는 어느 정도 답습할 게 있었지만, 사회적으로는 시민주의의 속물들이 보수적인 견해를 드러내는 곳이었습니다. 오스카는 대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허드렛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비참한 곳에 기숙하면서, 시간이 부족한 데도 불구하고 작품 집필에 몰두합니다. 다른 한편 그는 무정부주의의 좌파 조직에 가담하지요. 그렇지만 그는 생계 문제로 인하여 정치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없음을 감지합니다. 오스카는 세상과 인간에 대해 적개심을 품게 됩니다. 결국 이기심을 지닌 채 은거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기주의의 자세는 결국 주인공을 고립시키고, 심리적으로 병들게 합니다. 이러한 상태는 결국 주인공에게서 최소한 지녀야 하는 자유로움마저 빼앗아가고 맙니다. 그리하여 주인공은 삶에 대해 싫증을 느낄 정도로 자기소외를 인식합니다.

 

친애하는 O, 당신은 며칠 굶주려본 적이 있는지요? 며칠 동안 굶주린 인간은 정신 착란을 일으킵니다. 말하자면 자아는 더 이상 의식되지 않고, 비참한 상황 속에서 스스로 고립되어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주인공은 과연 내가 나인가?”하고 묻습니다. 스스로를 극복하고 자신을 되찾으려는 주인공은 노력은 소설의 핵심적 테마입니다. 굶주림과 가난의 고통은 주인공으로 하여금 심지어 영혼마저 희롱하게 만듭니다. 배고프기 때문에 인간은 거룩한 상을 떠올리고, 정신 착란의 상태에서 그러한 상을 비아냥거리곤 하지요. 이러한 경우는 크누트 함순 (K. Hamsun)의 소설에서 자주 등장한 바 있는 범례입니다.

 

작가는 어떤 심리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차단된 상태로부터 떨치고 싶었습니다. 주인공은 정신 착란을 드러냄으로써 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던 해에 군 면제 처분을 받습니다. 그렇지만 나중에 이르러 자신의 행동이 정말로 미친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꾸며댄 것인지 스스로 분간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자신이 자유롭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됩니다. 그렇지만 정신 착란을 통해서 안전을 취할 수 있던 시대는 지나가고 맙니다. 그라프는 다시금 사회 속에서 가난과 냉대를 뼈저리게 느낍니다. 그리하여 그는 자신을 수인이라고 명명합니다.

 

혁명이 발발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피 흘리며 죽게 된 연후에, 오스카는 힘든 고통 속에서 살아남습니다. 마지막에 작가는 다음과 같이 기록합니다. “그들 모두 나와 같은 개들이었어. 평생 개처럼 알랑거리고 몸을 숨겼으니까. 마침내 누군가를 물어뜯으려고 했을 때, 사람들은 그들을 패 죽이고 말았지. 우리는 수인들이야.” 평소에는 항상 비참하게 살아가고, 비상사태가 도래하면 권력자에 의해서 맞아죽는 자들은 바로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주인공이 이렇게 일갈하는 순간, 개인에게 주어진 삶의 에너지는 순간적으로 어떤 투쟁을 촉구하는 낙관주의로 돌변하게 됩니다. “그날은 반드시 온다. 우리의 죽음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자아는 이렇게 절규함으로써 사회와 일체감을 견지합니다. 바로 이 때문에 그는 혁명적 거사에 가담하게 된 것입니다. 친애하는 O, 주인공의 이러한 이타주의의 동질감은 결국 어느 여인에 대한 주인공의 사랑의 감정 속에서 계승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