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20후독문헌

서로박: 욘존의 기념일들 (1)

필자 (匹子) 2018. 7. 10. 11:51

우베 욘존 (1934 - 1984)의 "기념일들. 게지네 크레스팔의 삶으로부터 (Jahrestage aus dem Leben der Gesine Cresspahl)"1983년에 총 4권으로 간행되었다. 1권과 제 2권은 1967/ 68년에 씌어졌으며, 3권은 1968년에 탈고되었다. 작품은 많은 비평가로부터 대대적인 찬사를 받았다. 욘존의 대표작이나 다름이 없는 이 작품의 이야기는 욘존이 남긴 다른 장편 소설 "야콥에 관한 추측" 그리고 "아킴에 관한 세 번째 책" 내용의 속편이다.

 

욘존은 구 동독에서 독문학을 전공했는데, 그의 은사는 한스 마이어였다. 1959년 그는 서독에서 소설 "야콥에 관한 추측"을 간행하게 했는데, 작품은 즉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주인공 야콥은 철도운전사로서 여러 번 동서독을 여행했는데, 구동독에서 갈등을 일으키곤 했는데도 서독에서 살려 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기이하게 목숨을 잃는다. 야콥의 죽음은 자살인가, 아니면 정치적 살해의 결과로 이해되어야 하는가? 특히 욘존의 서술 방식은 추측 그리고 여러 주변 인물들의 증언을 몽타쥬한 것인데, 이는 구동독의 문화 관료들이 요구하는 방법론과는 극히 다른 것이었다.

 

욘존 이후로 동독 작가들의 많은 작품들이 서독에서 간행되기 시작했다. 욘존은 구동독에서 견딜 수 없어서 서독으로 건너간다. 자신의 문학 세계를 묻는 기자들에게 작가는 단 세 마디를 던졌다. 분단, 국경, 차이가 그것들이었다. 욘존은 문명을 떨쳤지만, 개인적으로는 고독을 감내해야 했다. 특히 그는 70년대에 개인적 삶에서 커다란 위기의식을 체험한다. 즉 자신이 아내가 지금까지 프라하 그리고 동베를린의 비밀 경찰국의 첩자로 일해 왔던 것이다. 이러한 추론은 거의 사실로 밝혀진다.

 

 

 

 

 

귀스트로프의 어느 김나지움에 설치되어 있는 욘존의 동상이다.

 

 

 

작품에 관해 언급해 보자. "기념일들"의 주제는 한마디로 말해 어떤 민주주의적 사회주의의 가능성이다. 작가는 1967820일을 상기한 가능성의 첫째 날로 설정한다. 그러나 이러한 희망은 꼭 1년 후에 마치 소련군의 탱크에 압사 당한 체코 땅처럼 사라져 버린다. "야콥에 관한 추측"에서 서술되고 있듯이 게지네는 이미 1953년에 동독을 떠나, 현재, 1967년 뉴욕에서 살고 있다. 은행원으로 일하는 그미에게는 딸 마리가 있다. 마리는 야콥과의 사랑을 통해 태어난 아이이다.  

 

소설 속에는 과거에 대한 게지네의 기억, 현재의 일상 그리고 최근의 체험기 등이 세 가지 차원에서 서술되고 있다. 게지네는 틈틈이 자신의 육성을 테이프에 녹음해 둔다. 마리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어떻게 성장해 왔는가 등이 녹음 테이프의 내용이다. 소설의 초반부는 여러 사건들의 몽타주로 이루어져 있다. 게지네는 은행 일로 소홀히 한 자신의 삶을 보충하려고 많은 신문을 읽는다. 바이마르 공화국, 3제국, 분단, 체코 사태, 베트남 전쟁, 킹 목사의 암살, 로버트 케네디, 미국의 인종 분규, 나치 재판 등이 게지네의 일상 그리고 가족사 등과 뒤섞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