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박: 그라스의 "양철북" (1)

1. 기이한 피카레스크 소설: 귄터 그라스의 『양철 북』은 1959년에 발표되었습니다. 당시까지 그라스는 시, 극작품, 조각 작품 등을 창조했는데, 이 작품을 통해서 소설가로 변신했습니다. 『양철 북』은 전후 문학에서 커다란 획을 그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작품은 “외설스럽다.”, “허무주의적이다.” 그리고 “신을 모독하고 있다.” 등의 비난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비난은 이후에서 그라스 문학의 세 가지 특징으로 부각됩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라스는 거의 병적일 정도로 성을 기괴하게 묘사하고, 인류 발전에 관한 어떠한 이상도 용인하지 않으며, 나아가 신앙 자체를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작품은 발표 직후부터 가톨릭교회로부터 신랄한 비난을 당했습니다.

 

2. 어머니 아그네스의 탄생: 소설은 1899년 10월 주인공, 오스카의 어머니, 아그네스의 탄생에 관한 일화로 시작됩니다. 외할머니, 안나 브론스키는 동유럽의 카슈반에서 감자를 캐고 있었는데, 어느 방화범의 도주를 목격합니다. 그는 요제프 콜야체크라는 사내였습니다. 요제프는 넓은 밭에서 은신처를 찾을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안나의 치마 안으로 숨어듭니다. 경찰이 사라진 뒤 두 사람은 서로의 몸을 탐합니다. 이로써 아그네스가 태어납니다. 요제프는 어느 익사자의 이름을 도용하여, 안나와 결혼한 다음에, 합법적인 뗏목 운송자로 일하면서 살아갑니다.

 

어느 날 요제프는 자신의 신분을 알던 사람과 조우하는데, 너무나 놀란 나머지 종적을 감추어버립니다. 아그네스는 아름다운 처녀로 성장하여 알프레트 마체라트라는 사내와 결혼합니다. 1918년 아그네스는 단치히 근처의 야전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그를 사귀게 되었습니다. 알프레트는 부상병이었는데, 요리를 취미로 삼는, 아무런 감정 없는 사내였습니다. 두 사람은 결혼 후 단치히에서 식료품 가게를 열었습니다. 여기서 오스카의 출생의 비밀이 묘사되고 있습니다. 오스카는 어느 전등 위에서 정을 통하는 한 쌍의 나비를 목격합니다. 전등 위에는 북이 놓여 있었습니다. 3세의 생일 때 오스카는 양철 북을 생일 선물로 받습니다.

 

3. 오스카, 성장을 멈추다, 그리고 그의 초능력: 소설은 단치히 소시민들의 생활상을 서술합니다. 오스카는 3살부터 육체적 성장을 멈춥니다. 그는 소리를 지르거나 북을 쳐서, 유리를 깨뜨리는 초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알프레트는 양철 북이 요물이라고 판단하고, 그것을 오스카로부터 빼앗으려고 합니다. 이때 아그네스의 사촌오빠, 얀 브론스키는 주인공을 비호해줍니다. 나중에 얀 브론스키는 오스카의 친부로 판명됩니다. 아그네스는 아들의 이상증세 때문에 오스카와 함께 병원을 찾습니다. 이때 오스카는 고함을 질러서, 병원의 유리창을 산산조각 냅니다.

 

말하자면 오스카는 자신의 성장을 멈춘 대신에 기이한 초능력을 지니게 된 것이었습니다. 의사는 이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신기하다는 듯 바라봅니다. 여섯 살이 되자 오스카는 폴란드 학교에 다닙니다. 여선생이 그의 북을 빼앗으려고 하자, 그는 고함을 질러 그미의 안경을 깨뜨려버립니다. 오스카는 다른 아이들처럼 정상적으로 학교 다닐 수 없습니다. 아그네스는 아들을 기형아라고 여기고 자주 눈물을 흘립니다.

 

4. 어머니의 비밀과 난쟁이 처녀 베브라: 오스카는 학교에서 배우지 않고서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을 가르쳐줄 선생을 찾습니다. 이때 그는 그레첸이라는 이름을 지닌 빵집 여자와 함께 지냅니다. 오스카는 그레첸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요구했는데, 이로써 그는 제법 많은 문학 작품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오스카는 아무도 몰래 읽기와 쓰기를 배웁니다. 아그네스는 목요일마다 장난감 가게 주인, 지기스문트 마르쿠스에게 아들을 몇 시간 맡겨두곤 하였습니다. 목요일만 되면 아그네스는 몇 시간 호텔에서 얀과 정분을 쌓았습니다. 오스카는 자신의 생부가 얀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알게 됩니다. 아그네스는 가족을 데리고 오페라 그리고 서커스 공연을 즐겼습니다.

 

오스카는 서커스 극단에서 난쟁이 처녀, 베브라를 사귀게 됩니다. 베브라는 오스카의 초능력을 인지하는데, 그에게 다음과 같이 충고합니다. 즉 절대로 무대 앞에 서있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헤어질 때 베브라는 오스카의 이마에 입을 맞춥니다. 이는 거장에게 바치는 존경의 표시였습니다. 오스카는 자신의 초능력을 활용하여 사람들을 조종할 수 있게 됩니다. 나치당의 모임에 참가하여, 그곳 사람들로 하여금 북소리에 맞추어 춤추게 합니다. 아그네스는 교회에서 고해신부로부터 “오스카에게 사악한 사탄의 기운이 숨어 있다.”는 말을 듣습니다. 여기에 격분한 오스카는 교회의 유리창을 박살냅니다.

 

5. 자식과 남편으로 인한 아그네스의 고통 그리고 그미의 죽음: 1938년 부활절 휴일에 가족은 해안가로 소풍을 떠났습니다. 거기서 누군가 죽은 말대가리를 이용하여 장어를 잡고 있었습니다. 장어는 죽은 말대가리 속으로 파고든 채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너무도 흉물스러운 광경 때문에 아그네스의 속은 마구 이글거립니다. 알프레트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장어 네 마리를 구입하여 저녁 식사를 장만합니다. 아그네스는 그와 한바탕 싸운 다음에 침실로 돌아가서 흐느껴 웁니다.

 

이때 얀이 방안으로 들어가서 그미의 마음을 다독이면서, 아그네스와 정을 통합니다. 주인공 오스카는 숨어서 이러한 장면을 목격합니다. 이후의 시간부터 아그네스는 자꾸 생선 요리를 먹기 시작합니다. 어느새 임신했던 것입니다. 아그네스는 더 이상 아기를 낳지 않겠다고 소리칩니다. 결국 아그네스는 몇 주 후에 생선 독에 중독되어 유명을 달리합니다. 독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생선을 먹었던 것입니다. 오스카는 어린 나이에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게 되었습니다.

 

6. 나치의 폭력과 얀의 죽음: 오스카는 베브라의 소개로 로스비타라는 난쟁이 처녀를 사귀게 됩니다. 로스비타는 서커스 단원과 함께 생활하자고 오스카에게 제안합니다. 유리 가게에서 헤르베르트와 친교를 맺습니다. 헤르베르트는 힘든 삶을 살아온 사내였습니다. 오스카는 그와 합세하여 상점의 진열대에 있는 물건들을 훔칩니다. 오스카의 신통력으로 물건을 훔치자는 것이었습니다. 망을 보고 있는 동안 어떤 장치가 작동되어, 이 와중에 헤르베르트는 즉사하고 맙니다. 헤르베르트의 절친이었던 트럼펫 연주자 마인은 친구의 죽음에 술만 들이키며 살아갑니다. 마인은 국가사회주의 당에 가담해 있었습니다.

 

나치의 폭력이 시작되고, 장난감 가게 주인이었던 유대인, 지기스문트는 목을 매고 자살합니다. 오스카는 더 이상 북을 조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는 얀 브론스키를 찾아가서 북을 고쳐달라고 부탁합니다. 1938년 8월 31일 저녁에 오스카와 얀은 새로운 양철 북을 구합니다. 얀은 카드놀이를 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것은 오스카가 스커트 게임에서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얀은 오스카의 도움으로 카드 게임 가게를 열려고 결심합니다. 이때 독일 군인들이 급습하여 얀을 체포하여 총살시켜버립니다. 오스카는 유괴당한 아이로 행세하면서 위험을 모면하게 됩니다.

 

7. 오스카, 알프레트, 동시에 마리아를 사랑하려 하다.: 슬픔에 사로잡힌 오스카는 죽은 친구, 헤르베르트의 어머니 집에 기식합니다. 그 집에는 헤르베르트의 여동생이 살고 있었는데, 그미의 이름은 마리아 트루친스키였습니다. 마리아는 오스카보다 몇 살 나이가 많았는데, 오스카의 아버지의 가게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오스카는 마리아에게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낍니다. 알프레트는 자신이 시간이 없기 때문에 오스카를 돌보라고 마리아에게 부탁합니다. 해변에 놀러 갔을 때 오스카는 마리아의 다리에서 풍기는 바닐라 향기를 맡게 됩니다.

 

그렇지만 자신이 마리아에게서 무엇을 원하는지 아직 알지 못합니다. 처음으로 성적으로 흥분했을 때 오스카는 당황한 나머지 눈물을 흘립니다. 어느 날 밤에 오스카는 마리아의 방으로 잠입하려고 합니다. 어느 날 아버지 알프레트는 마리아와 살을 섞고 있었습니다. 엄청난 실망감에 사로잡힌 오스카는 노여움과 질투의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마리아는 그저 눈물을 흘립니다.

 

8. 쿠르트의 출산, 두 번째 연인 로스비타의 죽음: 어느 날 마리아는 아기를 출산합니다. 오스카는 아기, 쿠르트가 자신의 아들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습니다. 어느 날 베브라를 만나서 다시금 서커스 공연에 참가하자는 제안을 받습니다. 오스카는 이에 동의하고, 그미와 함께 프랑스의 여러 곳을 돌아다니게 됩니다. 난쟁이 처녀, 로스비타도 동참하였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가까워지면서 사랑을 속삭입니다. 그들은 북 프랑스의 노르망디에 도착하였는데, 그곳에서는 전운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그는 우연히 벙커에 머물고 있던 군인, 랑케스를 만납니다. 랑케스는 상관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네 명의 수녀를 쏴죽입니다.

 

1944년 6월에 연합군은 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감행합니다. 서커스단원들은 어디론가 뿔뿔이 도주합니다. 로스비타는 커피를 챙기려고 뒤늦게 떠나려 하다가 참변을 당합니다. 오스카는 독일로 돌아오면서, 로스비타의 죽음에 충격을 받습니다. 오스카는 당분간 알프레트와 마리아의 집에 거주합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가? 하는 물음에 침묵으로 일관합니다. 마리아는 오스카가 가톨릭교회에 다닐 것을 종용합니다. 오스카는 이를 반기지 않습니다. 어머니 역시 성당에 다녔지만, 결국 비참하게 죽음을 당했습니다. 교회를 야유하기 위하여 오스카는 북을 두드려, 모든 유리창, 심지어는 가로등의 유리마저 박살납니다. 오스카는 도둑들과 함께 물건을 훔치거나 성당의 물건들을 훔칩니다. 도둑떼들은 경찰에 연행되어 감옥에 갇히게 되고, 오스카 혼자 풀려납니다. 재판이 거행될 때 정신나간 사람처럼 행동했기 때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