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박: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 (4)

16. 정확성과 개방성, 무질의 소설적 구상의 두 가지 원칙: 요약하건대 무질의 세계관은 누구보다도 루드비히 클라게스의 『영혼의 대척자로서의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무질의 소설적 구상은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그 하나는 실제 현실적 사건과 구분되는 주인공 고유의 원칙을 가리킵니다.

 

이것은 20세기 중엽 유럽의 관습, 도덕 그리고 법의 관점으로서의 객관적 원칙과 반대되는 주인공의 고유한 삶의 원칙을 가리킵니다. 이러한 원칙은 정확성을 가리키는데, 이는 클라게스가 말한 외면당하는 정신의 확고한 의미를 되찾으려는 노력에서 발견됩니다. 무질의 작품은 20세기 유럽에서 살아가는 한 인간의 근본적인 자유가 주어진 현실 속에서 파편화된 질서와 결코 화해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소설적 구상의 또 다른 원칙은 개방성을 가리킵니다. 우리는 에로스의 원칙에서 이러한 개방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무질은 1923년에 이지스와 오시리스에 관한 시를 집필한 바 있습니다. 달의 여신인 이지스는 지하에 머물고 있는 오빠 오시리스를 구출하고 있습니다. 이는 작품 내에서 울리히와 아가테와의 사랑으로 형상화되어 있습니다. (Pekar 2007: 150).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남녀의 근친상간이 아니라, 가부장적 결혼제도에 대한 작가의 간접적인 비판을 예의 주시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울리히와 아가테의 사랑은 프로이트가 말하는 리비도와 관련되는 게 아니라, 도덕과 이성의 합일을 의미하는데, 그노시스의 찬란한 천국 여행으로 비유될 수 있습니다. 작가가 찬란한 정원에서의 명상적 체험을 무엇보다도 강조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일 것입니다.

 

참고 문헌

 

- 신지영 (2007): 로베르트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 에 나타난 유토피아 구상과 그 이념사적 위상, 실린 곳: 독일어문화권 연구, 16권 4호, 101 - 124.

- Klages, Ludwig (1972): Der Geist als Widersacher der Seele, 3 Bände, Bouvier, Bonn 1972.

- Martin Menges, Martin (1982): Abstrakte Welt und Eigenschaftslosigkeit. Eine Interpretation von Robert Musils Roman Der Mann ohne Eigenschaften unter dem Leitbegriff der Abstraktion. Frankfurt am Main.

- Mülder-Bach, Inka (2013): Robert Musil: Der Mann ohne Eigenschaften. Ein Versuch über den Roman. Carl Hanser: München.

- Musil, Robert (1930): Der Mann ohne Eigenschaften. Band 1: Rowohlt, Berlin.

- Musil, Robert (1933): Der Mann ohne Eigenschaften, Band 2: Rowohlt, Berlin.

- Musil, Robert (1943): Der Mann ohne Eigenschaften, Band 3: Rowohlt, Lausanne.

- Pekar, Thomas (2007): Robert Musil zur Einführung. Hamburg.

- Strelka, Joseph P. (2003): Robert Musil. Perspektiven seines Werks. Frankfurt am Main.

- Voßkamp, Wilhelm (2018): ”Wenn es Wirklichkeitssinn gibt, nuß es auch Möglichkeitssinn geben.“ Traditionen des utopischen Denkens bei Robert Musil, in: ders., Emblematik der Zukunft, De Guyter: Ber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