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현대불문헌 55

서로박: (1) 미셸 투르니에의 '마왕'

친애하는 T. 러시아의 독재자 푸틴은 젊은이들을 징집하여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그가 포장하는 허울 좋은 말은 국익 내지는 애국심입니다. “방랑자여 스파르타로 가겠는가? 우리가 법이 명한 대로/ 이곳에서 싸우다가, 전사했음을 분명히 보았노라고 전해다오.Wanderer, kommst du nach Sparta, verkündige dorten, du habest/ Uns hier liegen gesehn, wie das Gesetz es befahl.” = 이것은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 「산책Der Spaziergang」에 기술되어 있는 시구입니다. 실러는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가 테르모필레 협곡에서 싸운 뒤에 남긴 절규를 그렇게 표현했습니다. 이러한 발언에 의하면 죽음보다 강..

33 현대불문헌 2023.09.13

서로박: (3) 치카야 우 탐시의 삼부작 '바퀴벌레'

(앞에서 계속됩니다.) 15 세 친구의 죽음에 대한 추적: 부두의 노동자 가운데에는 앙드레 솔라라는 이름의 남자가 있었습니다. 앙드레는 세 친구의 죽음에 어떠한 저의가 도사리고 있는지 탐색해나갑니다. 목격자의 증언, 망자들이 동료들끼리 나눈 대화, 예언 그리고 소문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빼곡히 기록합니다. 이 와중에서 앙드레는 수많은 모순 그리고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무엇이 그들을 만나게 했는가? 혹시 이들도 서로 만나서 일종의 자유와 독립을 위한 “뤼틀리의 서약” 같은 맹약을 맺은 게 아닐까? 세 사람은 해안에서 어떤 정신 나간 성자를 만납니다. 성자는 해파리를 잡아서 육지로 끌어올리는 어부들에게 세례를 베풀고 있었습니다. 그때 망자들이 그 노인과 나눈 대화는 무엇이었을까? 하고 앙드레는 ..

33 현대불문헌 2023.09.07

서로박: (2) 치카야 우 탐시의 삼부작 '바퀴벌레'

(앞에서 계속됩니다.) 7. 톰 는투투와 그의 아내는 일찍 사망하다: 톰은 일찍 결혼했는데, 그의 아내, “로야”는 상아해안에 머물 때 병으로 사망하고 맙니다. 톰 역시도 고국으로 돌아온 다음 백주 대로에서 안타깝게도 트럭에 치여 유명을 달리합니다. 원래 아프리카의 토속 신앙에 의하면 모든 죽음의 이유는 반드시 자연의 신 앞에서 밝혀져야 합니다. 그렇기에 톰의 남동생인 칠루엠브와 여동생, 리암부는 종교 제식을 거행하는 법정을 찾아갑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톰과 그의 아내가 무고하게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증언하고 돌아옵니다. 톰에게는 아들, 프로스퍼 그리고 딸 소피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지금까지 기독교 학교의 기숙사 그리고 수녀원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칠루엠브는 의탁할 곳 없는 두 조카를 집으로 데리고 와..

33 현대불문헌 2023.09.07

서로박: (1) 치카야 우 탐시의 삼부작 '바퀴벌레'

"아프리카의 내전은 본질적으로 세계대전이다." (이종찬: 열대의 서구, 朝鮮의 열대, 서강대학교 출판부 2016, 476쪽) ........................... 1. 까만 눈동자에 맺힌 눈물: 콩고는 오랫동안 서구의 식민지로 억압당했습니다. 18세기부터 서구인들은 콩고 왕국에 발을 들여놓았는데, 이곳 사람들은 백인들에게 극진한 대접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서구인들은 콩고인들에게 성서와 서양 의학 그리고 과학 기술을 전파했습니다. 처음에는 많은 것들이 서로 주고받았으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식민주의자들의 착취가 시작됩니다. 젊은이들 가운데 수십만이 차출되어 노예 선을 타고 신대륙으로 떠났습니다. 19세기 초부터 아프리카 땅 전체가 서구인들의 식민지로 변했습니다. 콩고 사람들은 1877년..

33 현대불문헌 2023.09.07

서로박: (3) 미셸 투르니에의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앞에서 계속됩니다.) 13. 서구의 계몽주의는 열강의 식민지 정책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 디포의 작품에서 로빈슨 크루소의 배가 난파한 연도는 1659년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투르니에는 디포의 작품과는 달리 소설의 시점을 정확히 100년 뒤인 1759년으로 설정했습니다. 이는 오늘날의 지배 구조, 다시 말해서 유럽과 제삼세계 사이의 종속 구조를 강조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야생에 대한 서구 문명의 착취는 바로 계몽주의의 시대인 18세기 중엽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습니다. 작가 투르니에는 문명과 야생의 가치가 처음부터 전도되어 있다는 것을 지적하려고 했을까요? 작품 속에서 주인공 로뱅송은 처음에는 자신의 방식대로 자연을 이용하고 분할시키는 존재로 살아갑니다. 그러나 나중에서는 열대의 자연에..

33 현대불문헌 2023.08.24

서로박: (2) 미셸 투르니에의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앞에서 계속됩니다.) 7. (부설) 맨드레이크: 맨드레이크는 라틴어로는 “만드라고라”, 독일어로는 “알리우네”라고 불리는 약초입니다. 사람들은 이것을 “악마의 사과Devil’s apple”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약초는 지중해 근해에서 자라는데, 마치 인삼처럼 다육질의 뿌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줄기는 약 30센티 자라며, 통상적으로 꽃 한 송이만을 피웁니다. 맨드레이크는 구약성서 「창세기」 그리고 「아가」에서는 사랑의 묘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결혼하는 남녀는 만드라고라, 즉 맨드레이크의 즙액을 마시면, 첫날밤을 황홀하게 보낸다고 합니다. 이탈리아 작가 니콜로 마키아벨리Niccolo Machiavelli는 자신의 5막 희극작품, 「만드라고라」에서 이 약초를 최음제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다육질의 뿌리..

33 현대불문헌 2023.08.24

서로박: (1) 미셸 투르니에의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위대한 문명은 열도에서 시작되고, 인류의 문명은 종국적으로 열대로 되돌아갈 것이다." (Jose Vasconcelos) ................... 1. 로빈슨 크루소: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은 미셸 투르니에가 1967년에 발표한 첫 번째 소설입니다. 작가는 대니얼 디포Daniel Defoe의 『로빈슨크루소의 삶과 모험』 (1719)을 바탕으로 삼았습니다. 말하자면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Vendredi ou les Limbes du Pacifique』은 로빈슨 모험 소설의 계열인 셈입니다. 로빈슨 크루소는 자신이 타고 가던 배가 난파되어 태평양의 외딴 섬에 고립되었습니다. 그 후에 그는 무려 28년 동안 그곳에서 살다가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 인물입니다. 로빈슨 크루소는 이슬람 학자이자 소설가인..

33 현대불문헌 2023.08.24

박설호: (3) 미셸 투르니에의 "동방박사들"

(앞에서 계속됩니다.) 13. 헨리 반 다이크의 네 번째 동방박사: 미셸 투르니에는 집필 중에 두 편의 작품을 참고했다고 술회했습니다. 그 하나는 미국의 소설가 헨리 반 다이크 (Henry van Dyke, 1852 – 1933)의 「다른 현자의 이야기The Story of the Other Wise Man」 (1996)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세 명의 동방박사를 거론하지만, 사실은 네 명이라고 합니다. 반 다이크는 짤막한 단편 소설을 통해서 세인에게 전해지던 네 번째 동방박사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아르타반이라는 이름의 동방박사는 뒤늦게 예루살렘으로 떠나게 됩니다. 아기 예수를 위해서 아르타반은 홍옥, 청옥 그리고 진주를 선물로 준비합니다. 그런데 도중에 불행한 사람을 만나, 그를 도와주느라..

33 현대불문헌 2023.04.04

박설호: (2) 미셸 투르니에의 "동방박사들"

(앞에서 계속됩니다.) 8. (부설) 몰약: 몰약은 감람나무과의 몰약수 또는 합지 수에서 추출된 약재입니다. 그것은 의학적으로 뭉친 혈액을 풀어 혈액 순환을 촉진하고, 부종을 없애 통증을 완화하며 새살이 돋아나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효능은 고대에는 분명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몰약의 냄새는 유황과 거의 같습니다. 그렇지만 몰약의 냄새는 유황보다도 소박하고, 둔탁한 편입니다. 몰약의 맛은 매우 씁니다. “Myrrh”라는 단어도 히브리어의 “murr”, 즉 쓰다는 의미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고대 사람들은 단맛이 강한 포도주에 몰약 수지를 담다서, 단맛을 중화하려고 했습니다. 누군가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에게 포도주를 해면에 적셔서 건넸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몰약이 어느 정도 섞여 있었던..

33 현대불문헌 2023.04.04

박설호: (1) 미셸 투르니에의 "동방박사들"

1. 동방박사는 누구인가?: 친애하는 T, 오늘은 미셸 투르니에가 1980년에 발표한 소설 『가스파르, 멜키오르 그리고 발타사르』를 논해보기로 하겠습니다. 동방박사는 마태오의 복음서 2장에 세 명의 왕으로 등장하는 성자들입니다. 이들은 별을 관찰하면서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난 베들레헴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신약 성서에는 “성자” 내지는 “왕들”이라고 표기되어 있지 않습니다. 나아가 동방박사가 몇 사람인지도 불분명합니다. 사실 동방박사의 이야기는 기원후 3세기에 광범하게 퍼지게 됩니다. 6세기에 이르러 사람들은 그들의 이름이 가스파르, 멜키오르 그리고 발타사르라고 언급하게 됩니다. 그런데 한 가지 놀라운 것은 아무도 동방박사들이 몇 명인지 거론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기원후 7세기에 시리아 지방에서는 동방..

33 현대불문헌 2023.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