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현대불문헌

서로박: (3) 치카야 우 탐시의 삼부작 '바퀴벌레'

필자 (匹子) 2023. 9. 7. 19:11

(앞에서 계속됩니다.)

 

15 세 친구의 죽음에 대한 추적: 부두의 노동자 가운데에는 앙드레 솔라라는 이름의 남자가 있었습니다. 앙드레는 세 친구의 죽음에 어떠한 저의가 도사리고 있는지 탐색해나갑니다. 목격자의 증언, 망자들이 동료들끼리 나눈 대화, 예언 그리고 소문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빼곡히 기록합니다. 이 와중에서 앙드레는 수많은 모순 그리고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무엇이 그들을 만나게 했는가? 혹시 이들도 서로 만나서 일종의 자유와 독립을 위한 “뤼틀리의 서약” 같은 맹약을 맺은 게 아닐까? 세 사람은 해안에서 어떤 정신 나간 성자를 만납니다.

 

성자는 해파리를 잡아서 육지로 끌어올리는 어부들에게 세례를 베풀고 있었습니다. 그때 망자들이 그 노인과 나눈 대화는 무엇이었을까? 하고 앙드레는 고심합니다. 해파리는 백인 눈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저항하는 흑인에 대한 객관적 상징물이라는 생각이 앙드레의 뇌리를 스칩니다. 이로써 두 번째 소설은 마치 범죄 소설처럼 읽힙니다. 그렇지만 예렝가와 무엔도가 어떠한 이유로 죽었는지 끝내 밝혀지지 않습니다. 확실한 것은 죽음이 세 번째 사내, 루암부의 밀고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의 비극은 원주민을 착취하는 백인 사장들 그리고 이에 저항하는 흑인들 사이의 갈등에서 비롯한 게 틀림없습니다.

 

16. 종국에는 불나방처럼 타죽어야 하는가?: 세 번째 소설 『나방Les Phalènes』의 배경은 50년대 콩고의 현실을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프로스퍼와 친구들은 합세하여 벨기에 그리고 포르투갈 사람들의 식민 통치의 고리를 근절하기 위해서 완간하게 투쟁합니다. 이러한 투쟁은 오로지 조국 콩고의 독립과 민주적 발전을 위한다는 목표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아프리카에 주둔한 백인 식민 통치자들은 자신의 힘을 서서히 상실하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데에 있었습니다. 아프리카 전역에서는 백인과 흑인들 사이에 많은 혼혈 아이들이 생겨났습니다. 혼혈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혼혈의 탄생은 한편으로는 투쟁의 강도를 약화하게 했으며, 인종적 정체성의 혼란을 부추기고 맙니다.

 

프로스퍼 역시 자신이 모시던 사장의 아내, 에메 볼랑주를 사랑하게 됩니다. 두 사람 사이에서 혼혈 자식이라는 사랑의 결실이 생겨납니다. 프로스퍼는 자신의 딸, 파울랭을 프랑스의 마르세유로 유학을 보냅니다. 요약하건대 콩고 사람들은 마치 나방처럼 어둠 속에서 이리저리 방황합니다. 그들은 자신이 갈구하는 바를 성취하기 위해서 어둠 속에서 날아다니지만, 오래된 불안과 두려움으로 인해 자신의 날개를 끝내 불에 태워버리고 맙니다.

 

17. 작품의 주제 (1) 인종의 갈등: 치카야 우 탐시의 소설은 세 가지 주제를 포괄하고 있습니다. 첫째로 인종을 차별하는 짓거리는 다른 인종에 대한 사소한 구분에서 출발합니다. 언젠가 미군 사령관, 존 위컴은 518 당시에 “한국인들은 들쥐 떼와 같아서 누가 지도자가 되든 간에 지도자를 따를 것”이라고 한국인들을 비아냥거린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선입견은 한 인종과 다른 인종 사이에서 드러나는 오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서구인들은 콩고 사람들을 인간으로 간주하지 않았습니다. “바퀴벌레”, “해파리와 바다 쐐기풀” 그리고 “나방” 등은 섬뜩함을 안겨주는 동식물입니다.

 

작가는 흑인들이 서구인들에게 이런 식으로 각인되었음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려 하였습니다. 그런데 피부 색깔은 작가의 견해에 의하면 겉으로 드러난 차이점이며, 맨 처음 사람을 만날 때의 첫인상과 같습니다. 수십 년 함께 살아온 부부의 경우 반려자의 생김새는 그다지 의식되지 않으며, 공동생활에 있어서 오로지 성격만이 인지될 뿐입니다. 이를 고려할 때 인간사에서 중요한 것은 작가의 견해에 의하면 외모가 아니라, 아비투스 그리고 선한 마음과 이성적인 판단 등에서 나타나는 사람 됨됨이라고 합니다.

 

18. 작품의 주제 (2) 탈식민주의와 자유: 치카야 우 탐시는 삼부작을 통해서 아프리카인들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자유와 평등을 강조하려 했습니다. 흑인들의 가난과 불평등은 무엇보다도 식민주의의 착취에서 비롯된다는 게 작가의 지론입니다. 벨기에 그리고 포르투갈은 거의 수백 년 동안 중부 아프리카의 동식물, 목재 그리고 광물 자원 등을 차지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치카야 우 탐시의 삼부작은 처음부터 끝까지 두 가지 상반되는 열정을 묘파하고 있습니다. 그 하나가 자유에 대한 열광과 도취 그리고 민주적 선거에서 이룩하게 되는 진정한 승리라면, 다른 하나는 동족에 대한 배반, 살인 그리고 밀고 등입니다.

 

실제로 콩고 사회는 이러한 갈등 속에서 진보와 퇴보를 반복하며 1960년대와 1970년대를 보냈습니다. 소설의 모토는 랭보의 시, 「지옥에서의 시간Une saison en enfer」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하늘의 노래 민족의 행군/ 노예, 우리는 삶을 저주하지 않으리라.Le chant des cieux, la marche des peuples/esclaves, ne condamnons pas la vie.” 한마디로 작가는 콩고인들이 지옥에서의 시간을 떨치고, 반드시 식민주의를 차단함으로써 아프리카인의 진정한 평화와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을 밝히고 있습니다.

 

(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