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계속됩니다.)
8. (부설) 몰약: 몰약은 감람나무과의 몰약수 또는 합지 수에서 추출된 약재입니다. 그것은 의학적으로 뭉친 혈액을 풀어 혈액 순환을 촉진하고, 부종을 없애 통증을 완화하며 새살이 돋아나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효능은 고대에는 분명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몰약의 냄새는 유황과 거의 같습니다. 그렇지만 몰약의 냄새는 유황보다도 소박하고, 둔탁한 편입니다. 몰약의 맛은 매우 씁니다. “Myrrh”라는 단어도 히브리어의 “murr”, 즉 쓰다는 의미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고대 사람들은 단맛이 강한 포도주에 몰약 수지를 담다서, 단맛을 중화하려고 했습니다. 누군가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에게 포도주를 해면에 적셔서 건넸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몰약이 어느 정도 섞여 있었던 게 분명합니다. 고대인들은 몰약이 특히 염증을 완화하고, 세균을 죽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리스 병사들은 상처 입었을 때 소독제로 쓰려고 배낭에 몰약을 지니고 다년다고 합니다. 과거에 플루타르코스에 의하면 기원전 2세기 이집트 사원 사람들은 아침에 유황을, 점심 때는 몰약을, 저녁에는 키피Kyphi를 향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키피는 고대 이집트 사람들의 의식을 위한 향을 가리키는데, 몰약, 꿀, 포도주, 건포도, 주니퍼, 송진, 창포 골풀 등을 섞어 만든 것입니다. 모세의 어머니가 바구니에 자신의 아들을 강물에 띄울 때, 키피를 넣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9. 팔미라 제국의 왕자, 멜키오르: 며칠 후에 카스파르와 발타사르는 예루살렘에 당도합니다. 두 사람은 그곳에서 중동 지방의 팔미라 제국의 왕자, 멜키오르와 그의 은사, 박티아르를 만나게 됩니다. 멜키오르는 히브리어로 “빛의 왕 Malk-Or”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멜키오르와 박티아르는 자신의 나라에서 정치적 술수에 휘말려서 처형 위기에 처했는데, 팔미라 제국 밖으로 도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거지로 변장한 두 사람은 타국에서 이리저리 방랑하게 됩니다. 말하자면 부유하게 살아가던 왕자가 하루아침에 끼니를 걱정하는 신세에 처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멜키오르는 언젠가 자신에게 나라를 다스릴 기회를 반드시 얻게 되리라고 믿습니다. 만약 자신이 권력을 장악한다면, 팔미라 제국을 반드시 하나의 민주적인 사회로 만들리라고 작심했습니다. 자신이 꿈꾸는 민주적인 사회는 왕도, 강도도 그리고 거지도 없는 평등하고 유복한 사회여야 한다는 게 밀키오르의 지론이었습니다. 멜키오르의 이러한 꿈을 키우게 해준 사람은 은사, 박티아르였습니다. 멜키오르는 아버지의 얼굴이 그려진 금목걸이를 소지하고 있었습니다. 금목걸이야말로 자신이 팔미라 제국의 왕자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유일한 물건이었습니다.
10. 멜키오르, 다른 동방박사와 함께 헤로데스 왕의 만찬회 장에 참석하다: 멜키오르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발타사르의 “나르시시” 그룹에 가담합니다. 유대 왕국의 헤로데스 왕은 카스파르와 발타사르 그리고 이들의 부하를 왕궁의 만찬에 초대합니다. 이때 멜키오르와 박티아르 역시 부하들 무리에 섞여 만찬회에 동참하게 됩니다. 헤로데스 왕은 지금까지 개인적이고 정치적이고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무력을 사용하는 폭군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자신의 권력이 위협을 받게 되자 유대 왕국에서 태어난 모든 첫 번째 사내아이를 잔인하게 처형시킨 바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몸이 쇠약하게 되자, 자신의 왕위를 물려줄 사람을 물색해야 했습니다. 그는 만찬회 장에서 손님으로 참석한 왕족들에게 다음과 같이 명령합니다. 유대인의 새로운 왕에 관한 모든 정보를 얻어서, 그자를 자신 앞에 반드시 무릎 꿇게 하라는 게 헤로데스 왕의 명령이었습니다.
11. 발타사르, 아기예수에게 선물을 바치다: 그런데 세 명의 동방박사는 헤로데스 왕의 임무를 충실하게 따르지 않습니다. 말구유에서 태어난 아기 예수를 찾아가서 경건한 마음으로 참배를 드린 다음에 각자 가지고 온 선물을 바칩니다. 그들에게는 처음부터 헤로데스 왕을 다시 알현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각자 고향으로 되돌아가려고 합니다. 도중에서 그들은 망갈로르 출신의 왕자 타오르와 만나게 됩니다. 타오르 역시 뒤늦게 베들레헴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타오르에게 예루살렘에서 아기 예수를 만나서 경배를 드린 이야기를 그대로 전해줍니다. 가령 발타사르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아기 예수의 모습을 통에서 하나님의 상과 그림이 화해하는 것을 감지했으며, 자신이 내면의 재능을 통해서 성스러움을 재발견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는 아기 예수의 발에 몰약을 선물했다고 했습니다. 몰약은 사악한 영혼이 그리스도의 몸속으로 빙의하는 것을 막아주는 치료제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발타사르는 이러한 예식을 통해서 기독교의 새로운 예술에 몰두할 수 있으리라고 합니다.
12. 멜키오르와 카스파르의 선물: 멜키오르는 아기 예수를 통해서 무력함이 얼마나 커다란 힘을 지니고 있는지를 깨닫습니다. 그것은 “비폭력주의의 거역할 수 없는 부드러움l'irrésistible douceur de la non-violence”,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너무나 커다란 감동으로 인해서 팔미라 제국의 왕자는 망설이지 않고 금목걸이를 꺼내어 아기 예수에게 선물로 전해줍니다. 말하자면 그는 군주가 되어 세상을 다스리려는 자신의 꿈을 포기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멜키오르는 나중에 반드시 그리스도 공동체를 창립하여서, 자유로운 사람들이 사랑의 법칙에 따라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맹세합니다.
카스파르 역시 베들레헴에서 아기 예수의 이웃 사랑의 정신을 깨닫게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카스파르의 눈에는 신의 후광을 입고 세상을 구원할 흑인 아이로 비쳤던 것입니다. 카스파르는 앞으로는 그리스도의 복음과 사랑을 세상에 전파하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정합니다. 왜냐면 사랑은 피부색의 차이를 극복하고, 지배 그리고 피지배 사이의 대립을 파기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카스파르는 자신이 가지고 온 유향을 아기 예수에게 선물한 다음에, 자신의 백인 노예인 빌티네와 갈레카를 노예 신분에서 벗어나게 해줍니다. 타인에게 행복을 베푸는 이웃 사랑이야말로 스스로 더 큰 행복을 얻을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디독교에서 말하는 황금률의 토대와 같습니다.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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